[우보세] 엇갈린 타이밍, 엇나간 필수의료

머니투데이 정심교 기자 | 2024.04.02 05:30

편집자주 |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고양이도 외면하는 생선'이란 일본 속담이 있다. 그만큼 맛없는 생선이란 뜻인데, 사람을 살리는 필수의료가 우리나라에선 '맛없는 생선' 신세가 되고 말았다.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필수의료를 기피하면서다.

극한의 의(醫)·정(政) 대치가 7주째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는 필수의료를 '맛있게' 살리기 위해 부랴부랴 당근책을 내놨다. 지난달 27일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2028년까지 10조원 이상의 건보 재정을 필수의료 분야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재원으로 거론된 것 중 하나는 중국인 등 외국인의 건강보험 '무임승차'를 개선해 아낀 121억원(예상) 등이 포함됐다. 지난해 기자의 추적 보도에 따르면 중국인들의 SNS에선 한국에서 건보 본전 뽑는 꿀팁에 대해 공유했을 정도였다. 이에 오는 3일부터는 외국인이 국내 건보 피부양자가 되려면 6개월 이상 국내 체류해야 한다.

또 정부는 불법의 그늘에 있던 PA 간호사 업무에 대해서도 지난 2월 27일부터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그간 '업무 범위 명확화'를 요구해온 간호사들의 외침이 현실에 반영된 것이다. PA 간호사들은 주로 필수의료 전공의의 업무(수술 부위 봉합, 튜브 삽관 등)를 대신 해오던 터라, 이번 시범사업은 전공의 의존도가 큰 대학병원의 폐단을 극복하고 필수의료를 살리려는 정부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타이밍'이 아쉽다. 전공의들이 이미 병원을 떠난(2월 20일) 뒤에야 나온 당근책들이다. 또 PA 간호사 업무 합법화는 지난해 간호법안 폐기 후 복지부가 간호사들을 달래기 위해 그해 6월 'PA 개선 협의체' 운영안을 꺼내면서 추진되는 듯했지만 흐지부지됐다. 이 협의체는 당초 격주로 회의하며 해결점을 찾아가려 했지만, 지난해 10월까지 6차례 회의한 후 멈췄다. 결국 의사들은 필수의료를 살리려는 정부에 등을 돌렸고, 간호사들마저 간호법 폐기 이후 외면받다가 전공의 대란에 어부지리로 PA 합법화 바람에 올라타면서 개운치만은 않다.

한국 필수의료를 살려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정부의 대책이 전공의들이 떠나기 전, 좀 더 일찍 나왔다면 어땠을까.


의대생 콘텐츠 제작단체인 투비닥터가 의대생 859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0~26일 진행한 '정부 정책에 따른 의대생 진료과에 대한 인식 변화 연구' 설문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3.9%는 "정책 발표 전 바이털(필수의료를 지칭)을 진지하게 고려"했지만, 19.4%는 "정책 발표 후 바이털을 (해야 할지) 진지하게 고려한다"고 답했다.

또 의대생들은 정부의 정책(필수의료 패키지) 발표 전 내과(17.6%), 신경외과(8.4%), 정형외과(8.2%) 등 필수의료과에 대한 선호가 높았지만, 정책 발표 후엔 일반의(21.2%), 정신건강의학과(5.2%), 피부과(4.7%), 안과(4.4%) 순으로 바뀌었다. 필수의료 선호도가 준 데다, 일반의 선호도가 정책 발표 전(0. 8%)보다 26.5배나 늘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일반의는 전공의 수련이 필요 없어, 필수의료를 담당할 전문의도 그만큼 줄어든다는 의미다.

1일 윤석열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에서 "국민들의 불편을 조속히 해소해드리지 못해, 대통령으로서 늘 송구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더 늦기 전, 국민의 불편을 해결하면서도 필수의료 인력인 전공의·전문의를 붙잡고, 길러내기 위한 '묘안'이 필요할 때다.
정심교 머니투데이 바이오부 의료헬스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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