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는 조 명예회장을 추모하기 위한 조문객들의 발걸음이 사흘째 이어졌다. 조 명예회장은 지난달 29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효성그룹은 이날까지 조문객을 받고 2일 영결식을 열 예정이다.
일평생 '기술 중심 주의'를 강조해온 조 명예회장의 업적이 재조명됐다. 공학도 출신인 그는, 일각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스판덱스·타이어코드 등 효성그룹의 글로벌 1위 제품을 만든 장본인이다. 1971년에는 국내 기업 최초로 기술연구소를 만들기도 했다. 회사 기술자들이 나일론 생산기술 연수를 받던 이탈리아로 신혼여행을 떠났을 정도로 기술에 올인했다.
이날 조문을 온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기자들에게 "고인은 대한민국의 기술 경영의 선각자였다"며 "이를 모범으로 삼아서 후배들이 앞으로도 잘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조문에 앞서 따로 추도사를 내고 "기업가 정신의 모본(模本)이 되며, 기술입사(技術立社)를 넘어 기술입국(技術立國)의 중요성을 깨우쳐준 분"이라며 "쉽게 따라할 수 없는 기술력 확보를 강조하며 오히려 투자를 늘려 현재의 결실을 일궈냈다"고 밝혔다.
'섬유 라이벌' 코오롱그룹의 이웅열 명예회장은 장례식장에서 "대선배였고, 우리 섬유업계의 별이었던, 대단한 분"이라고 추모했다. 지난달 30일 조문을 온 김윤 삼양사 회장은 "섬유 산업의 선구자로 아주 큰 거목이었다"고 평가했다.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은 "본인이 기술자로, 기술 경영을 했던 분"이라며 "그래서 지금 효성그룹에 세계 최고의 기술이 많다"고 말했다.
이같이 조 명예회장이 심은 '기술의 효성' DNA를 유지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게 장남 조현준 회장과 삼남 조현상 부회장의 과제가 될 전망이다. 글로벌 1위 사업인 스판덱스와 타이어코드의 업그레이드부터 숙제다. 친환경 고기능성 스판덱스, 전기차용 타이어코드 등의 기술을 고도화하고 점유율을 확대한다는 게 효성그룹의 방침이다.
1968년생인 조현준 회장과 1971년생인 조현상 부회장의 재계에서 역할 확대에 기대를 거는 목소리도 있다. 조 명예회장은 생전 전경련 회장 등으로 활발히 활동하며 '민간 외교관' 역할을 했었다. 장례식을 통해 두 형제의 재계에서 존재감이 확인되기도 했다. 조현준 회장의 절친으로 알려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과 친분이 있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한 걸음에 조문을 왔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1976년생), 허윤홍 GS건설 대표(1979년생), 정기선 HD현대 부회장(1982년생), 한화의 김동관 부회장(1983년생)과 김동선 부사장(1989년생) 등 5~10세 정도 어린 재계 인사들도 차례로 빈소를 찾았다.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의 경우 재계의 '젊은 피'들과 모임을 자주 가지며 소통을 수시로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기선 부회장은 두 형제의 이름을 거론하며 "평소에 후배들을 잘 챙겨주는 분들이어서 꼭 인사드리러 오고 싶었다"고 말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최태원 회장이 어떻게 보면 (재계) 1세대하고 2세대의 중간 역할을 하고 있다"며 "(조현준·조현상 형제에게) 그런 점을 부탁드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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