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식기와 다리 바꿨다"…실험실서 태어난 기괴한 생명체의 정체

머니투데이 박건희 기자 | 2024.04.01 13:00

포르투갈 굴벤키안 과학 연구소

정상적으로 발달한 쥐 배아(왼쪽)과 생식기 대신 뒷다리가 2개 더 생겨 다리가 6개인 모습으로 발달한 쥐 배아(오른쪽). /사진=네이처 커뮤니케이션

포르투갈 과학연구소 생물학자들이 배아의 유전자를 편집해 다리가 6개 달린 쥐를 만들었다. 배아 발달에 관여하는 특정 유전자를 조절하면 생명체의 생식기와 다리의 개수를 바꿀 수 있다는 연구 결과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는 포르투갈 굴벤키안 과학연구소 연구팀이 지난 20일 배아 발달에 관여하는 신호 전달 경로에 있는 유전자 'Tgfbr1'이 생물의 생식기와 다리 개수를 결정짓는 메커니즘을 규명했다고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전했다.

네 발 달린 동물의 뒷다리와 외부생식기는 같은 세포 조직에서 발생한다. 오랜 시간에 걸친 진화 과정에서 각 동물이 효율적으로 이동하거나 교미할 수 있도록 뒷다리나 생식기로 발달했다. 연구팀은 배아 발달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Tgfbr1'을 연구하던 중 Tgfbr1이 동물의 척수 발달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확인하고자 실험 쥐에서 해당 유전자를 비활성화했다.

연구팀은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Tgfbr1를 없앤 배아를 살펴봤더니 정상적인 쥐 배아와 달리 뒷다리가 2개 더 생겨있었다. 생식기로 발달되어야할 부분이 Tgfbr1 유전자에 변이가 생기면서 뒷다리와 비슷한 형태로 발달한 것이다.



유전적으로 변형된 쥐 배아의 골격을 3D로 재구성한 결과. 보라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원래 생식기였지만 뒷다리 형태로 발달한 부위다. /사진=네이처 커뮤니케이션

Tgfbr1이 비활성화되자 생식기 또는 뒷다리 구조의 형성을 유도하는 유전자 조절 네트워크가 제어됐다. 그 결과 유전자의 활동이 바뀌면서 뒷다리의 개수가 늘어나고 외부 생식기는 사라지는 식으로 발달했다.

연구팀은 "이미 진화 과정에서 생식기로 발달하도록 결정된 부위도 유전자를 조절하면 뒷다리 등 다른 부위로 발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연구의 의의를 설명했다. 향후 다리가 없는 뱀 등 파충류의 생식기도 사지동물과 동일한 과정을 거쳐 발달하는지 확인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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