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 팔면서 "영감받은 브랜드" 뻔뻔…90% 싼 폴로, 뭔가 보니[르포]

머니투데이 상하이(중국)=박수현 기자 | 2024.04.02 05:50

[자오자오 차이나]

편집자주 | 중국은 가깝고도 먼 나라입니다. 서로를 의식하며 경쟁하고 때로는 의존하는 관계가 수십세기 이어져 왔지만, 한국 투자자들에게 아직도 중국 시장은 멀게만 느껴집니다. G2 국가로 성장한 기회의 땅. 중국에서 챙겨봐야 할 기업과 이슈를 머니투데이의 '자오자오 차이나' 시리즈에서 찾아드립니다.

지난달 3일 오후 5시쯤 상하이 최대의 번화가 난징동루 인근에 위치한 디브 폴로(DIV POLO) 매장. /사진=박수현 기자
지난달 3일 오후 5시. 중국 상하이 최대 번화가인 난징동루에선 상인들의 호객 행위가 한창이었다. 잘 닦인 보행로 옆으로 애플, 삼성전자, 로레알 등 세계 각국의 유명 브랜드 매장이 빼곡했다. 그 가운데 미국 패션 브랜드인 폴로 랄프로렌과 유사한 '짝퉁' 브랜드 매장도 있었다.

'디브폴로'(DIV.POLO). 국내에도 익숙한 폴로 랄프로렌의 로고와 이름을 살짝 변형한 브랜드였다. 기존 브랜드명에 알파벳을 추가하고 말을 탄 사람이 스틱을 위로 든 로고에서 스틱 그림만 쏙 뺐다. 노란 조명을 켠 매장 곳곳에는 '최대 90% 세일'이라고 적힌 안내판이 붙었다.

매장 직원은 휴대용 마이크를 들고 손님을 불러 모았다. 고개를 갸웃거리던 사람들은 하나둘 매장에 들어가 옷을 들춰봤다. 매대에 무더기로 쌓인 색색의 티셔츠 가격은 79위안(약 1만4698원). 정품과 비교해 무척 저렴했다. 니트, 청바지, 후드티 등 다른 의류도 마찬가지였다.

지난달 3일 오후 5시쯤 상하이 난징동루 보행가 양옆으로 애플, 삼성전자, 화웨이 등 유명 브랜드의 매장이 늘어서 있다. /사진=박수현 기자
중국 현지에서는 아직도 유명 브랜드의 가품이 빈번하게 유통되고 있었다. 샤넬, 디올, 보테가베네타 등 유명 명품 브랜드 제품이 소위 '짝퉁 시장'이라 불리는 특정 상가에서 판매되는 것과 달리 몇몇 유명 브랜드의 가품은 정식 매장에서 판매됐다. 짝퉁을 제품 단위로 파는 것을 넘어 아예 브랜드화한 것이다.

폴로 랄프로렌의 정식 매장이 있는 난징동루에만 디브폴로 매장이 2~3곳 있었다. 상하이 전체로 범위를 넓혀보면 15곳에 이른다. 이외에도 폴로 빌레(POLO VILLAE), 폴로 술트(POLO SOORT) 등 정품을 어설프게 따라한 브랜드 매장이 상하이의 번화가나 유명 쇼핑몰에서 버젓이 영업 중이었다.

이들 매장은 브랜드명뿐만 아니라 제품 디자인도 정품을 그대로 베꼈다. 이곳에서 파는 의류나 패션잡화에는 별다른 장식이나 프린트가 없었고 폴로 랄프로렌의 상징인 말을 탄 선수가 그려진 로고 하나만 박음질돼 있었다. 다른 점은 로고의 상세한 디자인이나 색감, 제품의 품질, 가격 정도였다.

가짜 브랜드는 온오프라인에서 소비자를 눈속임하면서 영업을 이어간다. 중국 최대 포털 사이트 '바이두'에 디브폴로를 검색해보니 '짝퉁인가 진짜인가', '어느 나라 브랜드인가' 등이 연관 검색어로 나왔다. 진품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짝퉁이 아니라 폴로에서 영감을 받은 중국 브랜드"라는 황당한 답변도 달렸다.


이같은 영업 행태에 현지인도 분통을 터트린다. 중국 리뷰 플랫폼인 디엔핑에는 디브폴로 매장에 대해 "일 년 내내 90% 세일을 하는 곳", "여행객을 속여서 장사하는 곳", "간도 크게 가품을 판다", "제품 품질이 너무 안 좋아 한 번 입었는데 못 입게 돼서 버렸다" 등의 평가가 달렸다.

중국의 가짜 무인양품(왼쪽)과 가짜 스타벅스 매장 모습. /사진=바이두
중국에서 짝퉁의 브랜드화는 낯선 일이 아니다. 지난달 중국에서는 가짜 스타벅스 가맹 사업을 벌이던 일당 17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지난해 5월부터 온라인에서 모집한 가맹 점주들에게 10만위안(약 1860만원)씩을 받고 중국 전역 50여곳에 가짜 스타벅스 매장을 열어줬던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일본 생활용품 브랜드인 무인양품을 베낀 브랜드도 논란이 됐다. 중국의 가짜 '무인양품'은 정식 브랜드와 같은 이름을 내걸고 영업하다가 오히려 정식 무인양품 브랜드에 상표권 소송을 걸어 일부 품목에 대해 승소했다. 현재 중국에서는 가짜 '무인양품'과 정식 '무인양품' 모두가 영업 중이다.

중국에서 지적재산권 보호를 위한 노력이 지속되고 있지만 짝퉁 문제는 현재 진행형이다. 박승찬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는 "중국의 산업 전략 자체가 전반적으로 '고양이를 보고 호랑이를 그리면 된다'는 생각에 따라 외국 브랜드나 서비스, 제품을 자국 상황에 맞게 변형시켜 도입하는 식으로 발전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정품과 100% 똑같은 제품을 만든다면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 등에서 대응할 텐데 '디브폴로' 사례와 같이 약간 다르지만 비슷한 브랜드에 대해서는 정식 브랜드가 소송을 걸어서 해결해야 한다"라며 "일부 부도덕한 사업가들에게 '우선 돈을 벌면 된다'는 생각이 여전히 있어서 이같은 일이 반복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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