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모자 쓴 시바견'이 더 인기를 끈다는 쪽에 19만원을 '판돈'으로 걸어 88만원을 땄다. 기자가 가상자산(암호화폐) 가격 방향성을 예측하는 파생상품시장에서 털모자 쓴 시바견이 마스코트인 밈코인 '도그위햇'이 오를 것이라는 데 베팅을 하는 체험을 해본 결과다.
장난삼아 만들어지는 코인인 밈코인의 최근 '이상 랠리' 현상에 파생상품 특유의 레버리지 효과가 더해져 300% 넘는 수익률이 나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밈코인, 파생상품 모두 높은 변동성으로 인해 치명적 손실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달 31일 새벽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의 선물(futures·파생상품의 일종)거래에서 140달러(약 19만원)를 들여 도그위햇의 상승에 투자(롱 포지션)했다. 그 결과 실험 시작 14시간 만에 원금과 순이익 510달러(69만원)를 합쳐 650달러(88만원)를 회수했다. 360% 수익률이다. 도그위햇은 2023년 12월 발행된 신생 밈코인이다. MZ세대 소액 투자처(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자)로 인기가 많은 도지코인·시바이누·페페코인 등 기존 유명 밈코인의 대항마가 될 것으로 기대되면서 최근 한달 간 512% 급등했다.
이번 '추격 매수' 실험에선 도지코인이 실험 시작부터 14시간에 걸쳐 15% 오르는 동안 40배 레버리지를 사용해 봤다. 파생상품시장에선 투자 원금을 증거금(margin)으로 내면 배율에 따라 수익률을 높이는 레버리지 거래가 가능하다.
문제는 손실률도 똑같이 증폭되는 리스크가 있다는 점이다. 예측과 조금만 다르게 가상자산 가격이 움직여도 선물 포지션이 강제청산(마진콜)될 수 있다.
실제 1일 가상자산 거래정보업체 코인글래스에 따르면 최근 24시간 동안 전세계 가상자산선물시장에서 도그위햇에 대한 93만5000달러(12억6000만원) 규모 마진콜이 발생했다. 특히 롱포지션에서 나온 마진콜이 47만3800달러로 숏 포지션(46만1200달러)을 웃돌았다.
가상자산 대장주 비트코인의 4월 반감기, 미국의 6월 금리인하설에 따라 가상자산은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부쩍 각광받고 있다. 밈코인도 덩달아 오르면서 '가상자산시장을 재정의하는 새로운 자산군'이란 평가도 일각에서 제기됐다. 하지만 기술의 창의성이 부적하다거나 사용처가 모호하다는 본질적 한계에 대한 비판이 많다.
유명 가상자산 이더리움의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은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서 "올해는 밈코인이 업계 주요 논제"라며 "대다수 밈코인은 가격만 오르내릴 뿐 별다른 가치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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