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강백호가 포수라니' KT에 무슨 일이, 그런데 왜 잘하지? 사실 예견된 기용이었다

스타뉴스 안호근 기자 | 2024.04.01 09:04
KT 강백호가 31일 한화전에서 8회말 포수 마스크를 쓰고 있다. /사진=티빙(TVING) 중계화면 캡처
1승 7패 최하위에 머물고 있는 극심한 부진 만큼이나 야구 팬들을 놀라게 만드는 장면이 나왔다. 강백호(25·KT 위즈)가 깜짝 포수로 출전한 것이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지난달 31일 KT 위즈와 한화 이글스의 시즌 3번째 맞대결이 펼쳐진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 8회말 돌연 강백호가 포수 마스크를 썼다.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했던 강백호의 포수 변신에 바뀐 투수 박영현이 8번 타자 자리에 이름을 올렸다.

8회 한화에 1점을 더 내주긴 했지만 강백호의 포수 변신은 큰 문제없이 마무리됐지만 팬들 사이에 적지 않은 화제가 됐다. 일각에선 '3-14로 대패해 경기를 포기했다', '원정에서 팬서비스를 하는 것이냐' 등 비판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실상은 오히려 승부가 이미 기운 상황이었기에 평소 구상하던 것을 테스트해보는 기회가 된 것이라고 볼 수 있었다.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2018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KT의 지명을 받은 강백호는 서울고 시절 투수는 물론이고 포수도 맡았던 선수였다.

데뷔 후 초반엔 주로 외야수로 뛰었다. 그러나 2020년 1루수로 위치를 옮겨 두 시즌을 보냈지만 2022년엔 거의 지명타자로만 나섰다. 지난해엔 외야수 복귀를 시도했고 23경기 159이닝을 우익수로 나서기도 했지만 지명타자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2019년 4월 20일 사직 롯데전에서 프로 데뷔 후 처음 포수 마스크를 썼던 강백호. /사진=KT 위즈
부침이 있기도 했지만 강백호의 타격 능력에 대해선 여전히 누구도 의심치 않는다. 통산 타율 0.311이 방증한다. 다만 수비 활용도는 데뷔 이후부터 늘 고민거리였다.

새 시즌과 함께 도입된 ABS(자동 투수 판정 시스템)가 이강철 감독의 생각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ABS 시대에선 포수의 포구가 미치는 영향력이 눈에 띄게 감소한다. 특히나 프레이밍으로 인한 스트라이크 판정은 사실상 무의미해졌다.

그런 측면에서 이강철 감독은 강백호의 포수 복귀를 고려했었다. 지난달 15일 이 감독은 "결국 이제는 프레이밍이 필요 없는 것 같다. 블로킹 잘하고 송구 잘하는 포수가 1등 아닌가. 이제 어떻게 잡는지는 의미 없다"면서 "그럼 (강)백호를 (포수) 시켜야 하는데"라고 말했다.

이 감독은 마침 더그아웃에 있던 강백호를 향해 "백호야, 너 포수 시키려고 하는데 어떠냐"며 "ABS 체제에서는 그냥 잡기만 하면 된다. 프레이밍은 안 해도 된다. 네가 포수를 본다고 하면, (김)준태와 (강)현우는 집에 간다고 할지도 모르겠는데(웃음). 백호야. 한 번 생각해보자. 굿 아이디어 아니냐"고 말했다.

취재진이 지켜보는 앞에서 던진 농담조에 가까운 말이었지만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고교 시절까지 포수를 봤고 프로에서도 임시방편이긴 했지만 두 차례 포수 마스크를 쓴 일이 있었다.


이에 강백호도 "저는 좋은데, 생태계가 파괴될 것 같은데요"라고 맞받아치며 "저는 어디라도 좋습니다"라고 답했다.

2019년 4월 12일 포수로 나섰던 강백호. /사진=KT 위즈
이어 이 감독은 "(장)성우가 그만둘 때쯤 한번 생각해봐야겠다"면서 "그런데 저는 백호가 예전에 포수로 한 번 나가면서 장비를 찼는데, 그렇게 참 잘 어울리더라. 사진 하나 찍으라고 했다. 너무나 잘 어울렸다. 백호한테 '너 진짜 잘 어울린다'는 말도 했다. 포수로 뛰면 몸값도 훨씬 올라갈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나머지 고민은 다 끝나는 건데. 일단 (포수는) 자기가 자신 있는 포지션이다. 거기에 나이까지 어리다"고 단순한 농담에만 그친 발언은 아니었음을 나타냈다.

강백호는 이날 올 시즌 처음으로 포수 마스크를 썼다. 2019년 4월 20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처음 프로 데뷔 후 포수로 나섰던 강백호는 2021년 9월 15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 이후 928일 만에 프로 3번째로 다시 포수로 나섰다. 앞선 두 차례 출전과는 달랐다. 포수 김준태의 몸 상태엔 문제가 없었음에도 사실상 승부가 결정난 경기 막판 강백호를 포수로서 한 번 테스트해보겠다는 이강철 감독의 계산이 깔려 있는 기용으로 보였다.

박영현과 처음 호흡을 맞춘 강백호는 수준급으로 포구를 했고 임종찬의 1타점 적시타 때 우익수 김민혁의 송구가 옆으로 빠지자 몸을 날려가며 막아내는 투지도 보였다. 오랜 만에 포수로 나서는 선수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물론 강백호가 전격적으로 포수로 변신할 것이라고 보기는 쉽지 않다. 아무리 고교 시절 포수를 봤던 선수라고 하지만 시즌 중이고 포수는 어떤 포지션보다도 극심한 체력을 요구해 타격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날과 같이 승패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상황에선 몇 차례 더 포수 마스크를 쓸 수도 있다. 이를 통해 포수진이 부진하거나 나아가 다음 시즌 전격적으로 포수 전향까지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프로 7년차로 경험이 적지 않지만 아직도 24세에 불과하기에 성장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 있다. 강백호가 타격 퍼포먼스를 유지하면서 포수로서도 안착한다면 양의지(두산) 못지않은 특급 매물이 될 수 있다. 어쩌면 우여곡절이 많은 강백호의 커리어에 전환점이 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티빙 로고. /그래픽=티빙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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