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코퍼' 국제 구리 값 더 오른다...세계 경기 회복 신호탄일까

머니투데이 정혜인 기자 | 2024.03.31 16:48
경기 변동에 민감한 구리 가격이 최근 1년새 최고치를 기록한 데 이어 추가 상승 전망까지 나오면서 세계 경제가 회복 국면에 진입했다는 기대가 흘러나온다. /로이터=뉴스1
경기 선행 지표로 신뢰가 높아 '닥터 코퍼(Dr. Copper·구리 박사)로 불리는 구리 선물 가격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최근 1년 새 최고치를 기록한 데 이어 추가 상승 전망까지 나오면서 세계 경제가 회복 국면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30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FT) 등에 따르면 원자재 시장 분석가들은 국제 구리 가격의 추가 상승을 점치고 있다. 이들은 현재 톤(t)당 8000달러대 후반인 구리 가격이 연내 1만달러(약 1347만원)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한다.

특히 모건스탠리는 최근 메모에서 "광산 공급 차질로 70만톤의 부족이 예상되고, 이는 정제 (구리) 생산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할 것"이라며 올해 3분기까지 구리 가격이 톤당 1만200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 따르면 지난 28일 기준 3개월 물(6월 인도분) 구리 선물 가격은 톤당 8867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 16일에는 톤당 9089달러로 종가 기준 연중 최고이자 지난해 4월 이후 최고 가격을 경신했다.

구리는 원유·금 등에 비해 지정학적 영향을 덜 받고, 제조업 전반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핵심 소재다. 이 때문에 구리 가격 변동은 다른 원자재보다 실물 경기 방향을 잘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고, 구리 가격이 오르면 경기 회복 신호로 해석한다. 최근 원자재 최대 소비국인 중국의 일부 경제지표가 개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다 구리 가격까지 치솟자 세계 경기회복이 시작됐다는 낙관론이 시장에 퍼졌다.

하지만 FT는 최근 구리 가격의 강세는 중국 수요 회복보다 주요 광산 폐쇄로 인한 구리 생산량 감소에 따른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구리 선물과 현물 가격이 100달러 이상 차이나는 등 1994년 이후 30년 만에 최대치로 벌어졌는데 이는 향후 구리 공급 상황이 급변할 수 있다는 분석가들의 우려가 반영된 것이라고 짚었다.


구리 선물 가격 추이/그래픽=김현정

ANZ리서치의 다니엘 헤인스 선임 원자재 전략가는 "중국이 연례 최대 정치행사 양회를 앞두고 구리 재고를 확보해 현물 시장은 아직 공급 감소 영향이 반영되지 않은 상태"라며 중국이 확보한 재고가 바닥을 드러내면 공급 부족에 따른 가격 변동이 나타날 것으로 봤다.

구리 공급 감소 경고는 남미 주요 생산국의 대규모 광산 폐쇄와 주요 광산의 생산성 하락 등으로 지난해부터 제기됐다. 맥쿼리는 지난해 9월 구리 채굴 업체 생산량 감소를 이유로 올해 세계 구리 공급량 전망치를 100만톤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중국 제련업체들의 감산 계획도 구리 공급 감소 전망의 주요 배경 중 하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의 13개 주요 제련업체는 최근 올해 생산량 5~10% 축소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사실상 '0'에 가까운 사상 최저 수준의 제련 수수료와 구리 채굴량 감소에 대응해 감산 계획을 세웠다고 통신은 설명했다. 이들의 감산 소식에 지난 29일 중국 상하이선물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구리 가격은 톤당 350위안을 기록했다. 이는 한 달간 5.4% 상승한 것으로 2022년 11월 이후 월간 기준 최대 상승 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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