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사의 표명, '尹의 결단'…민심 흐름 관건
윤 대통령은 총선 과정에서 불거졌던 '황상무 수석·이종섭 대사' 논란에서 결과적으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요청을 모두 받아들인 모양새다. 황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은 지난 20일 사퇴했고 이 대사는 21일 귀국해 9일 만에 면직됐다.
29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제청한 이 대사의 면직안을 재가했다. 이날 외교부는 "이종섭 주호주대사 본인의 강력한 사의 표명에 따라 임명권자인 대통령께 보고드려 사의를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대사는 이날 오전 변호인을 통해 사의 표명 사실을 밝혔다. 이 대사는 "저는 그동안 공수처에 빨리 조사해 줄 것을 계속 요구해왔다. 그러나 공수처는 아직도 수사기일을 잡지 않고 있다"며 "저는 방산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가 끝나도 서울에 남아 모든 절차에 끝까지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러기 위해 오늘 외교부 장관께 주호주 대사직을 면해주시기 바란다는 사의를 표명하고 꼭 수리될 수 있도록 해주실 것을 요청드렸다"고 밝혔다.
이른바 '도주 공세'에 시달려온 이 대사는 방산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 참석 등을 위해 현재 귀국해 있는 상태다. 그간 대통령실은 이 대사에 대해 6개월간 조사를 안하고 시간만 보내온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문제라며 야권의 공격에 적극 반박해왔다. 이 대사가 부임하기 전에 공수처를 직접 찾아가 조사받고, 소환하면 언제든 귀국해 조사받겠다고도 했는데 어떻게 '도주'라는 말이 성립할 수 있느냐는 입장이었다.
자진 사퇴 형식이지만 이는 윤 대통령의 결단에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사가 논란의 중심에 있는 가운데 대사 자체가 '특명전권대사'로서 나라를 대표해 주재국에 나가 있는 만큼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용인 등이 없으면 마음대로 사퇴하기도 어렵다. 또 다른 여권 고위관계자는 "(이 대사 사퇴에 대한) 당의 요청도 있었고 이를 대통령이 대승적으로 수용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인사 운용에서 책임소재와 잘잘못을 철저히 따지는 윤 대통령이 이처럼 논란만으로 이 대사의 사퇴를 결정한 것은 4.10 총선을 코앞에 둔 여론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가운데 여전히 수도권 등 주요 격전지에서는 각종 여론조사(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국민의힘 후보들이 열세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여권 내에서는 이대로 가면 대패해 야당이 개헌과 탄핵소추안 의결 등 모든 국회 권한을 휘두를 수 있는 '200석 이상' 승리를 거둘 수 있다는 위기감도 확산한다.
한동훈 위원장은 이날 평택 유세에서 "국민의힘이 부족한 게 많이 있다. 저도 안다"며 "저희가 여러분들이 지적하실 때마다 그때그때 힘들어도 비판 받아도 반성하고 반응하고 있지 않느냐"고 했다.
이어 "황상무 수석 문제를 비판하시고 문제 있다고 하셨을 때 제가 어떻게 했느냐. 건의했고 관철했다"며 "이종섭 대사 외국 있을 때 귀국해야한다고 해서 설득했다. 이종섭 대사, 오늘 저도 건의했습니다만 사퇴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이 과거에 이러지 않았지 않느냐"며 "우리는 정말 처절히 바뀌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한 위원장은 수원 유세에서는 "황상무 수석 문제라든가 이종섭 대사 문제라든가 정부도 충분히 할 말이 있다. 그럼에도 여러분이 불편하다 하면 저는 무조건 여러분 입장에 맞췄다"며 "여러분 입장에 맞춰 우리 당 입장이 유연하게 바뀌었다. 그게 국민의힘의 정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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