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얼마나 기술을 중시했는지는 결혼을 둘러싼 일화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조 명예회장은 부인 송광자 여사와 결혼식 후 신혼여행을 이탈리아 포를리라는 곳으로 갔다고 한다. 이탈리아로 신혼여행지를 선정한 것은 아름다운 풍광 때문이 아니었다.
이 지역은 효성그룹의 전신인 동양나이론의 기술자들이 나일론 생산기술을 익히기 위해 연수를 받고 있던 곳이었다. 효성그룹 관계자는 "직원들과 함께 직접 기술연수 지역으로 신혼여행을 갈 정도로 기술에 대한 열정을 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1980년대 당시 폴리프로필렌 사업에 도전할 당시에도 이같은 면모를 보였다. 회사 내부에서는 원료 확보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안 하는게 좋겠다"고 만류했다. 하지만 조 명예회장은 '안되는 이유 백 가지' 보다 '되는 이유 한 가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한다.
조 명예회장은 수소문 끝에 미국의 한 회사에서 가스에서 수소를 추출해 프로필렌을 만드는 탈수소공법을 적용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아직 개발중인 신공법인데다 이를 상업화할 기술이 없었으나 조 명예회장은 용단을 내렸고, 결과적으로 탈수소공법을 적용한 폴리프로필렌 사업은 큰 성공을 거뒀다.
재계 관계자는 "실무진과 토론도 많이 했고, 임원들도 생각이 다르면 조 명예회장에서 그건 틀린 것 같다며 건의하기도 한 것으로 유명하다"며 "해외 출장을 갈 때도 수행원 없이 늘 혼자 다닐 정도로 허례허식을 싫어했고,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의전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조 명예회장은 29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9세. 명예장례위원장으로 이홍구 전 국무총리가, 장례위원장으로 이상운 효성 부회장이 나선다. 장례는 효성그룹장으로 내달 2일까지 5일장으로 치러진다. 빈소는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되며, 영결식은 내달 2일 오전 8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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