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험상품 금지 국가 없는데…" 홍콩 ELS 규제 고민하는 당국

머니투데이 이창섭 기자 | 2024.03.30 14:30

[자율배상 홍콩 ELS, 산 넘어 산]④고위험 상품 해외사례 살펴보니

고위험 금융상품 소매 규제 예시/그래픽=조수아
은행권이 홍콩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손실에 자율배상하기로 결정하면서 ELS와 같은 고위험 금융상품을 은행에서 계속 판매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은행의 고위험 상품 판매가 전면 금지될 가능성은 작다. 해외 선진국 사례가 없어서다. 투자자를 제한하는 등 판매 문턱을 높이는 다양한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3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고위험 상품 판매 제도 개선을 준비 중이다. 금감원은 최근 내부 협의체를 구성해 은행 영업창구 판매 행태·상품 구조의 문제점 등을 공유했다.

이번 홍콩 ELS 논란으로 은행의 고위험 상품 판매를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해외 선진국 중 은행이 개인에게 고위험·고난도 상품을 아예 못팔게 하는 사례는 없다. 이에 고위험 상품을 조건부로 허용하면서 판매 문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2019년 DLF(파생결합상품) 사태이후에도 금융당국은 고위험 상품 판매를 전면 금지하지는 않았다.

금융당국은 업계 관계자 의견을 수렴하면서 해외 사례도 참고 중이다. 미국에서는 은행 창구에서 금융상품을 판매할 때 투자자 자격을 제한한다. 가령 옵션 매도가 내재한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경우에는 과거 옵션 관련 투자 경험이 있는 고객에게만 권유한다. ELS와 같은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가 처음인 고객에겐 판매하지 않는다.

영국에선 은행이 고위험 상품을 개인에게 판매할 때 IFA(독립자문인)를 거쳐야 한다. IFA는 오직 고객에게만 자문 수수료를 받는다. 고객에게 투자 상품을 추천하면서 고위험 투자 시 조언하는 역할을 한다. 투자 손실을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고객의 수익률을 은행 성과와 연동하는 방안도 있다. 고위험 상품 판매와 은행 직원의 성과과 직결되는 현행 평가제도가 불완전판매를 야기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객 수익률과 비례해 은행 직원 성과를 측정하면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상품 판매가 줄어들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고객 수익률과 비례해서 은행이 판매 보수를 나중에 받는 '후취 수수료' 도입이 거론되는 이유다.


고위험 상품을 신탁으로 판매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2019년 DLF(파생결합펀드) 사태 당시 금융당국은 고위험 상품의 신탁 판매를 금지했다. 그러나 홍콩H 지수 등 주요국 대표 주가지수로 구성된 파생상품은 예외적으로 은행의 신탁 판매를 허용했다. 당시 금융당국이 예외를 허용해서 이번 홍콩 ELS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신탁은 운영 자산 관리를 목적으로 사용하는 건데 ELS라는 고위험 상품 하나 넣고 판매 보수만 높게 받아 가는 방식으로 신탁을 쓰는 나라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홍콩ELS피해자들이 29일 서울 여의도의 한 은행 앞에서 집회를 열고 금융상품 손실 보상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우리나라의 고위험 상품 판매 규제가 선진국에 비해 약한 건 아니다. DLF 사태 이후 소비자 보호 규제가 강화하면서 녹취 의무, 적합성 보고서 제출, 투자숙려제도 등이 도입됐다.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 이후에는 과징금 부과 체계도 갖췄다.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원인을 규명하고 규제 준수를 강제할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실장은 "오히려 해외는 우리나라보다 규제가 느슨한 부분이 있는데 상대적으로 집행을 엄격하게 하는 부분이 있다"며 "가령 이번 ELS와 같은 사태가 발생하면 판매 라이선스 자체를 몰수하거나 3년간 판매를 중단시키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금소법에선 불완전판매에 따른 과징금이 판매 수입의 50% 이내로 부과하게 돼 있는데 이를 고객 손실 금액의 최대 3배까지로 상향하는 더 징벌적인 과징금 제도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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