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전쟁의 전쟁 파트

머니투데이 루카스 베드나르스키 S&P글로벌 수석 애널리스트 | 2024.03.30 06:01

[High-Tech Powers]'배터리 전쟁' 저자 루카스 베드나르스키 고정 칼럼
⑧반도체 전쟁의 전쟁 파트



반도체는 종종 분쟁의 맥락에서 논의된다. 일반적으로 중국과 미국의 기술 경쟁이나 러시아, 중국에 대한 제재를 의미한다. 때로는 이란과 북한도 포함된다. 반도체에서의 우위가 전쟁의 결과를 결정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인지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거론 돼 왔다. 과거 철의 장막 뒤에 있던 국가들이 서방으로부터 반도체 관련 기술을 훔치기 위해 첩보 활동을 벌인 것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80년대 중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탱크와 병사 수에서 소련의 수적 우위에 맞설 수 있는 최선의 해답으로 반도체 분야에서 미국의 우위를 꼽았다.

그러나 오늘날 널리 보도되는 기술 경쟁에서 반도체가 군대에 정확히 어떤 이점을 제공하는지 설명하는 자료를 찾기는 어렵다. 이는 일반적으로 모호한 느낌으로 표현된다. 이 글에서는 군과 반도체 산업의 관계, 이 전략적 교차점에서 어떤 도전과 기회가 창출되는지, 무기와 방어 시스템에 반도체가 정확히 어떻게 사용되거나 사용될 것인지에 대해 살펴보려 한다.



군사력에서도 핵심인 반도체…美 군사용 반도체 생산지 대만


대부분의 군대는 신뢰할 수 있는 파운드리에서 반도체를 공급받는 걸 선호한다. 무기에 사용되는 반도체 설계의 복잡성을 적에게 알리고 싶지 않기 때문에 어느 정도 비밀이 보장되는 걸 선호한다. 백도어에 노출돼 공격자가 취약점을 쉽게 파악하는 걸 원하지 않는다.

이러한 이유로 미국 국방부는 군사 애플리케이션에 필요한 반도체의 안전한 제조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신뢰할 수 있는 파운드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이 프로그램에는 반도체 제조 부문에 걸쳐 수십 개의 반도체 회사가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국내 시설만으로는 미군의 수요 규모를 감당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신뢰할 수 있는 파운드리 생산은 우주·핵 또는 첩보 등 가장 비밀스럽고 중요한 애플리케이션으로 제한된다. 대부분의 반도체는 시장에서 구입한다. 가장 큰 군대와 정보 기관조차도 기술의 발전과 정교함 측면에서 상업 시장의 가장 큰 플레이어와 경쟁할 수 없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제임스 본드 영화와 할리우드의 비밀 군사 프로그램 묘사를 보면 무의식적으로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

직관적으로 보면 우주 산업과 마찬가지로 군대에도 오래된 레거시 반도체가 많이 필요하다. 이는 우주와 군사 모두에서 기술의 신뢰성이 혁신의 필요성보다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부품에 대한 인증 프로세스도 광범위한 평가와 테스트를 포함해 오래 걸린다. 부품이 인증을 받으면 새로운 버전으로 다시 프로세스를 진행하지 않으려 한다. 이는 군 공급망 관리자에게도 골칫거리다. 무기가 계속 작동하려면 정비를 받아야 하는데, 시간이 지나면 구형 레거시 반도체를 구하는 게 매우 어려워질 수 있다. 비축된 반도체의 유통기한도 무한한 것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군에 공급하고 정부와 거래하는 게 막대한 부를 얻는 확실한 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적어도 반도체에 관한 한, 상업용 반도체 회사들은 이 길에 뛰어들고 싶어 하지 않는다. 군대는 까다로운 고객이다. 규정 준수 요구 사항이 까다롭고 설계 및 제조 요구 사항이 매우 이례적일 수 있다. 군은 생산 과정에서 비정형적이고 생소한 재료의 사용을 요구할 수 있으며, 일반적으로 상업 시장을 목표로 하는 생산자 관점에서 소량을 주문한다. 또한 국가의 개입은 주주의 관점에서 기업의 의사 결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비동맹국은 물론 동맹국이라도 안보상의 이유로 투자를 차단할 수 있다.

미국과 다른 많은 국가들이 군대에서 사용하는 대부분의 반도체는 대만에서 생산되며, 이는 대만의 매우 특별한 위치를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예를 들어 미국은 F-35 전투기와 정밀 미사일에 사용되는 알테라 및 자일링스 FPGA(프로그래머블반도체)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 국방부는 더 효율적인 ASIC(애플리케이션별 집적 회로)를 생산할 수 있는 파운드리를 찾을 수 없기 때문에 FPGA에 의존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FGPA의 장점은 미국에 도착했을 때 비밀리에 프로그래밍할 수 있다는 것이지만, ASIC에 비해 성능 손실은 여전히 존재한다. 애리조나에 TSMC가 건설한 새로운 팹이 미군 공급업체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한 가지 관점에서 이러한 움직임은 이 섬(대만)을 둘러싼 분쟁 시 공급망을 더 안전하게 만들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 관점에서 섬 방어의 중요성을 감소시킬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급으로 인해 전략적으로 비축된 반도체가 이미 고갈됐다고 생각한다. 미국에서 생산할 수 있다면 공급망을 단축하고 생산 속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과거에 분쟁으로 인해 미군의 수요가 갑자기 늘어날 경우를 대비해 TSMC와 합작회사를 설립해 예비 생산 능력을 확보하려는 아이디어가 있었지만 실현되지 못했다.




美, 레거시 반도체 상당량 中서 공급받아…칩스법으로 한국·대만 추격 초점


반도체 산업의 특정 부문에서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지속된 반도체 부족 현상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코로나19 관련 봉쇄 조치로 인해 콘솔과 노트북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고 재택근무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외출과 여행에 대한 지출이 증가함에 따라 2023년 반도체 판매량은 전반적으로 감소했지만, 일부 자동차 및 가전 제품 회사는 여전히 충분한 반도체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성숙한 레거시 노드에서 운영되는 파운드리는 민간 고객 공급이 너무 넘쳐 맞춤형 군용 주문을 수용하기 어려웠다.

놀랍게도 미군은 레거시 반도체의 상당 부분을 전 세계 성숙 노드 생산 능력의 약 3분의 1을 보유한 중국에서 공급받고 있다. 미국 반도체 및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에 따른 520억 달러의 보조금은 7 nm(나노미터, 10억분의 1미터) 이하의 첨단 반도체 생산에서 대만과 한국을 따라잡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국은 또한 2022년 10월 중국에 대한 포괄적인 제재 조치에서 첨단 반도체만을 표적으로 삼았다.

서방에서는 성숙 반도체와 레거시 반도체의 공급이 여전히 타이트한 반면, 중국은 이 분야에서 생산 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 말까지 중국에서만 30개 이상의 새로운 성숙 및 레거시 파운드리가 가동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미국 상무부는 미국 기업들이 구세대 반도체를 어떻게 조달하고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새로운 설문조사를 시작했다. 반도체 전쟁의 전선이 성숙한 반도체 기술로 이동한다는 것을 의미할까? 아직은 지켜봐야 한다.

첨단 반도체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에서는 현재보다 미래의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빠르게 진화하는 AI 기능으로 군사 전략가들은 언젠가는 AI가 주도하는 통합 지휘 시스템에 의존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이러한 시스템에서는 위성 원격 감지, 항공 측량, 드론, 카메라와 센서가 장착된 지상의 군사력 등 다양한 출처에서 실시간으로 정보가 제공될 것이다. 이 풍부한 정보는 AI 모델에 제공돼 대응에 대한 나노 초 단위의 결정을 내리고, 다양한 자동화된 무기와 군인들이 이를 실행하게 된다. 이러한 예측은 인간 지휘관이 지치거나 감정적으로 변하지 않는 AI 기반 시스템에 대응하는 속도와 효과를 따라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가정한다. 이러한 자동화된 지휘 및 통제 시스템은 첨단 반도체를 기본으로 하는, 정교하고 컴퓨팅 파워를 많이 사용하는 AI 모델에 의존하게 될 것이다.

2022년 10월 제재의 목적은 이러한 블록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차단하고 중국이 자체적으로 제조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와 장비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는 것이었다. 이처럼 반도체는 단순한 부품이 아니라 차세대 전쟁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점점 더 복잡해지고 기술에 의존하는 세계에서 전략적 우위를 유지하려는 미국의 노력에 필수적인 요소다.

*이 칼럼에서 표현된 견해와 의견은 전적으로 필자 개인의 것이며 소속회사의 것을 대변하지 않습니다. 필자와는 Twitter에서 @LithiumResearch를 팔로우하거나 hitechcolumn@gmail.com으로 연락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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