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들이 최근 요청하는 공사비 증액의 정도를 보면 선뜻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상승폭이 몇 년 새 50~60% 이상인 경우가 많다. 인건비와 자재비가 아무리 올랐다고 한들 그건 너무한 것 아닌가 하는 시각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사실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금융비용이다. 도시정비조합은 초기 사업비를 조달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시공사로부터 자금을 차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시공사는 초기 사업비 대여금뿐 아니라 조합원들의 이주기간에 이주비 등에 대해서도 그 금융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사업비 대여금만 수천억 원에 이르는 곳이 많고 이주기간이 수년에 해당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 비용이 만만치 않음을 알 수 있다. 조합원들이 당연하게 누려온 금융편의, 이주비에 대한 이자 등이 공사원가에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문제는 2022년부터 금리인상과 더불어 우리 건설업계에 불어닥친 PF(Project Financing)대출 이자율이 두 자릿수 금리로 올라왔고 그 금리가 여전히 유지된다는 점이다. 건설사들 입장에서는 급격히 불어난 금융비용을 공사도급계약에 반영하지 않으면 막대한 손실을 감내할 수밖에 없으니 건설사들을 탓할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금융감독원이 지금이라도 PF 현장점검에 나선다고 하니 늦었지만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PF 현장점검이 말뿐이 아니라 실제 효과로 나타나기 위해서는 금리가 정상화하는 것이 가시화해야 한다.
공사비 갈등에서 숨겨진 이유는 마감재에 관한 것이다. 건설사들이 공사하면서 그래도 이득을 볼 때는 단지 고급화를 내세우며 브랜드 홍보효과 등을 생각해 마감재의 품질을 거의 무상으로 상향해주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최근 들어서는 조합마다 마감재 상향 요구가 일상화했다. 지난해 입주한 옆 단지 아파트에 시공된 창호와 싱크대 등 인테리어보다 더 고급화한 사양을 원하는 심리는 당연한 것일 수 있지만 그 대가지급엔 매우 인색한 것이 현실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그렇게 고급화해 시공한 인테리어는 심지어 오래가지도 못한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입주하자마자 본인이 원하는 대로 새로 인테리어 시공을 해 버려지는 경우가 적지 않아서다. 그로 인한 사회적 낭비가 너무 심한 것이다. 차라리 기본사양의 아파트를 시공하게 하고 공사단가를 낮추면서 적절한 시점에 본인이 원하는 사양을 선택해 시공하게 하는 것이 한 가지 방법이 될 것이다.
지방자치단체 역시 정비사업의 사업성 악화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지방자치단체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하는 시행자에 숙원사업을 맡겨 손쉽게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다. 물론 재정을 아낀다는 면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지만 인허가권과 감독관청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정비사업자에 부당한 부담을 지우는 것은 위법의 소지가 있다.
모쪼록 정부의 의지대로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활성화하면서 비합리적인 면을 제거해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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