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5인분 먹고 지하 왔다 갔다…"마약 했네" 익명 제보자는 '친딸'

머니투데이 이소은 기자 | 2024.03.27 16:39
1심에서 1년6개월 형을 받은 4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형량이 늘었다. 이 남성의 마약 투약 사실을 제보한 익명의 제보자가 남성의 친딸인것으로 드러나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1심에서 1년 6개월 형을 받은 4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형량이 늘었다. 이 남성의 마약 투약 사실을 제보한 익명의 제보자가 남성의 친딸인 것으로 드러나서다.

27일 뉴시스에 따르면 제주지방법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오창훈)는 최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횡령, 특수폭행, 상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원심판결(징역 1년6개월)을 파기하고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40시간 약물 중독 재활 교육 프로그램 이수 명령 및 추징금 10만원도 내렸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을 제보한 사람은 다름 아닌 피고인의 딸 B씨다. B씨는 수사기관에서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조사받은 후 이 법정에서 비로소 증인으로 출석해 실명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이어 "B씨의 진술은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지어낼 수 없을 정도로 매우 구체적이다. '피고인이 마약을 한 것 같다'라는 추측성 진술이 아니라 '피고인이 이전에 마약을 했을 때와 같은 증상을 보이니 마약을 했음이 분명하다'라는 확신에 찬 진술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B씨는 피고인과 재산 분쟁 등 이해관계가 전혀 없고 단지 피고인으로부터 가족들을 보호하기 위해 제보한 것으로 보인다. B씨의 진술과 피고인의 모발 감정 결과 및 휴대폰 기지국 위치 등과 결합해 보면 공소사실에 대한 명확한 증거로 작용하고 있다"고 판시했다.

B씨는 법정에서 "10여년 전 자신이 초등학생 무렵부터 아버지 A씨의 마약 투약 정황을 인지했다" 진술했다. 이후 2016년께 투약 혐의로 수감된 사실도 알았고 A씨가 마약을 하면 보이는 특이한 증상도 기억했다.


특히 2021년 10월 제주도 내 장례식장에서 A씨의 행태를 보고 마약 투약을 직감했다. 부산에서 지내다가 제주도로 들어오기 직전 마약 투약 행위 등을 했을 것으로 보고 제주경찰청에 관련 내용을 제보했다. A씨는 당시 계절에 맞지 않은 반바지를 입고 말이 어눌해졌는가 하면 밥을 5인분 이상 먹고 지하와 지상층 계단을 계속해서 오르내리며 과거 필로폰을 투약했을 때와 같은 모습을 보였다.

B씨가 아버지를 경찰에 제보한 이유는 가정폭력 때문이다. A씨는 평소 가족들에게 돈을 내놓으라고 협박하고 욕설과 난폭한 행동을 하면서 모든 가족을 죽이겠다고 했다.

B씨는 "더 이상 고통을 받으면서 살고 싶지 않아 경찰에 알렸다"고 법정에서 진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B씨의 진술을 모두 증거로 채택, 마약 투약 혐의를 무죄로 선고한 원심(1심)판결에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판단했다. 1심 때 정체를 숨긴 B씨는 '제보자'로 분류되며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받지 못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2021년 10월 22일부터 24일까지 부산시 동구 및 제주시 일대에서 향정신성의약품인 메스암페타민(필로폰)을 생수에 희석해 팔뚝에 주사하거나 음료에 타서 마시는 방법 등으로 투약한 혐의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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