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71) 회장이 은퇴연령 등 근로 패턴과 노후연금 시스템을 뜯어 고치지 않으면 전 세계가 '은퇴 대란'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파이낸셜타임즈(FT)·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을 종합하면 핑크 회장은 이날 투자자들에게 보내는 연례 서한에서 "적정 은퇴 연령이 65세라고 여겨지는 기준은 오스만 제국 시절 유래한 것으로 전 세계가 이 개념부터 바꿔야 한다"며 "21세기 중반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의 가장 큰 경제적 과제는 은퇴 대란을 해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1299~1922년 존속한 오스만 제국을 빗대 '적정 은퇴연령 65세'라는 인식이 100년 이상 묵은 오래된 개념이라고 꼬집은 것이다. 100여년 전엔 공적 연금에 가입했던 노동인구의 절반 가량이 65세 이전에 사망했기 때문에 사회보장연금(Social Security) 제도가 유지될 수 있었지만 현재는 고령화 속도가 워낙 빨라 연금 고갈 속도를 이미 따라 잡았다는 것이 핑크 회장의 주장이다.
실제로 미국 사회보장국은 2034년부터 가입자 모두가 연금 혜택을 받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예측했다. 핑크 회장은 "우리는 더 많은 사람이 장수하기를 원하지만, 그것이 국가의 은퇴 시스템에 미칠 막대한 영향을 간과해선 안된다"며 "65세 이상인 부부 중 한 명이 90세까지 사회보장연금을 받을 확률은 50%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은퇴자 수뿐 아니라 은퇴기간이 늘어나면서 현재의 연금 시스템에 엄청난 부담요인으로 작용한다는 풀이다.
향후 20년 안에 많은 국가들이 고령화 전환점에 도달할 것이 자명한데도 대부분 사람들이 일을 그만둔 뒤 필요한 충분한 자금을 저축하지 못한 것도 문제로 꼽았다. 핑크 회장은 "미국인 10명 중 4명은 적절한 퇴직 자금은커녕 통장에 비상금 400달러(약 54만원)도 갖고 있지 않다"며 "자본주의처럼 더 많은 사람들을 빈곤에서 벗어나게 하거나 삶의 질을 높여주는 수단은 없다"고 말했다.
핑크의 서한은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다 문제를 제기하는데 더 많이 힘이 실렸지만 젊은 세대들이 느끼는 절망을 반영한 의미 있는 조언이라고 FT 등 외신들은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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