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 폐암 세포야"…사표 낸 서울의대 폐암 명의의 사과, 왜

머니투데이 정심교 기자 | 2024.03.26 16:59
폐암 명의로 평가받는 정진행 분당서울대병원 병리과 교수. 정 교수는 25일 병원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사진=분당서울대병원
의대 증원에 반발하고 업무 과중을 견디지 못하겠다는 이유로 전국 의대 교수들이 줄줄이 사직서를 내는 가운데, '폐암 명의'로 알려진 정진행(서울대 의대) 분당서울대병원 병리과 교수가 '폐암 세포'에게 사과했다. 무슨 일일까?

정진행 교수는 26일 자신의 SNS에 "정든 병원에 사직서를 내고 잠이 올 리가 없다. 누구라도 그러하듯 나도 나름 열심히 살았고, 이 병원에서 온 힘을 다해 폐암 병리를 연구해오며 몇 가지는 세계 폐암학회에서 주요 의제로 채택되기도 했다"며 말문을 열었다.

앞서 서울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25일 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강남센터 등 4개 병원 교수진이 참석한 가운데 비상총회를 열고 이날부터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결의했다. 일단 교수 400여 명이 사직서를 내기로 했는데, 정진행 교수도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정 교수는 26일 기자에게 "병원에 사직서를 냈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SNS에서 "폐암이 어떻게 전파해서 생명을 빼앗아 가는지, 그 비밀의 문을 살짝 열려는 지금, 이 순간 사직서를 병원에 내고 집으로 돌아와야만 했던 이 밤 쉬이 잠들지 못하고 쓴 알코올만 목으로 넘긴다"고 토로했다.

이어 "미안하다 폐암 세포야. 내가 너의 비밀을 풀어주려 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정 교수는 서울의대 교수협의회 1기 비상대책위원장이던 지난달 26일 기자회견에서 "저는 그래도 조금 유명한 폐암 병리학자"라며 "폐암 병리학자의 본분으로, 실험실로, 연구실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계적인 폐암 학자가 되기 일보 직전이었는데 비대위 일을 하고 있다"며 "폐암 병리 전문가로서 연구실에 빨리 돌아가 폐암을 연구하고 세계적인 학자가 되고 싶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병리과 의사인 정 교수는 주로 폐암과 두경부암, 골종양 의심 병변을 확인해 암을 확정 진단해왔다. 병리과 의사가 암으로 확진하면 암 환자는 그 진단에 적절한 치료 방법은 뭔지, 추가 검사로 뭘 더 받는 게 좋은지 등의 절차를 밟는다.

정 교수는 지난해 김종일 교수(서울의대 유전체의학연구소), 이주현 교수(영국 케임브리지대)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인체 유래 폐 기도 오가노이드(미니 장기)를 활용해 최근 주목받는 오가노이드의 줄기세포 분화도 연구와 질병 모델 가능성을 확인한 연구 결과를 발표해 주목받은 바 있다.

그는 또 2022년엔 미국캐나다병리학회(USCAP) 최우수논문상(F. Stephen Vogel Award)을 한국인 최초로 받았다. 당시 연구에선 폐 선암종 침윤 형태 중 하나인 STAS의 분포 정도에 따라 등급(I·II)을 나누고, STAS 등급 II 환자는 폐암 병기를 기존에 알려진 것과 다르게 변경(T1에서 T2로)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정 교수는 "폐암 환자에게 STAS가 있는 경우 수술과 항암치료 대상까지 변경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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