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국민주주시대의 주총방식

머니투데이 한지연 기자 | 2024.03.27 06:01
지난 20일 열린 삼성전자 제 55기 정기주주총회. 한종희 부회장과 경계현 사장을 포함한 사장급 사업부장들까지, 총 13명의 주요 경영진이 주총장 연단에 올랐다. 이들은 주주들의 다양한 질문에 적극적으로 답해 소통에 목마른 주주들의 호응을 받았다. 이같은 주주와의 대화 시간이 올해 비로소 마련됐지만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른다. 법무부가 지난해 말 완전 전자주총 시행 근거를 담은 상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이다.

완전 전자 주총은 물리적, 시간적 제약을 없앤다는 점에서 주총 현장에 오기 힘든 주주들의 접근성을 확대한다는 장점이 있다. 주주들이 더욱 편리하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기업 입장에선 오프라인 행사 진행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모두 줄일 수 있다. 그러나 1년에 딱 한번 주주들이 공식적으로 경영진을 대면하고 의견을 전달하는 창구가 아예 사라질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온라인 특성상 경영진이 일방적으로 주주 질문을 선별해 답하게 되면 소액 주주의 의견이 묵살될 수 있어서다. 오히려 완전 전자주총이 주주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얘기다.

글로벌 양대 의결권 자문기관인 글래스루이스와 ISS는 완전 전자주총을 반대하고 병행 전자주총을 추천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미국 인텔은 과거 완전 전자주총을 실시하려다 주주들의 반대로 현장 주총으로 되돌아 왔다.

국내 개인투자자 수는 코로나를 기점으로 급격히 늘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한국의 개인투자자 수는 1441만명으로, 같은 기간 인구 4993만명 대비 29%, 경제활동인구 2867만명과 비교하면 절반에 이른다. 말 그대로 국민 주주 시대가 도래한 셈이다.


이르면 내년 3월 주총부터 완전 전자주주총회가 가능해진다. 개별 회사는 정관을 통해 전자주주총회 개최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 온라인이냐 오프라인이냐, 사실 주총의 그 방법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닐 것이다. 상장사들이 주총을 어떻게 주주와 회사 간의 효과적 소통의 장으로 만들 것인지 고민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소액주주라고 해도 주주는 말 그대로 '회사의 주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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