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김선생님"…리딩방 리더가 나만 알려준 '특별한 정보' 실체는

머니투데이 김지훈 기자 | 2024.03.27 05:30

[리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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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가상자산 거래소 관련 의혹이 제기된 리딩방에서 투자를 유도했던 일원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


현금 인출 중단 등에 따라 '가짜 가상자산(암호화폐)거래소'라는 논란이 제기된 한 가상자산거래소(이하 A거래소)에 대한 투자를 이끈 '리딩방 리더'가 "3월 50배 수익이 가능한 좋은 거래가 있다"며 '일대일 육성 레슨'에 나섰던 정황이 포착됐다. 대외적으로 행적이 묘연한 상태에서도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암호화폐) 시세가 폭등하자 A거래소에 투자금을 입금하라고 독려한 것으로 보인다. 가상자산시장에서 리딩방 등 변종 투자 유치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가운데 '리딩방 총책'의 행보를 살펴봤다.



A거래소 현금 인출 중단 메시지

머니투데이가 입수한 3월8일자 1분49초 분량 음성 파일에 따르면 자신을 '김○○'라고 밝힌 남성이 한 투자자에게 카카오톡상에서 핸드폰 번호가 표시되지 않는 음성 채팅 기능인 보이스톡으로 "어떻게 가용한 자산 금액이 있으신가"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이하 김씨)은 A거래소와 연계된 리딩방의 리더인 '김 선생님'이 대외적으로 밝혀 왔던 자신의 이름이다. 김씨는 미국의 비농업 분야 경제지표 등 금융 분야 이슈와 가상자산 투자를 연결지어 설명하기도 했다.

김씨를 비롯한 리딩방 운영진은 핸드폰 연락처와 소재지가 불분명한 상태다. 투자자에게 일대일로 접근할 땐 골프 연습을 하는 프로필 사진 등을 올린 리딩방 여성 멤버·여성 비서 등이 보이스톡 등으로 투자를 유도하곤 했다. 김씨가 직접 일대일로 연락을 하는 것은 이례적이어서 당시 '투자 유치'에 심혈을 기울였던 것으로 보인다.

자신을 '김○○'라고 밝힌 남성이 한 투자자에게 카카오톡상에서 핸드폰 번호가 표시되지 않는 음성 채팅 기능인 보이스톡으로 "어떻게 가용한 자산 금액이 있으신가" "3월 50배 수익이 가능한 좋은 거래가 있다"등 메시지를 남겼다. 사진은 녹취 파일 재생 이미지.
제보자인 50대 투자자는 "11차례 A거래소에 돈을 충전했지만 그 뒤로 더는 충전을 안 하니 김씨가 처음엔 다른 사람을 통해 보이스톡을 보냈다"며 "그 뒤로도 입금을 안하니 스스로 연락을 해 온 것 같다"고 했다.

실제 김씨는 보이스톡에서 "최대한 빨리 자금 확보해 보시고 준비를 해보시는 걸 추천드린다"며 투자를 독려했다. 이 투자자는 A거래소의 현금인출 중단에 따라 1억원 규모 손실을 입었다고 했다. 이 밖에도 A거래소가 중개하는 특정 가상자산이 글로벌 시세와 달리 급격한 변동성을 보이면서 선물 포지션이 강제청산돼 지난달 3억원 피해를 봤다는 투자자도 존재한다.
한국어로 서비스되는 A가상자산거래소의 아톰 선물 시세.

투자자들은 A거래소가 입금액을 벗어난 손실분을 추가로 입금해달라는 등 메시지를 보내며 현금 인출을 막곤 했다고 입을 모았다. 사이버 공격을 받았다는 이유로 현금 인출을 중단한 경우도 있다고 한다.


김씨는 리딩방 회원들에게 KPMG·딜로이트와 같은 글로벌 회계·컨설팅사들로부터 상을 받을 만큼 역량이 출중하다고 선전해온 자산관리업체의 창업자로 자신을 소개해 왔다. 하지만 기자가 KPMG·딜로이트 측에 각각 사실 관계 확인을 요청한 결과 해당 업체에 상을 준 적이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A거래소의 의심스런 행보에 따라 경찰 신고에 나선 투자자들도 하나둘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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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김씨는 본지로부터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받은 직후 프로필 사진을 내리고 어떤 답변도 하지 않고 있다. 다만 김씨는 일부 투자자에게 "A거래소에 대한 뉴스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며 "경쟁자들이 시장 점유율과 사용자를 빼앗기 위해 퍼뜨린 허위 정보다. 그들이 말하고 싶은 것과 발표하고 싶은 것은 그들의 자유다" 등 입장을 밝혔다.
A거래소 홍보물
금융감독원은 지난 20일 가짜 가상자산 거래소 사기에 소비자경보 주의를 발령하며 투자자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하지만 소비자 피해가 확산하는 와중에 정부 대처가 미흡했다는 비판도 일부 투자자 사이에서 나온다.
(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21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4.3.2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A거래소와 관련한 억대 피해를 호소하는 투자자들이 지난달 등장했기 때문이다. 당시부터 한국어 웹사이트 개설 등 국내 미인가 거래소가 해서는 안 되는 행위를 A거래소가 했다는 의심도 제기돼 왔다. 가상자산사업자(VASP) 감독 당국인 금융위원회가 상황을 관망했고 방송통신위원회가 A거래소 사이트를 차단하지 않으면서 피해를 키웠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금감원은 A거래소 사건을 최근 가상자산 사건 관련 중대 피해를 야기한 사건으로 인지하고 경찰 등과도 소통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투자자는 "이달 7일 국민 청원을 했는데 8일 법무부 이송, 18일 지방경찰청으로 돌고 돌아 이송된 상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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