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가 입수한 3월8일자 1분49초 분량 음성 파일에 따르면 자신을 '김○○'라고 밝힌 남성이 한 투자자에게 카카오톡상에서 핸드폰 번호가 표시되지 않는 음성 채팅 기능인 보이스톡으로 "어떻게 가용한 자산 금액이 있으신가"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이하 김씨)은 A거래소와 연계된 리딩방의 리더인 '김 선생님'이 대외적으로 밝혀 왔던 자신의 이름이다. 김씨는 미국의 비농업 분야 경제지표 등 금융 분야 이슈와 가상자산 투자를 연결지어 설명하기도 했다.
김씨를 비롯한 리딩방 운영진은 핸드폰 연락처와 소재지가 불분명한 상태다. 투자자에게 일대일로 접근할 땐 골프 연습을 하는 프로필 사진 등을 올린 리딩방 여성 멤버·여성 비서 등이 보이스톡 등으로 투자를 유도하곤 했다. 김씨가 직접 일대일로 연락을 하는 것은 이례적이어서 당시 '투자 유치'에 심혈을 기울였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 김씨는 보이스톡에서 "최대한 빨리 자금 확보해 보시고 준비를 해보시는 걸 추천드린다"며 투자를 독려했다. 이 투자자는 A거래소의 현금인출 중단에 따라 1억원 규모 손실을 입었다고 했다. 이 밖에도 A거래소가 중개하는 특정 가상자산이 글로벌 시세와 달리 급격한 변동성을 보이면서 선물 포지션이 강제청산돼 지난달 3억원 피해를 봤다는 투자자도 존재한다.
투자자들은 A거래소가 입금액을 벗어난 손실분을 추가로 입금해달라는 등 메시지를 보내며 현금 인출을 막곤 했다고 입을 모았다. 사이버 공격을 받았다는 이유로 현금 인출을 중단한 경우도 있다고 한다.
김씨는 리딩방 회원들에게 KPMG·딜로이트와 같은 글로벌 회계·컨설팅사들로부터 상을 받을 만큼 역량이 출중하다고 선전해온 자산관리업체의 창업자로 자신을 소개해 왔다. 하지만 기자가 KPMG·딜로이트 측에 각각 사실 관계 확인을 요청한 결과 해당 업체에 상을 준 적이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A거래소의 의심스런 행보에 따라 경찰 신고에 나선 투자자들도 하나둘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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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김씨는 본지로부터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받은 직후 프로필 사진을 내리고 어떤 답변도 하지 않고 있다. 다만 김씨는 일부 투자자에게 "A거래소에 대한 뉴스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며 "경쟁자들이 시장 점유율과 사용자를 빼앗기 위해 퍼뜨린 허위 정보다. 그들이 말하고 싶은 것과 발표하고 싶은 것은 그들의 자유다" 등 입장을 밝혔다.
A거래소와 관련한 억대 피해를 호소하는 투자자들이 지난달 등장했기 때문이다. 당시부터 한국어 웹사이트 개설 등 국내 미인가 거래소가 해서는 안 되는 행위를 A거래소가 했다는 의심도 제기돼 왔다. 가상자산사업자(VASP) 감독 당국인 금융위원회가 상황을 관망했고 방송통신위원회가 A거래소 사이트를 차단하지 않으면서 피해를 키웠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금감원은 A거래소 사건을 최근 가상자산 사건 관련 중대 피해를 야기한 사건으로 인지하고 경찰 등과도 소통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투자자는 "이달 7일 국민 청원을 했는데 8일 법무부 이송, 18일 지방경찰청으로 돌고 돌아 이송된 상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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