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주현 한미 사장 "가족 4명이 함께 하는 이사회, 상장회사로 적절하냐"

머니투데이 구단비 기자 | 2024.03.25 17:39
사진 왼쪽부터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과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이 25일 서울 송파구 한미약품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사진=구단비 기자
"주주제안(임종윤·임종훈) 측의 제안을 받아들일 경우 한미그룹의 이사회는 대주주, 즉 가족 구성원 4명이 이사회에 함께 하게 되는데요. 이 모습이 과연 한미약품이 상장회사로서 가지고 가야하는 객관성을 유지할 수 있는 이사회인지 궁금합니다."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의 통합을 진행하고 있는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은 25일 서울 송파구 한미약품 본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한미약품 그룹 오너가는 OCI와의 통합을 추진하는 모녀 송영숙 회장·임주현 사장과 이를 반대하는 형제 임종윤·임종훈 한미약품 사장 간의 대립이 계속되고 있다.

임 사장은 "한미약품은 지난해 최대 실적을 이뤄내고 국내 사업본부에서는 로수젯 단일품목 하나로 1800억원의 매출을 이뤄냈고 원외처방 1위를 6년째 지켜냈다"며 "연구개발 투자도 끊임없이 하고 이번 4월에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리는 미국암연구학회(AACR)에서 최다 발표인 10건 발표가 예정돼 있다"고 했다.

이어 "최대 실적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반영이 안되는 부분에 대해선 무척 안타깝다"며 "대주주들의 상속세 문제,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 문제가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임 사장은 "여러 고민 끝에 OCI홀딩스와 통합 준비를 하게 됐고 이를 통해 저희가 하고자하는 연구개발에 대한 꿈을 이룰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고 말했다.

임 사장은 "주주제안이 한미그룹이 미래를 향해 나가는데 있어 필요한 이사회 구성인지 다시 한 번 고민해주길 바란다"며 "어떻게 보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미사이언스는 오는 28일 정기 주총에서 최대 6명의 이사를 선임할 예정인데 모녀측이 제출한 6명, 형제측이 제출한 5명의 후보자 선임안을 일괄 상정해 다득표순으로 선임하는 표 대결을 진행한다.

현재 모녀측의 지분은 재단을 포함해 35%, 임 형제측의 지분은 28.42%다. 최근 개인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회장(12.15%)이 형제 측을 지지하면서 임 형제측이 확보한 지분은 40.57%로 크게 늘었다. 임 사장은 "(형제측 지지를 발표한) 금요일 전날인 목요일에도 직접 찾아뵙고 회사를 어떻게 꾸려나가겠다고 말씀드렸다"며 "그럼에도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은 나름 고심하셨겠지만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대화를 통해 입장을 더 확실히 설명하고 설득할 수 있도록 마지막 순간까지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에 따라 한미그룹과 OCI통합은 7.66% 지분을 갖고 있는 국민연금의 결정이 중요해졌다. 임 사장은 이와 관련해 "국민연금도 한미사이언스의 대주주이기때문에 정당한 루트로 모녀측의 입장을 말하고 있다"며 "관련해서 단언해서 말씀드리기는 조심스럽기 때문에 (설득을 위해 노력한다고) 이해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임 형제의 해임이 담긴 그룹 인사발령에 대해서 "(송영숙) 회장이 오랜 기간 숙고했다. 분쟁으로 보여지는 상황이 조금 정리되길 바라면서 기다린 것으로 안다"며 "주총을 앞두고 어려운 결정을 내린 이유로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무엇보다 조직 안에서 일어날 혼란을 방지한 것이다. 회사가 흔들리면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임 형제 측이 주장한 1조원 투자를 통해 50조원대 회사로 키우겠다는 것에 대해서는 "한미의 상황을 충분히 숙고하고 말한 것 같지 않다. 평택 공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의 동물세포배양과는 다른 차별점이 있는 공정이라 규모를 비교하기는 쉽지 않다"며 "또 1조원이라는 금액은 크지 않다. 투자금으로 어떤 일을 할 것인지, 어떤 조건으로 투자받았는지 설명해준다면 우리도 반대할 이유는 없다"고 반박했다.

임 사장은 "사모펀드들이 지분을 매각하라는 제안이 많이 있었지만 선대 회장의 뜻을 받들고 한미만의 DNA를 지키는 선택은 OCI와의 통합"이라며 "만약 OCI와의 통합을 결정하지 않았다면 국내 상위 제약사의 모습은 유지했겠지만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임종윤 사장에게 빌려준 266억원과 관련해서는 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했다며 "채무 관계가 정리된다면 저의 상속세 상당부분은 해결된다"며 "OCI 통합으로 상속세를 해결하려 했던 것은 송영숙 회장의 구주매각으로 얻는 재원으로 납부 가능하다고 검토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 과정이 잘 마무리됐을 때 가족간 화해, 봉합도 당연히 이뤄내야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며 "당연히 대화나 화해를 시도하겠다"고 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 등장한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은 "3년간 보호예수에 동의한다"라면서 "한미를 돕겠단 생각으로 투자를 결정했다. 투자 후 몇 년간은 이익이 없을 것을 각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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