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없는 살인'..악성 민원에 지친 공무원 달래는 서울 구청[시티+줌(zoom)]

머니투데이 기성훈 기자 | 2024.03.31 09:00
"악성 민원은 공무원 노동자에게 이젠 단순한 '갑질'을 넘어 '흉기 없는 살인'입니다."

석현정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은 최근 악성 민원에 시달리던 공무원이 사망한 것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올 들어 서울 각 구청들이 관련 공무원 보호를 위한 지원을 한층 더 강화하고 있는 이유다.

31일 서울시와 각 구청에 따르면 중구는 감정노동 고위험군에 속하는 사회복지 공무원과 민원 담당 직원 등을 우선으로 '예방적 마음 건강 검진'을 실시한다. 직원이 개별적으로 상담센터나 병원에서 직무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과 불안, 무기력증 등이 있는지 검사를 받고 비용을 신청하면 직원 1인당 20만원 이내에서 진료비를 실비로 지급한다. 전 직원을 대상으로 운영하던 '마음 건강 상담실'도 개선한다. 정해진 상담센터에서 진행했던 것을 직원이 원하는 병원에서 상담받을 수 있도록 하고, 비용 지원도 1인당 연간 40만원까지 확대한다.

중구는 지난달 '특이(악성) 민원 대응 교육'도 진행한 바 있다. 김길성 중구청장은 "일반 민원과 악성 민원은 반드시 구별해야 하고, 악성 민원엔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며 "직원들도 자기도 모르는 새 마음의 병을 얻지 않도록 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동구 민원 창구 민원인 시야 위치에 '지금 마주하고 있는 직원은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입니다'라는 상호존중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사진제공=성동구청
성동구는 안전한 민원 환경을 조성하고 서로 존중하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 상호존중 안내문을 제작한 뒤 행복민원실 등 민원 접점 부서와 17개 동 주민센터 민원창구에 배포했다. 이 안내문엔 '따뜻한 미소와 배려의 한마디로 마주하고 있는 직원을 존중해 주세요', '지금 마주하고 있는 직원은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입니다' 등의 문구를 넣어 상호존중의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앞으로도 진정성 있는 소통으로 직원이 행복하고, 구민도 함께 만족하는 행정서비스를 지속 추진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악성 민원대응 매뉴얼을 마련한 구청도 있다. 광진구는 악성민원 초기 단계부터 동장이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담당 동장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또 악성민원 대책회의를 주기적으로 열어 사례와 해결방안을 공유할 예정이다. 여기에 감사담당관, 총무과, 자치행정과 등 5명 내외의 직원으로 구성된 현장 대응지원단도 가동한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악성 민원인은 정당한 사유 없이 민원을 제기하고 상식에 맞지 않는 주장을 펼친다"면서 "민원담당 공무원 보호를 위한 휴대용 보호장비, 법률 지원 등 현실적 지원책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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