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아 후보, 팬이에요"…'과학 도시' 유성에 뜬 '카이스트女 모델'

머니투데이 대전=오문영 기자, 대전=천현정 기자 | 2024.03.26 06:00

[the300] [2024 빅매치 르포] '대전·충청' 격전지를 가다-대전 유성을ⓛ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후보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대전 유성을 국회의원 후보가 지난 21일 대전 유성구 승적골삼거리에서 아침 출근길 인사를 하고 있다./사진=오문영 기자
"반갑습니다. 국회의원 후보 황정아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지난 21일 오전 11시.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대전 유성을 국회의원 후보가 전국과학기술연구전문 노동조합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지부 노조원들과의 간담회를 마친 뒤 직원들과 인사하기 위해 구내식당에 들렀다. 직원들은 "영광입니다" "화이팅 하세요"라며 황 후보를 맞았다. 한 60대 남성 연구원은 "황정아 후보님 팬이에요! 제 아들도 좋아해요"라며 사진 촬영을 요청하기도 했다.

50대 연구원 A씨는 황 후보와 인사한 뒤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R&D(연구개발) 연구지원을 위해 열심히 일해 주실 것이라고 믿고 있다. 워낙 이쪽 분야에 본인이 계셨어서 연구원의 고충이나 이런 부분도 잘 알고 계시지 않나"라며 "또한 유성구에 오래 사셨고 자녀들도 여기서 키우셨기 때문에 지역 현안에 대해서도 공약을 잘 세워서 추진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TV 드라마 '카이스트' 속 여주인공의 실제 모델이기도 한 황 후보는 전남 여수 출신으로 전남과학고를 나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에서 학부와 석·박사를 마쳤다. 카이스트 겸직교수이자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과학기술위성 1호인 우리별 4호 탑재체 제작, 누리호 탑재 도요샛(초소형 위성) 개발을 주도했다. 이번 4·10 총선에서 민주당 과학기술 분야 인재로 발탁돼 유성을 전략공천을 받았다. 민주당에서 국민의힘으로 당 옮긴 지역구 5선 현역 이상민 후보와 맞붙는다.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대전 유성을 국회의원 후보가 지난 21일 오전 11시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구내식당에서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는 모습,/사진=오문영 기자
황 후보는 '여성 과학자' 타이틀을 토대로 유성을에서 무서운 속도로 인지도를 쌓아가고 있었다. 특히 유성을이 품고 있는 '과학기술 요람' 대덕연구개발특구(대덕특구) 연구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었다. 그를 처음 본 사람들도 명함에 쓰인 이력을 보곤 동지애를 느끼듯 호감을 내비쳤다. 정부의 R&D(연구개발) 예산 삭감에 대한 부정적 여론도 크게 한몫하는 분위기였다.

이를 정면으로 겨냥해 황 후보는 R&D 시스템 복원을 1호 공약으로 내세웠다. R&D 예산에 국가 예산의 5% 이상을 투입하도록 하는 'R&D 예산 목표제'를 법제화하고, 5000억 규모의 R&D 추경(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 게 핵심이다. 유성구를 과학강국 수도로 육성하기 위한 △우주항공청 연구개발 본부 유치 △나노·반도체 국가첨단산단·안산국방산단 조기 구축 등의 공약도 내놨다.

황 후보는 "근거 없는 과학기술 R&D 예산 삭감에 대해 많은 시민께서 분노하고 계신다. 특히 R&D 예산 삭감은 우리 유성의 지역 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히고 있다"며 "우리 지역 민생경제 그 자체인 R&D 시스템을 복원하고, 유성의 초격차 연구개발 역량이 경제와 산업으로 연결돼 민생경제를 살찌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대전 유성을 국회의원 후보가 지난 21일 오전 11시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구내식당에서 IITP 직원과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사진=오문영 기자
유성구에서 약 30년 동안 살며 세 아이를 키운 경험을 토대로 육아·교육·주거·문화 등 공약도 빼놓지 않았다. △공공산후조리원 설립 및 산후조리비용 지원 등 아이돌봄 국가책임제 △지역첨단산업 장학제도 도입 및 학급당 학생 수 감축 등 공교육 인프라 강화 △청년·신혼부부 공공주택 및 주거비 지원 확대 △소규모 영화관·공연장·지역민 모임방 등 지역복합형 문화공간 조성 등이다.

황 후보는 "거리 인사를 다니다 보면 '못 살겠다. 바꿔달라'는 시민들이 너무나도 많다. 그만큼 대전 유성 시민들의 삶이 고통받고 있다는 것"이라며 "또한 최근 지역의 큰 시장인 노은 시장을 찾았는데 소상공인분들께서 제 손을 꼭 잡고 '제발 민생을 회복시켜달라' 하실 때 정말 막중한 책임감을 느꼈다. 민생경제를 반드시 복원해 시민들의 삶을 지키겠다"고 했다.

황 후보는 이날 IITP를 찾기 전 출근길 인사, 이웃 돕기 모금 행사, 국립대전현충원 참배 등 일정도 수행했다. 출근길 인사는 승적골삼거리에서 했다. 대덕특구로 출근하는 사람들이 지나가는 곳이다. 황 후보는 본인 이름이 크게 적힌 피켓을 목에 걸고 30cm 정도 높이의 발판 위에 올라서서 지나가는 차량들을 향해 오른손을 흔들었다. 그를 알아본 사람이 창문을 내리고 인사하거나 아는 체를 할 때면 "감사합니다"라고 크게 외치며 90도 폴더 인사를 했다. 경적을 "빵! 빵!" 울리며 황 후보에게 호응하는 시민도 있었다.

대덕특구로 걸어서 출근을 하던 30대 연구원 윤모씨는 황 후보와 인사를 한 뒤 머니투데이 더300과 만나 "황 후보를 처음 봤고 누군지 몰랐다"면서도 "명함 이력을 보니 관심이 생긴다"고 했다. 항공우주 관련 연구를 한다는 60대 B씨는 R&D 예산 삭감 얘기를 꺼내며 "한번 이렇게 예산을 없애면 뒤처질 수밖에 없고, 이를 되돌리는 데 30년 이상은 걸린다"며 "황 후보를 찍어 정부를 견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대전 유성을 국회의원 후보가 지난 21일 오전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아 현충탑에 참배하고 있다./사진=오문영 기자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대전 유성을 국회의원 후보가 지난 21일 오전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아 현충탑에 참배하고, 친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묘역을 찾은 모습./사진 제공=황정아 후보 캠프
황 후보는 1시간가량 이어진 출근길 인사를 마친 뒤 국립현충원을 찾아 총선 승리 의지를 다졌다. 국립현충원에는 황 후보의 친할아버지가 6.25 참전 상이용사로 안장돼 있기도 하다. 황 후보는 현충탑 참배를 마친 뒤 기자에게 "이제 본선 레이스가 시작됐으니 지치지 않고 열심히 하게 해달라고 조상님들께 말씀드리고 싶었다"고 했다. 방명록에는 '과학강국 대한민국 완전히 새로운 유성을 만들겠습니다'라고 적었다.

황 후보 캠프 관계자는 "새 인물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던 상황이고 R&D 예산 삭감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아 시민분들께서 반갑게 맞아주시는 분위기"라며 "분 단위로 일정을 수행하면서 최대한 많은 사람을 만나며 긍정적인 여론을 지속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황 후보도 정치 신인답지 않게 배우고 익히는 속도가 빠르다"라고 했다.


이 관계자의 말대로 이날 머니투데이 더300이 돌아본 유성을에선 황정아라는 새 인물에 대한 기대감이 엿보였다. 정부심판론과 R&D 예산 삭감 논란도 표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분위기였다. 이상민 국민의힘 후보에 대해서는 당적을 바꾼 데 대한 비판, 관록과 안정감에 대한 기대가 공존했다.

반석역 인근에서 만난 70대 C씨는 "우리 지역은 대덕특구가 있어서 (이 분야를) 주력해서 키워야 하는데 딱 맞는 과학자 출신 황정아 후보가 왔다"며 "주변에 아는 연구원들에게 물어보니 황정아 후보 평이 좋았다. 약력도 풍부하고 과학계에서 성실하고 유능한 시절을 보낸 젊은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상민 후보에 대해서는 "5선이나 했는데 국회의장도 못 한 것을 보면 무능하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당적을 바꿔 출마한 것도 좋게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택시기사 50대 D씨도 "이상민 의원은 이제 안 된다"며 "민주당 탈당했을 때 많은 사람이 마음을 접었고, 대전 사람들은 한번 아니라고 생각하면 절대 마음을 안 바꾸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노은역 인근에서 만난 60대 E씨는 "경제 문제를 잘 다루지 못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를 심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황 후보에게 투표하겠다고 밝혔다. 경남 진해에 살다가 최근 유성을로 이사를 왔다는 50대 F씨는 "이 지역은 과학 산업단지에 대한 전폭적 지원이 필요한 동네라고 들어서 민주당, 그리고 황정아 후보를 지지하려 한다"고 했다.

반면 유성구에서 10년째 거주 중이라 밝힌 70대 G씨는 "확실히 정하지는 않았지만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힘에 투표할 생각"이라며 "이상민 의원이 당적을 바꿔서 출마했는데 연륜이 있고, 일도 잘 한다고 본다. 당적 바꾼 것에 대해서는 크게 의미를 두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대전 유성을은?



단일 선거구였던 대전 유성은 인구 증가로 인해 2016년 20대 총선부터 갑·을로 분구됐다. 유성을은 국내 최대 규모 연구단지인 대덕연구개발특구가 있는 게 특징이다. 카이스트와 충남대 등 학생을 비롯한 젊은 층이 많고 30여개 정부출연연구원 소속 노동조합이 있어 대전에서 민주당 세가 가장 강한 지역 중 한 곳으로 꼽힌다.

역대 총선 결과를 살펴보면 2000년대에 들어 민주당 후보가 잇따라 당선됐다. 민주당계로 당선됐다가 자유선진당으로 적을 옮겨 당선된 이상민 의원(2008년·18대 총선)이 유일한 예외다. 다만 신성동 내 부촌인 스마트시티와 군부대인 자운대를 중심으로 보수 정당 표가 나오는 편이며, 최근 유성 지역 아파트값 상승으로 보수 성향 목소리가 커지는 추세다.

국민의힘은 이번 총선에서 '유성 터줏대감' 이상민 현역 의원을 앞세워 반전을 모색하고 있다. 2004년 제17대 총선을 시작으로 유성에서 내리 5선을 한 이 후보는 지난해 말 '이재명 사당화'를 비판하며 민주당을 탈당한 뒤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맞서 민주당은 '우주 과학 전문가' 황정아 후보를 내세웠다. 황 후보는 카이스트 출신으로 한국우주과학회 이사이자 카이스트 항공우주공학과 겸직교수로 민주당 영입인재 6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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