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위기를 맞은 화웨이가 4년이 지난 지금, 애플과 삼성을 다시 추격하고 있다.
지난 3월 7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올해 첫 6주 중국 내 스마트폰 판매량이 작년 동기 대비 7% 감소한 가운데, 화웨이 판매량은 64% 급증했다고 밝혔다. 반면 애플의 아이폰 판매량은 24% 급감했다. 화웨이 점유율은 지난해 9%에서 올해 17%로 급증한 반면, 애플은 19%에서 16%로 줄었다.
흔히 중국인의 애국 소비가 애플 판매 부진으로 연결됐다고 얘기하지만, 애국 소비도 제품이 어느 정도 쓸 만한 수준이 돼야 발생할 수 있다.
2020년 화웨이의 발목을 잡았던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에서도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글로벌 AP시장에서 대만 미디어텍이 1억1700만개를 출하하며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말 미디어텍은 TSMC의 3세대 4나노(㎚·10억분의 1m) 공정에서 생산한 플래그십 AP '디멘시티 9300'을 출시하며 1위 굳히기에 나섰다.
하이실리콘은 지난해 9월 깜짝 공개된 화웨이의 5G 플래그십폰 '메이트60' 시리즈와 폴더블폰 '메이트X5' '노바12' 판매에 힘입어 출하량이 전년 동기 대비 5121%, 50배 넘게 폭증했다. 위 스마트폰에는 모두 하이실리콘이 설계한 7나노 AP '기린9000S'가 탑재됐다.
디스플레이 시장조사업체 DSCC는 올해 1분기 폴더블폰 시장에서 화웨이가 처음 삼성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DSCC는 삼성전자가 올해 하반기 갤럭시Z 폴드6·플립6을 출시하고 1위 자리를 되찾을 것으로 전망했지만, 올해는 화웨이 등 중국 업체의 폴더블폰 약진이 돋보이는 한 해가 될 것 같다. 또한 화웨이의 폴더블폰이 폴더블 OLED시장에서 BOE와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쟁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도 유의해야 할 대목이다.
화웨이가 몰고온 변화가 찻잔속의 태풍으로 그칠지 돌풍을 불러일으킬지 지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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