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현지시간) 발생한 모스크바 외곽 콘서트홀 테러에 전 지구촌이 애도를 표하고 있다. 2001년 미국의 9.11 테러나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이스라엘의 아픔과 결이 같다. 폭력적인 이슬람 극단주주의 희생양이라는 점에서다.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은 미국이 사전에 '경고 의무'를 다해 위험을 알렸는데 러시아가 왜 대비하지 못했느냐다.
모스크바 주재 미국 대사관은 지난 7일 "극단주의자들이 콘서트를 포함해 모스크바에서 대규모 모임을 표적으로 삼을 계획이 임박했다는 보고를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공개 발표했다. 그러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19일 연방보안국(FSB) 회의에서 이에 대해 "노골적 협박이자 우리 사회를 위협하고 불안정하게 만들려는 의도"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러시아 KGB의 후신인 FSB는 반체제 인사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전쟁을 비판하는 이들을 체포하는 데 주요 역할을 하고 있다. FSB는 이달 러시아에서 시도된 두 차례의 이슬람국가(IS)의 공격을 저지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무장괴한들이 모스크바 시 코앞까지 들어오는 것을 FSB가 탐지하지 못했다는 점은 러시아의 정보력이 그닥 완벽하지 못함을 보여준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짚었다.
정보기관의 관심이 전쟁 3년째를 맞아 우크라이나로 집중되면서 FSB에 과부하가 걸렸거나 푸틴의 재선 선거 전후로 정보활동이 내부 반체제 인사에 맞춰져 외부 테러 위협을 간과했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최대 정적이었던 알렉세이 나발니가 사라지고 압도적 득표율을 기록한 데 따른 자신감에 푸틴 스스로 취해있었을 수도 있다.
러시아 안팎에선 추모와 애도의 물결이 인다. 러시아 전역 도시와 고속도로에 테러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한 촛불과 애도 문구가 적힌 임시 추모비가 세워졌다. 부상자들을 돕겠다는 헌혈 줄도 모스크바 전역에 이어졌다. 러시아 외무부는 해외에 있는 러시아 대사관 건물에 국기를 내릴 것을 명령했고 푸틴은 24일을 국가 애도의 날로 지정했다.
한편 한국 정부도 23일 외교부가 대변인 명의 성명을 통해 "모스크바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에서 발생한 끔찍한 테러 공격의 희생자 가족에게 깊은 애도를 표하며 러시아 국민과 슬픔을 함께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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