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속에 입국한 이종섭 주호주대사가 방산협력 공관장 회의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이 대사는 지난 2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면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조사를 희망했지만 수사팀은 여건상 당분간 소환은 이뤄지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22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이 대사는 이날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만나 방산협력 관련 전략 등을 논의했다. 이 대사는 전날 귀국 직후 신원식 국방부 장관과 만나 호주로 수출된 국산장갑차 '레드백'과 'K9 자주포' 등 수출 관련 진행상황을 점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 장관과의 회의에는 방산협력 공관장 중 이 대사만 참석했다. 오는 25일 열리는 방산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에는 호주를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 UAE(아랍에미리트), 인도네시아, 카타르, 폴란드 등 6개국 주재 대사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 대사는 내주에도 석종건 방위사업청장 면담을 포함해 유관기관 방문과 관련 인사 면담 등 공식 일정을 가질 예정"이라며 "다음주 중에는 사우디·UAE·인도네시아·폴란드 공관장들도 관계부처 장관을 개별적으로 만나 업무 협의를 진행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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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주대사, 런종섭'…야권, 총선 앞두고 이종섭 공격에 집중━
이 대사는 지난해 7월 집중호우 실종자를 수색하다 숨진 해병대 채모 상병 수사 과정에서 외압을 행사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공수처 수사를 받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지난해 9월 고발당했다.
하지만 이 대사는 이달 4일 호주대사로 임명됐고 공수처로부터 출국금지된 사실까지 밝혀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출금이 해제된 지난 10일 호주로 출국해 민주당 등 야권으로부터 '도주대사, 런종섭' 등이란 비판을 받아왔다.
여기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등 여권 인사들도 4·10 총선을 앞두고 민심이 악화하고 있는 만큼 법률적 판단 여부를 떠나 이 대사의 신속 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냈다. 이런 상황에서 외교부 주관 '방산협력 공관장 회의'가 급하게 마련됐고 이 대사도 호주대사 부임 11일 만에 일시 귀국했다.
이 대사는 전날 귀국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임시 귀국한 것은 방산협력 관련 주요 공관장 회의에 참석하기 위한 것"이라며 "체류기간 공수처와 일정 조율이 잘 돼 조사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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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환해달라" vs "당분간 어렵다"…이종섭-공수처 입장차━
하지만 공수처는 당분간 소환조사가 어렵다고 밝혔다. 공수처 관계자는 "해당 사건의 압수물 등에 대한 디지털포렌식과 자료 분석 작업이 종료되지 않았다"면서 "참고인 등에 대한 조사도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할 때 위 사건 관계인에 대한 소환조사는 당분간 어렵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수사팀은 주어진 여건 속에서 최대한 수사에 전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수사 진행 정도 등에 대한 검토와 평가, 변호인과 협의 절차를 거쳐 해당 사건 관계인에게 소환조사 일시를 통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대사는 내달 4일까지 공관장 회의 일정으로 국내에 체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에는 한국-호주 간 회의 준비 일정이 있어 추가 체류 가능성도 있다. 4·10 총선을 앞두고 현 정부와 여권 등에 민심이 악화할 수 있어 이 대사의 출국은 총선 이후 이뤄지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이 대사의 출국 논란과 관련해 대통령실이 허위 공문서를 작성했다며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 관계자들을 공수처에 고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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