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의 승패는 사실상 인천·경기 지역에서 갈릴 전망이다. 전국 지역구 의석(254개)의 3분의 1에 가까운 74개 의석이 걸려 있는데다 유독 스윙보터(부동층 유권자) 지역구가 많아서다.
최근 수 년 사이 인천·경기는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세가 강해지는 경향을 보였다. 문재인 정부 시절 집값 급등으로 서울에서 이 지역으로 옮겨간 젊은 층이 늘어난 것 등과 무관치 않다.
실제로 4년 전 21대 총선에선 민주당이 경기도 59석 가운데 51석을 쓸어담았다. 당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은 7석을 얻는 데 그쳤다. 인천에서도 민주당이 11석, 미래통합당이 1석(향후 복당한 무소속 윤상현 의원까지 2석)을 얻었다.
앞선 19대, 20대 총선에서 국민의힘 계열 정당이 경기 지역에서 각각 21석, 19석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큰 변화다. 인천 역시 19대, 20대 총선에선 보수 정당이 각각 6석, 4석(윤상현 의원 포함 시 5석)을 따냈었다.
이번 총선에선 4년 전보다 인천·경기 지역구 의석이 1석씩 늘어 경기 60석, 인천 14석이 됐다. 화성·평택·하남이 1석씩 늘고 부천·안산이 1석씩 줄어든 결과다. 인천에선 서구 지역구가 1석 늘었다.
인천에선 계양을이 대권 주자 간 대결이란 점에서 이번 총선에서 가장 주목받는 격전지다. 2022년 6월 재보궐 선거에서 승리한 현역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상대로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도전장을 던졌다.
계양을은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3선을 지낸 곳으로, 민주당 계열 정당의 지지세가 높다. 그러나 이 대표가 현재 사법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한 데다 국민의힘에서 이례적으로 대선주자급 거물이 나선 것이어서 끝까지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단 분석도 나온다.
경기 지역에선 '경기도의 강남'으로 불리는 성남 분당 갑·을 지역이 최대 격전지로 분류된다. 당초 보수정당 지지 성향이 강했으나 판교신도시가 들어서면서 젊은 층이 몰리며 판세를 예측하기 힘든 상태다. 1,2기 신도시를 끼고 있어 여야 후보간 재건축 해법을 놓고 치열한 정책대결이 펼쳐지는 지역이기도 하다.
3자 구도가 뚜렷한 경기 화성을에서의 승부도 이번 총선의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전통적으로 진보 성향이 강한 곳으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출사표를 던지면서 전국에서 가장 확실한 3자 구도가 형성됐다. 국민의힘에선 이 대표보다 1세 많은 '젊은 피' 삼성전자 DS부문 연구원인 한정민 후보를 내세웠고, 민주당에선 현대자동차 사장을 지낸 공영운 후보를 공천했다.
이밖에 보수 지지세가 비교적 높은 하남갑에선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수행실장이었던 '호위무사' 이용 국민의힘 의원과 윤 대통령의 검찰총장 시절 징계를 결정한 '여전사' 추미애 민주당 후보가 맞붙는다.
박창환 정치평론가는 "문재인 정부 말기 부동산 폭등으로 서울을 떠나 경기, 인천에 유입된 젊은층이 굉장히 많다. 민주당 지지층 증가가 확연해진 게 사실"이라며 "지난 대선, 지방선거에서도 민주당이 경기에서 승리하는 데 이같은 인구구성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인천, 경기 지역이 이론적으로는 어떤 바람에 따라 흔들리는 스윙보터 지역구가 많고 최근까지 국민의힘이 우세한 지역도 꽤 있었다. 그런데 최근 이종섭 주호주대사·황상무 시민사회수석 논란으로 상당수 뒤집어진 상태"라고 진단했다. 이어 "현재는 정부·여당에 좋지 않은 바람이 불고 있는데, 이 바람의 방향이 투표까지 남은 기간 동안 어떻게 변화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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