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00억 적자에 '화들짝'?…저축은행, 서민 눈물 뺀 12년 전과 다르다

머니투데이 황예림 기자, 이창섭 기자 | 2024.03.22 17:36
저축은행의 주요 안전성·건전성 지표/그래픽=이지혜

저축은행 업계가 5500억원 규모의 손실을 보며 9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지만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때와는 다르다고 주장한다. BIS(국제결제은행)자기자본비율과 연체율 등 안전성을 가늠하는 각종 지표에서 12년 전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어서다. 금융당국도 저축은행의 손실 흡수 능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한다.

22일 금융감독원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79개 저축은행은 지난해 555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저축은행 업계는 2015년부터 연간 흑자를 유지하다가 9년 만에 적자로 전환했다. 대규모 순손실에 예금자의 불안 심리가 커지고 있으나 '뱅크런'(대규모 자금 이탈)이 발생한 저축은행 사태 때와 비교하면 체력이 근본적으로 달라진 상황이다.

가장 크게 바뀐 건 BIS자기자본비율이다. BIS자기자본비율은 자기자본에서 위험가중자산(자산을 위험도에 따라 가중치로 평가해 산출한 수치)이 차지하는 비율로, 금융사의 안전성을 측정하는 핵심 지표다. 국제결제은행 산하의 바젤은행감독위원회는 경기 악화로 부실채권이 갑자기 늘어나도 BIS자기자본비율이 충분히 높으면 위기에 대처가 가능하다고 보고 이 지표를 만들었다.

저축은행의 BIS자기자본비율은 12년 전과 달리 법정 기준치를 2배 웃돌고 있다. 저축은행에 적용되는 규제 비율은 자산 1조원 이상 8%, 1조원 미만 7%다. 지난해 12월 저축은행의 BIS자기자본비율은 법정 기준치의 약 2배 이상인 14.4%로 나타났다. 79개 저축은행 중 한 곳도 빠지지 않고 법정 기준치보다 최소 3%p(포인트) 넘게 이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2011년 6월말 저축은행의 BIS자기자본비율은 1.1%에 불과했다. 법정 기준치에 크게 미달하는 수치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11년 6월말 105개 저축은행 가운데 BIS자기자본비율이 7% 미만인 저축은행은 34개(32%)에 달했다. 0% 밑으로 떨어져 마이너스(-)를 기록한 곳도 23개(22%)에 이르렀다.


저축은행이 자본 확충을 통해 자기자본을 늘리면서 BIS자기자본비율이 개선됐다. 2011년 6월 업계의 자기자본 총액은 -1000억원이었다. 지난해 12월말 자기자본 총액 14조8000억원과 대조적이다. 12년 전엔 저축은행이 자산건전성 분류를 자의적으로 진행해 BIS자기자본비율의 신뢰성이 낮았지만 지금은 금감원 감독이 강화돼 자의적인 분류가 불가능하다. 현재 저축은행은 회계법인을 통해 3개월마다 BIS자기자본비율 등이 적정한지 감사를 받는다. 매분기가 끝나면 금감원이 교차 감사를 한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2011년보다 회계 감사의 주기와 감독 수준이 크게 엄격해졌다. 저축은행도 은행 수준의 감독을 받고 있는 것"이라며 "예전처럼 BIS자기자본비율을 인위적으로 만질 가능성은 제로(0)"라고 말했다.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비율도 2011년과 비교하면 크게 낮다. 지난해말 저축은행의 연체율은 6.6%, 고정이하여신비율은 7.7%였다. 2011년 6월말엔 연체율이 25.1%, 고정이하여신비율이 27.0%로 지금의 3.5배 수준이었다.

박상원 금감원 부원장보는 "저축은행은 최근 3~4년간 1조~2조원의 순이익을 냈는데 업권 특성상 배당을 거의 하지 않고 번 돈을 내부에 유보했다. 이로 인해 BIS자기자본비율도 높은 상태"라며 "5500억원 적자를 냈지만 저축은행 사태 이후 흑자를 지속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현재 저축은행의 손실 흡수 능력은 충분하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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