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 날던 여객기 의문의 급하강…'150명 참사' 부기장 짓이었다[뉴스속오늘]

머니투데이 민수정 기자 | 2024.03.24 07:00

편집자주 |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독일 저먼윙스 여객기./사진=뉴스1

2015년 3월24일 오전 10시쯤 독일 저가항공사 저먼윙스 9525편 여객기가 스페인 바르셀로나 엘 프라트 국제공항에서 이륙했다. 이 비행기는 약 2시간 후 독일 뒤셀도르프 국제공항에 도착 예정이었다.

그런데 프랑스 남부 알프스산맥에 다다른 무렵 프랑스 관제탑과 교신이 끊어졌다. 약 10분간 급하강한 여객기는 오전 11시쯤 알프스 산악지대에 그대로 추락했다. 1시간 사이 벌어진 일이다.

항공편에 탑승하고 있던 승객 144명과 조종사 및 승무원 6명 등 150명이 전원 사망했다.

당시 AFP 통신에 따르면 사고기의 잔해들은 알프스산맥 해발 2000m 높이에 광범위하게 퍼져있었다.

"확인했던 가장 큰 시신 일부는 캐리어 가방보다 작았다"는 한 조사대원과 "마치 거인이 축제를 위해 색종이 조각을 뿌려놓은 것 같았다"는 인근 마을 주민의 말은 현장이 얼마나 참혹했는지 잘 설명하고 있다.


비행기 결함? 기상 악천후? 조종사의 과실?…'조종실 블랙박스' 속 담긴 그날의 진실



저먼윙스항공기 잔해가 추락 지점에 흔적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흩어져있다./사진=뉴스1

사건 발생 후 비행기 결함과 기상 악천후 그리고 조종사의 실수 등 여러 의혹이 제기됐다.

그러나 프랑스 검찰 등 조사 당국이 조종석 블랙박스 음성녹음 장치를 확인한 결과 사고기 부기장이 '의도적'으로 여객기를 추락시킨 것이 밝혀졌다.

추락 직전 30분간의 대화 내용을 분석했을 때 처음 20분간 기장과 부기장은 정상적인 대화를 주고받았다.

얼마 뒤 기장이 화장실을 가려는 듯 조종실을 나가자 부기장은 문을 걸어 잠갔다. 돌아온 기장이 잠긴 조종실 문을 여러 차례 두드리며 소리쳤지만, 충돌 직전까지 부기장은 약 10분간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승객들은 추락 직전까지 이런 상황을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추정됐다. 블랙박스 분석 결과 항공기에 탑승한 승객들의 울음소리 등이 들리지 않았고 충돌하기 바로 전에야 비명이 들렸기 때문이다.


부기장 안드레아스 루비츠는 누구?


사고 발생 약 2년전 단거리 마라톤에 참여한 안드레아스 루비츠 독일 저먼윙스 부기장 모습./사진=뉴스1

사고를 낸 부기장은 독일 태생 안드레아스 루비츠, 당시 28세 청년이었다. 지인들은 그를 "조용하지만, 사교적인 젊은이"라고 묘사했다.

부기장이 의도적으로 여객기를 추락시켰다는 것이 어느 정도 입증되자 독일 경찰은 그의 거주지를 압수수색하는 등 조사를 이어갔다.

그 결과 안드레아스 자택에서 다양한 정신질환 치료 약물들이 발견됐고 약 1년6개월간 우울증 치료를 받았던 것이 드러났다. 또 컴퓨터로 자살 방법과 조종석 문 보안 체계를 알아본 정황도 발견됐다.


그는 5년간 총 40명이 넘는 의사에게 진찰받았으며 일부 의사는 안드레아스가 조종사를 하기에 부적합하다고 판단했지만, 그가 이 사실을 회사 측에 알리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직전 해에 당한 교통사고로 시력 문제와 트라우마(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도 겪고 있었다.

한편 저먼윙스의 모회사인 루프트한자는 안드레아스가 심각한 우울증을 앓고 있던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이를 독일 연방 항공청에 알리지 않았다. 과거 병력을 알리지 않은 것이 당시로선 적법한 절차였다는 이유였다.

부기장의 정신 병력이 사고의 원인이 됐을 것이란 추정이 이어지자 세계 곳곳에선 다양한 규제들이 새롭게 등장했다.

호주 등 각국 정부는 기내 조종실에 항상 2명이 상주해야 한다는 '조종실 2인 상주' 규제를 시행했고, 우리나라는 이전부터 2인 상주 규정이 있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을 제외한 다른 항공사에 이러한 규정을 마련·도입하기로 했다.

또 우리나라 국토부는 지난 2015년 5월 '조종사 정신질환 예방 및 관리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그러나 조종사집단과의 마찰로 반년간 조율과정을 거쳐 같은 해 12월이 돼서야 시행됐다. 정부는 민간 여객기 조종사들의 정신질환 관리에 관여하되 철저한 비밀을 보장하기로 했다.


16명 고교생·3대 모녀·신혼부부·오페라 가수 등…잊지 말아야 할 희생자


추락한 저먼윙스 여객기에 탑승한 일부 희생자들의 사진. 윗줄 왼쪽부터 폴 앤드류 브램리, 그레이그 프라이데이, 마틴 매튜스, 에밀리 실케. 아랫줄 왼쪽부터 마리나 반드레스 로페즈 벨리오, 캐롤 프라이데이, 올렉 브리야크, 마리아 가드너./사진=BBC

사건 발생 약 6주 후에야 사망자 150명의 신원이 모두 확인됐다. 대다수가 독일인(72명)이었고 스페인 출신(51명)이 그다음으로 많았으며 미국인과 콜롬비아인, 일본인 등도 있었다.

그중에서도 몇몇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사연은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독일 북서부 마을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16명의 학생과 인솔 교사 2명은 일주일간의 스페인 교환 프로그램을 마친 뒤 집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변을 당했다.

스페인 출신 3대 모녀(할머니·엄마·딸)와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신혼부부도 희생자에 포함됐다. 독일인 여성 오페라 가수도 저먼윙스 사고기에 자신의 남편·아기와 함께 탑승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휴가를 보내기 위해 유럽을 방문한 호주 출신 모자 캐롤 프라이데이(68)와 그레이그 프라이데이(29)도 사고를 피하지 못했다. 그레이그는 자신의 서른 번째 생일을 곧 앞두고 있었다.

그 밖에도 끝까지 부기장을 말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기장 파트리크 존더하이머(34)와 7개월 된 아들과 비행기에 타고 있던 젊은 엄마, 두 자녀의 아버지, 이란 취재기자 2명 등이 이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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