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유화학 '조카의 난' 세 번째도 실패

머니투데이 박미리 기자 | 2024.03.22 13:51

(종합)

금호석유화학VS차파트너스 주총 안건/그래픽=이지혜

금호석유화학이 '3차 조카의 난'에서도 승리했다. 주주들은 석유화학 산업 불황기에서 재무 건전성과 사업 경쟁력 강화를 고려해 회사가 제시한 주주환원책에 70%가 넘는 지지를 보냈다. 자사주를 전량 소각하라는 조카 측 제안은 30%에 못미치는 찬성률로 부결됐다.

금호석유화학은 22일 서울 중구 시그니쳐타워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자사주 처분·소각 조항을 신설하기 위해 이사회가 올린 정관 변경 안건을 출석 의결권 주식의 74.6% 찬성으로 채택했다.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이 제안한 정관 변경 안건은 찬성률이 25.6%에 그쳐 부결됐다. 앞서 차파트너스는 '이사회 결의 없이도 주총 결의가 있으면 회사 자사주를 소각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조항을 신설하자고 제안했다. 해당 안건이 부결되면서 자사주 전량 소각을 골자로 한 차파트너스 주주제안 의안도 자동 폐기됐다.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도 금호석유화학이 추천한 최도성 한동대 총장으로 결정됐다. 76.1% 찬성을 받았다. 김경호 K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을 후보로 추천한 차파트너스 제안은 찬성률이 23%에 그쳤다. 이날 주총 표대결은 금호석유화학이 완승했다.

차파트너스는 지난달 중순부터 주주제안을 예고했다. 업계에서는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명예회장 조카인 박철완 전 금호석유화학 상무가 세 번째 경영권 분쟁을 시도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박 전 상무가 차파트너스자산운용에 의결권 행사 권한을 위임해서다. 박 전 상무는 2021년과 2022년에도 주주제안을 통해 경영권 장악을 시도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이번에 금호석유화학과 박 전 상무가 맞붙은 핵심 안건은 자사주 소각이었다. 차파트너스는 금호석유화학에 전체 지분의 18.4% 수준인 자사주를 전량 소각하라고 했다. 박 전 상무도 "금호석유화학 전체 주식의 18%에 달하는 미소각 자사주가 소액주주의 권리를 침해하며 부당하게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 독립성 결여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이사회로 인해 현재 금호석유화학이 저평가돼있다는 점에 대해 차파트너스와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입장문을 냈다.


금호석유화학은 차파트너스의 제안을 일부 받아들였다. 지난 6일 이사회를 열고 자사주 50%를 향후 3개년간 분할 소각하기로 결정했다. 소각 목적의 자사주 취득 결정도 발표했다. 별도 당기순이익의 16.5%인 총 500억원 규모 자사주를 6개월간 취득한다는 계획이다. 이후 "50%의 자사주를 남겨두는 게 총수일가에 우호적인 제3자에 처분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차파트너스가 주장하자, "단 한 차례도 경영권 방어를 목적으로 자사주를 처분한 적이 없고 향후에도 이를 목적으로 처분할 계획이 없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양측 지분율 차이가 크지 않은 만큼, 이날 주총은 기관 투자자 등 주주들의 표심이 어디로 향하는지가 승패를 좌우했다. 박 회장 등 회사 측 지분율은 15.5%, 개인 최대주주인 박 전 상무(9.01%)와 차파트너스 지분율은 10.1%다. 하지만 주총을 앞두고 ISS, 글래스루이스 등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잇따라 금호석유화학 안건에 힘을 실었다. 지분 9.09%로 캐스팅보트로 꼽혀온 국민연금도 전날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이 아닌 금호석유화학 안건에 찬성한다는 뜻을 내놨다.

백종훈 금호석유화학 사장이 22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박미리 기자

결국 이날 주총에서 주주들은 금호석유화학 안건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특히 자사주 소각에 대해 차파트너스에서 주주제안 배경을 설명했지만, 설득은 역부족이었다. 김형균 차파트너스 상무는 "여러 주주 보호장치가 있는 증자 방식도 있는데, 왜 글로벌 스탠다드와 맞지 않은 자사주 처분으로 투자 재원을 마련하려는 것이냐"며 "자사주 전량을 소각하고 투자가 필요할 때 증자를 하라"고 요구했다.

백종훈 금호석유화학 사장은 "학계에서도 PBR(주가순자산비율)을 개선하는 방안이 자사주 소각이나 배당만 있는 건 아니라고 한다"며 "자사주를 절반 남겨둔 것은 경영권 방어가 아닌 투자 재원으로 활용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이어 "석유화학 불황이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재무안전성을 기반으로 한 경영활동에 집중해 위기를 기회로 삼아 더욱 성장해 나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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