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기 수직추락 2년째 '미스터리'…중국, 못 밝히나 안 밝히나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 2024.03.21 15:30

동방항공 참사 2주기 조사발표서 "당시 승무원들 건강"…블랙박스 공개 없어 빈축

사고 당시 촬영된 CCTV 영상 캡쳐. 기체가 거의 수직으로 추락하는 장면이 포착돼 있다./사진=현지방송 캡쳐
중국동방항공(MU) 국내선 여객기 추락 2주기를 맞았지만 중국 정부는 아직 사고 원인은 물론 블랙박스 조사결과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중국 내에서는 2004년 역시 동방항공 추락 사고 당시 사례에 비춰 볼 때 "영원히 원인이 공개되지 않을 것"이라는 자조까지 나온다.

21일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중국 민용항공국은 전날인 20일 중국 동방항공 여객기 MU5735편 추락 2주기를 맞아 사고 조사 진행상황을 보고하고 "당시 항공기 운항 및 항공기 감항성 등이 모두 기준치를 충족했다"고 밝혔다.

중국동방항공은 중국국제항공(CA), 중국남방항공(CZ)와 함께 중국의 빅3 항공사다.

사고 기종은 중국 동방항공 보잉 737-800 B-1791기다. 2022년 3월 21일 쿤밍 발 광저우 행 노선을 운항하다가 광저우 통제구역에서 급격하게 하강했다. 8900m 상공에서부터 추락을 시작한 기체는 거의 수직에 가까운 각도로 광시좡족자치구 우저우시 지면에 충돌, 탑승객 123명과 승무원 9명 등 132명이 전원 사망했다.

이날 발표엔 승무원들의 기술숙련도와 건강상태를 포함해 대략적인 운항 여건이 각종 규정에 부합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관련 항공기의 감항인증(항공기 강도·구조·성능 적합도 검사 결과)이 유효하고 이륙 전 기체 결함이나 이상도 발견되지 않았다는 내용도 담겼다. 화물에 위험물이 있었다는 증거도 없다고 중국 당국은 밝혔다.

그러나 만 2년이나 기다려 받아본 조사보고서의 내용이라 하기엔 너무 부실하다는 반발 기류가 읽힌다. 실제 해당 내용은 중국이 사고 발생 1개월 후 ICAO(국제민간항공기구)와 조사 참여국에 보낸 예비보고서에 모두 포함됐던 내용이다. 정작 관심을 모았던 CVR(조종석 음성녹음기)와 FDR(비행 데이터 녹음기) 등 두 개의 이른바 '블랙박스'에 대한 조사 내용은 일체 공개되지 않았다.

국제협약에 따르면 사고조사를 실시하는 국가는 12개월 이내 최종보고서를 공개해야 한다. 보고서가 완성되지 않았다면 매년 사건발생 기념일에 조사 진행상황과 제기된 안전문제를 자세히 설명하는 임시 성명을 공개적으로 발표해야 한다.

지난해 3월 20일 중국민용항공국은 "이 사고는 매우 복잡하고 드문 사례이기 때문에 조사가 아직 진행 중"이라고 했다. 올해 보고에서도 "실험적 검증과 원인 분석을 계속 해 나갈 것이며, 조사 진행상황에 따라 적시에 정보를 공개하겠다"고만 약속했을 뿐, 구체적인 결과 발표 시점은 예고하지 않았다.


중국 여론은 정부 발표에 대해 냉소적 반응이다. 한 네티즌은 차이신 관련보도에 댓글로 "(이번 조사 결과는) 큰 농담(天大的笑話)"이라고 적었고 수많은 네티즌들이 공감을 표했다. 다른 네티즌은 "어쩌면 영원히 사건에 대한 정확한 경위가 발표되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사고 발생 당시 중국 현지 방송화면./사진=CCTV캡쳐
중국인들의 불신에는 나름 이유가 있다. 해당 사고 이전에 보고된 중국 동방항공 최대 참사였던 2004년 네이멍구 바오터우 공항 추락 사고는 승객과 승무원 53명이 전원 사망한 사고지만 사고 경위는 여전히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고 있다.

해당 사고원인에 대한 보고서는 이후 비상대책본부 홈페이지에 게재됐지만 문건의 명칭은 '사고조사 보고서'가 아닌 '설명'이었다. 게다가 이륙 전 날개에 성에를 제거하지 않아 이륙과 동시에 추락했다는 조사 내용에 대해 많은 중국인들이 의혹을 제기했었다. 이륙 과정에서 폭발을 목격했다는 주장도 나왔었다.

한 중국인 네티즌은 이에 대해 "바오터우 공항 사고 내용에 대한 설명은 고작 200자에 불과하고 오히려 사고에 따른 문책 인사 내용이 사고 관련 설명보다 훨씬 길다"며 "구체적 데이터 없이 결론만 나열한 내용이 어떻게 사고 보고서일 수 있겠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과거 사례에 미뤄볼 때 이번 사고에 대한 경위 조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다른 네티즌은 "기체 결함 등이 원인으로 확인됐다면 곧바로 보잉 측에 책임을 돌렸을 것"이라며 "정비나 운용 쪽에서 실수가 발견된 것이 아니겠느냐"고 주장했다.

반면 이전 대형 항공 사고 조사 기간을 감안하면 이번 사고 조사에도 충분한 시간을 줘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다른 한 네티즌은 "1974년 유나이티드항공 추락 사고 조사엔 1년2개월이 걸렸지만 85년 일본항공 조사엔 2년7개월, 94년 에어프랑스 사고엔 3년3개월, 09년 에어프랑스 사고엔 3년7개월의 기간이 필요했고, 2014년 말레이항공 사고는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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