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털렸는데 들어온 흔적이 없다?…뤼팽급 절도범 잡은 매의 눈

머니투데이 김지성 기자 | 2024.03.21 11:15

오래된 아파트만 골라 귀금속 1억5000만원 절도
침입 흔적 없었으나 에어컨 실외기에 찍힌 발자국에 덜미
5000㎞ 추적한 경찰에 결국 검거

A씨 일당이 범행 대상으로 삼은 아파트 계단을 이용하는 모습. /사진제공=서울 광진경찰서
수도권 일대에서 오래된 아파트만 골라 절도 행각을 벌인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침입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21일 수도권 아파트에 침입해 1억5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절취한 혐의(특수절도, 절도 방조, 전기통신법 위반)로 A씨(50대), B씨(40대), C씨(40대) 3명과 이들의 도주를 도운 2명 등 총 5명을 검거하고 이 중 3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B·C씨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5일까지 서울과 경기, 인천 일대 오래된 계단식 아파트 중 비교적 평수가 넓고 고층인 곳을 골라 현금과 귀금속, 고가의 시계 등 훔친 혐의를 받는다.

일당 중 B씨는 범행 대상으로 삼은 아파트의 입주민이 나올 때를 노려 해당 건물에 침입한 뒤 A씨가 아파트에 들어올 수 있도록 도왔다. A씨가 아파트 계단을 통해 고층으로 올라가면 공동 출입구에 있던 B씨가 인터폰을 이용해 범행 대상인 가구를 호출해 인기척이 있는지 확인했다.

이후 A씨는 계단 위 창문을 통해 아파트 베란다에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를 밟고 집안으로 진입해 귀금속 등 피해품을 훔쳤다. 이들은 각자 소지하고 있던 워키토키(소형 무전기)로 상황을 공유하며 범행에 착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공범 C씨는 범행 장소에서 1~2㎞ 떨어진 곳에 차를 정차하고 있었고 범행을 마친 A씨와 B씨는 해당 장소까지 CCTV(폐쇄회로TV) 사각지대를 골라 걸어간 뒤 서울 근교와 지방으로 도주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에어컨 실외기 발자국에 덜미…서울·부산·통영·거제 5000㎞ 추적한 경찰에 체포


에어컨 실외기에 희미하게 찍힌 피의자의 발자국. /사진제공=서울 광진경찰서
A씨 등 3명은 또 다른 공범 2명에게서 대포폰과 차량을 제공받아 서울과 부산 등을 옮겨 다니며 경찰의 추적을 피했다. 절취한 금품은 유흥에 소비하고 야간에는 차량 판독기를 피하기 위해 청색 테이프로 번호판을 가린 사실도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이에 당초 침입 흔적이 없는 절도 사건으로 묻힐 뻔했으나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실외기 위 희미하게 찍힌 발자국을 포착해 피해 사실을 확인,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나흘간 서울, 부산, 통영, 거제 등 약 5000㎞를 이동한 끝에 A씨 일당 전원을 검거했다.

경찰은 동일 수법에 당한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이들의 여죄를 수사하는 한편 A씨 일당에게 귀금속 등을 매입한 업체를 상대로 장물 취득 혐의에 대해 수사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요즘에는 현금, 귀금속을 집안에 두지 않기 때문에 절도범이 침입했더라도 피해가 없어 주거침입으로 신고하는 사례가 다수 있다"며 "피해가 없더라도 집안에 침입 흔적 등이 발견될 시 적극 신고해달라"고 밝혔다.
A씨 일당이 범행 대상으로 삼은 구축 아파트. /사진제공=서울 광진경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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