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강정' 안재홍 "3연속 '은퇴설', 부담보다 감사" [인터뷰]

머니투데이 김나라 기자 ize 기자 | 2024.03.21 10:01

이병헌 감독과 세번째로 손잡고 엄청난 시너지 효과 발산

/사진=넷플릭스


"'3연속 은퇴밈'을 갖게 될 줄이야…"


변신 로봇도 이런 로봇이 없을 거다. 배우 안재홍이 '마스크걸' 'LTNS'에 이어 '닭강정'으로 3단 캐릭터 변신의 정점을 찍었다.


안재홍은 지난 15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닭강정'으로 전 세계 190여 개국 시청자들을 찾아갔다. '닭강정'은 의문의 기계에 들어갔다가 닭강정으로 변한 딸 최민아(김유정)를 되돌리기 위한 아빠 최선만(류승룡)과 그녀를 짝사랑하는 고백중(안재홍)의 신계(鷄)념 코믹 미스터리 추적극. 박지독 작가의 동명 네이버 웹툰(2019)을 원작으로 했으며 '사람이 닭강정이 된다'라는 기상천외한 소재가 인상적이다.


이병헌 감독 특유의 '말맛' 코미디로 새롭게 요리된 '닭강정'은 안재홍의 열연으로 더욱 독특한 개성이 묻어났다. 이들의 만남은 영화 '스물', 드라마 '멜로가 체질'에 이어 벌써 세 번째로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자랑했다.


특히 안재홍은 '은퇴밈'의 시초답게 다시금 색다른 얼굴을 갈아끼우며 놀라움을 안겼다. 넷플릭스 '마스크걸' 주오남, 티빙 'LTNS'의 사무엘, 이번 '닭강정'에선 고백중으로 범상치 않은 파격 행보를 이어갔다. 듣도 보도 못한 '옐로 팬츠' 캐릭터를 탄생시키며 4차원의 '병맛' 매력을 폭발, "은퇴작 아니냐"라는 반응이 또 터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안재홍은 고백중만의 B급 정서가 담긴 노래와 춤동작을 소화하기 위해 '멜로가 체질' 박상우 음악감독과 안무가 아이키를 직접 찾아갈 정도로 인물 구현에 심혈을 기울였다. 우스꽝스러운 단벌 신사 콘셉트이지만, 우습지 않게 표현된 이유다.


안재홍은 지난 20일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가진 아이즈(IZE)와의 인터뷰에서 "'닭강정' 제안을 받고 모든 걸 가져오고 싶다는 마음에 참고용으로 원작 웹툰을 봤다. 정말 재밌어서 이틀 만에 정주행했다. 제가 웹툰을 많이 본 편은 아니지만 그림체, 이야기 전개가 정말 독특하고 마성의 매력을 지녔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안재홍 스스로도 "지금까지 한 작품 중 가장 독특한 작품은 '닭강정'이었다"라고 표현할 정도로 쉽지 않은 도전에 뛰어든 바. 그럼에도 안재홍은 "부담감은 없었다. 새로운 무언가를 한다는 일종의 신나는 마음이 있었다. '닭강정' 자체가 대본 봤을 때부터 신나는 모험극 같은 느낌을 받았다. 만화 같은 세상 속에서 어떤 여러 인물을 만나 하나의 단서들을 채집하고 사건을 겪어내는 게 흥미로웠다. 지금껏 없던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한다는 생각에 신나는 마음으로 출연을 결심했다"라고 설렘을 드러냈다.


자칫 난해할 수 있는 만화적 설정이 오히려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안재홍은 "코미디도 다양한 코미디가 있다고 생각하기에, '닭강정'을 선보인 것에 자부심이 있다. 저한테는 만화적인 설정이 매력적이었고 이를 존경하는 류승룡 선배님과 함께해서 더 자부심으로 느껴졌다. '닭강정'으로 새롭고 맛있는 뭔가를 만들어내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노란 바지를 입는다는 게 다른 작품에선 힘든 것인데 연극적이고 만화적인 이 화법이 '닭강정' 안에선 용인이 됐다. 저희 세계관 속으로 시청자분들을 초대하는 손짓 같은 느낌이었다. 저도 더욱 달려가야 한다고 생각했다"라고 자신 있게 내세웠다.




'변신의 귀재'가 될 수 있던 비결은 다름 아닌 '진정성'에 있었다. 안재홍은 "연기 톤이 점프가 되었지만 거기서 감정을 못 잡고 오버만으로 가득해선 안 되고, 여기에서 세계관을 잘 만들려 했다. 황당한 이야기 속에서도 진심만은 가득하길 바랐다. 그 모습들이 발현이 되어야지 '닭강정'이 갖는 재미가 시청자분들께 와닿을 수 있을 거라고 봤다. 민아를 닭강정에서 사람으로 되돌리기 위한 마음은 진짜여야 한다는 마음으로 임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사실적인 연기라는 소중한 가치는 잠깐은 접어두고, 연극적으로 몇 톤을 올렸지만 이게 실제라고 믿어야 한다고 되뇌었다"라고 진중한 자세를 보였다.


"잘 뛰어놀고 싶었지만, 정확하게 표현하고 싶었다"라는 안재홍. 못 말리는 연기 열정에 결국 대세 안무가 아이키까지 찾아가 '막춤'을 전수받았다.


안재홍은 "사실 저희 작품이 댄스 드라마는 아닌데 뭐랄까, 고백중이 1회에서 흥에 겨워 '막춤'을 추며 등장할 때 많은 걸 자아내고 싶었다. 작품 분위기, 캐릭터 분위기 등이 이 인물의 첫 등장에서 탁 뭔가 새롭게 걸어 나오고 있다는 걸 말이다. 이전 작품들과는 다른 표현 방식이라, 완전히 다르게 가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등장 순간부터 고백중의 캐리커처가 그려졌으면 했다. 이상한 등장을 원했던지라 다른 '막춤'을 춰야 했는데, 그렇다면 아이키 선생님에게 지도를 받아보고 싶다고 제작진에게 요청을 드렸다. 다행히 아이키 선생님이 이병헌 감독님의 팬이라 흔쾌히 승낙을 해주셨다. '멜로가 체질'을 재밌게 봤다고 하시더라. 이런 얘기가 민망하지만 아이키 선생님께 '막춤' 소스들을 많이 지도받았다. 활기 차게 쫙쫙 추는 춤이 아닌 '킹받는다'고 느껴지길 바랐는데, 선생님이 다른 표현들을 많이 알려주셨다. 개인적으로 '내가 언제 또 아이키한테 춤을 배우나' 싶었고 재밌는 시간이었다"라고 노력을 전했다.



이병헌 감독과는 특별한 인연을 자랑했다. 안재홍은 "이병헌 감독님을 처음 뵌 건 '스물'(2015) 출연 전이다. 제가 '족구왕'(2014)을 찍었을 때 사석에서 뵀는데 벌써 10년이 됐다. 참 한결같은 분이다. 당시 제 기억 속 감독님은 나른함이 있었다. 그걸 지금까지도 유지하고 있다는 게 굉장히 멋진 모습처럼 느껴진다"라고 얘기했다.


특히 그는 이병헌 감독과 새로운 시도들을 써 내려간 만큼 "감독님을 만난 건 정말 행운"이라며 "저한테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시는 감독님이다. 이렇게 독창적인 자기만의 세상을 구축해 가는 감독님과 작업을 할 수 있다는 것, 그분과 나랑 잘 통한다는 것, 덕분에 다양한 작품을 할 수 있다는 것에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남다른 마음을 표했다.


이어 안재홍은 이병헌 감독과 작업에 대해 "'멜로가 체질'이 다른 드라마와는 다른 무언가가 있다고 느꼈는데, '닭강정'도 그렇게 다른 무언가가 있다. 그런 부분을 아주 귀하게 여기는 마음이다. 감독님과 작업할 때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듯한 쾌감을 느낀다. 그리고 감독님의 대본은 굉장히 재밌지만 또 굉장히 정교하다. 그래서 많은 애드리브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 감독님의 대사 라인을 충실히 가져가려고 하는 편이다. 이 어순을 얼마만큼 생각하고 대사를 쓰셨는지 어렴풋이 느껴져서, 최대한 감독님의 대사를 생생하게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닭강정'엔 B급 병맛 코미디가 있지만 제가 생각할 땐 다양하게 정교하게 코미디가 이루어졌다고 본다. 슬랩스틱, 티키타카들이 쿨하고 따뜻하게 잘 융합되어 있다"라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영화 '도리화가'(2015) 이후 재회한 류승룡에 대해선 "이번에 함께 호흡하면서 선배님이 끊임없이 살아있으려는 느낌을 받았다. 이미 '국민 배우'이시고 후배인 제가 봤을 때도 무한한 신뢰를 갖게 하는 선배님인데, 그럼에도 한순간 한순간 진실되게 살아있음을 표현하는 걸 옆에서 봤다. 존경심이 커졌고 저도 선배님처럼 대중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바람이 더 커졌다. 선배님과 연기하며 말로 표현 못 할 카타르시스를 느꼈다"라고 존경심을 보냈다.


'월드 스타' 정호연을 구 여친(여자친구) 홍차 캐릭터로 만난 소회는 어떨까. 안재홍은 "'닭강정'의 모든 캐릭터가 좋은 이상함을 지니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정호연의 홍차 역할이 가장 범상치 않은 거 같다. 나오자마자 제 배를 꽉 꼬집으며 '뱃살 어디 갔어' 하는 강렬한 첫 등장을 완성했다. 촬영할 때 서로가 서로의 눈을 보기가 힘들 정도로 웃음 참기가 너무 힘들었다. 웃음을 꾹 참고 찍었던 기억이 난다. 홍차가 정말 매력적인 인물인데 정호연도 힘이 느껴지는 배우였다. 모니터에서부터 그 에너지가 뿜어져나오더라. 재밌는 촬영이었다"라고 회상했다.


안재홍은 '닭강정'을 '고수'라고 표현하며 호불호 반응을 덤덤하게 바라봤다. 그는 "'닭강정'은 이전에 없던 새로운 시도를 많이 했고, 기분 좋은 이상함을 지니고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고수 같은 게 좋아하는 분이 있는 반면, '나는 빼고 먹을래' 하는 분도 계시지 않나. 근데 저는 고수를 엄청 좋아한다. 고수 먹으려고 쌀국수 먹을 정도다. 다른 어디서도 찾을 수 없는 맛, 고수만이 가진 맛처럼 '닭강정'도 그런 것 같다. 그 매력에 대해 집중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류승룡 선배님도 고수라는 얘기를 하셨는데, 우리가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구나 새삼 또 느꼈다"라고 말했다.


안재홍은 "제가 생각했을 땐 상업 배우가 대중적인 성공을 이뤄내고 싶은 만큼이나 다양함에 대해서도 마음을 크게 갖고 있다. '닭강정'이 해낸 시도가 조금 더 폭을 넓힌, 다양성에 대한 도전이라고 보는데 저는 그 가치만으로도 충분히 이 작품이 소중하다고 본다"라면서 "호불호가 안 좋은 반응이라고는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 또한 감사하다"라고 강조했다.




'은퇴설'이 불거질 정도로 연기 포텐이 터진 최근 필모그래피에 대해선 "참 운명 같은 작품들을 만나 캐릭터에 흠뻑 빠졌다"라는 감회를 남겼다.


안재홍은 "저한테는 다 새로운 시도이고 굉장한 도전이었다. 하지만 망설이고 싶지 않았던 건 배우로서 어떤 캐릭터에 대한 마음을 더 충실히 잘 담아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의도하지 않았는데, 제가 연기한 캐릭터에 대해서 대중이 몰입해 주셨다는 것에 정말 감사하고 행복감을 느낀다. 고백중이라는 캐릭터도 인물로서 하나의 세상을 만들어내고 싶었다"라고 감격에 젖었다.


그는 "3연속 은퇴밈을 갖게 될 줄은 몰랐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대중이 저의 캐릭터에 대해 각각 몰입해 주셨다는 것이 배우에게 할 수 있는 가장 큰 칭찬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자체만으로도 저는 만족스럽고 감사한 마음이 크다. 그렇지만 그 외의 부담감은 없다. '은퇴설'은 그저 칭찬 그 자체로만 생각하고 있다. 이를 의식해서 의도적으로 다른 장르나 다른 작품을 취해야겠다는 마음을 갖고 있지 않다. 저는 주오남도 고백중도 다 고유한 생명력을 가진 캐릭터로 존재하길 바라는 마음뿐이다. 앞으로도 또 어떻게 생명력을 불어넣을지 기대하며 작품만을 바라보고 있다"라고 뚝심 있는 행보를 예고했다.

베스트 클릭

  1. 1 오물만 들어 있는게 아니었어?...북한이 띄운 풍선 만지면 벌어지는 일
  2. 2 손웅정 변호사에 '1억 리베이트' 제안한 학부모… "형사 문제될 수도"
  3. 3 '사생활 논란' 허웅 측, 故이선균 언급하더니 "사과드린다"
  4. 4 '드릉드릉'이 뭐길래?…임영웅, 유튜브에서 썼다가 댓글 테러 폭주
  5. 5 마이클 잭슨, 사망 당시 '7000억' 빚더미…"장난감에 큰 돈 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