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LED 1위' 삼성디스플레이 잘 나가는 비결은 ━
패널 시장을 독주하고 있는 삼성디스플레이의 자신은 남다르다. 시장의 핵심으로 떠오른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경쟁력을 무기로 시장점유율 1위(지난해 4분기 기준 37%)를 유지한 게 근거다. 중국 BOE(15%)는 물론 최대 경쟁자인 LG디스플레이(13%)의 점유율을 합쳐도 삼성디스플레이에 못 미친다. 압도적인 중소형 패널 경쟁력을 앞세워 IT(정보기술)향(向) OLED 패널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실적도 꾸준히 개선돼 왔다. 전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IT(정보기술) 시장이 악화돼 패널 수요가 감소했으나, 견조한 중소형 패널 시장을 기반으로 2022년 5조 9500억원, 2023년 5조 5700억원이라는 역대 최고 수준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같은 기간 LG디스플레이가 2조원이 넘는 적자에 시달렸던 것과 대조적이다. LG디스플레이는 2021년을 제외하면 최근 4년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양사 실적을 가른 주된 요인은 사업 구조다. 삼성디스플레이는 LCD(액정표시장치) 시장에서 중국 업체와의 경쟁이 치열해지자 2020년 철수 결정을 내렸다. 쑤저우 공장도 일찌감치 중국 CSOT에 팔아치웠다. 그 돈은 고스란히 OLED 패널 투자에 쓰였다. 당시에는 지나치게 투자를 서두르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으나, 현재는 삼성디스플레이의 최대 무기가 됐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스마트폰용 OLED 패널을 전년 대비 2% 증가한 금액에 판매했는데, 삼성전자의 메모리도 45% 하락했다는 점과 비교하면 성장세가 잘 드러난다.
반면 LG디스플레이는 LCD 철수가 상대적으로 늦었다. 7조원을 투입한 광저우 LCD 공장을 매각하려고 시도 중이지만, 중국 업체들의 자금 조달과 OLED 전환 문제 등으로 아직 이렇다 할 소식이 없다. OLED 팹(생산시설) 대부분이 6세대 전용 팹이라는 점도 걱정거리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물론 중국 업체들까지 8.6세대 OLED 패널 생산을 서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문대규 순천향대 디스플레이신소재공학과 교수는 양사의 실적 격차에 대해 "삼성디스플레이가 중소형 OLED 패널 시장에서 워낙 잘 하는 반면, LG디스플레이가 중소형 패널에서 고전을 하고 있다"며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 IT향(向) OLED 시장이 지속 확대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자본을 조달해 8세대 등 투자에 얼마나 빨리 뛰어드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잘 나가는 중소형 패널, 주춤거리는 초대형 패널
그러나 역설적으로 LG디스플레이의 실적 부진도 대형 패널 위주의 사업구조에 영향을 받았다. 지난해 전 세계 TV 출하량은 전년 대비 2.7% 감소한 1억9500만대로 최근 10년 이래 가장 적다. TV 등 세트(완성품) 주문량이 감소하자 대형 패널 시장 1위인 LG디스플레이가 타격을 입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LG디스플레이의 대형 패널 시장 점유율은 14.6%다.
반면 중소형 패널을 무기로 하는 삼성디스플레이는 '아이폰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중소형 패널 경쟁력을 바탕으로 애플의 아이폰 프로에 공급하는 고성능 LTPO(저온다결정산화물) 패널을 독식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형님' 삼성전자의 갤럭시와 애플의 아이폰 등 하이엔드(첨단) 제품에 프리미엄 OLED 패널을 공급하는 핵심 공급사다.
한 디스플레이업계 핵심관계자는 "애플이 원하는 수율·내구도를 충족하는 업체는 삼성디스플레이를 제외하고 거의 없다"며 "IT 수요 부진에도 아이폰 등 제품이 잘 팔리면서 수익성을 유지했다"고 말했다.
◇삼성디스플레이 '독주' 깨려면…'결국 정답은 OLED'
당분간 삼성디스플레이의 호실적은 이어질 전망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노트북용 OLED 패널 등 대부분의 중소형 패널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세계 최초로 8.6세대 OLED 설비도 반입했는데, 가동이 가시화되면 전세계 OLED 라인 중 가장 고세대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컨설턴트(DSCC)는 "삼성디스플레이가 폴더블(접히는) 분야에서 일시적으로 주춤했으나, 곧 1위를 탈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LG디스플레이가 반등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경쟁력을 보유한 TV 패널을 중심으로 OLED로의 사업구조 전환에 속도를 내야 한다. 애플의 아이패드나 LG전자의 게이밍 모니터 등 점차 사용처가 늘고 있는 점은 반갑다. 옴디아는 올해 LG디스플레이의 모니터용 OLED 패널 출하량을 45만대로 추정했는데, 전년 대비 58.5% 증가한 수치다.
익명을 요구한 수도권 대학의 한 전자공학과 교수는 "대형 패널 분야에서 OLED의 비율은 여전히 10% 수준으로, OLED 패널로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중소형 패널에 답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아직까지는 LG디스플레이가 잘 하고 있다고 볼 수 없으나, 화이트(W)-OLED 패널 기술에 경쟁력을 갖춘 만큼 그 부분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기울어진 투자 시소'…중소형 OLED 속도 올리는 삼성D vs 신중 LGD━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투자 시계가 제각각 달리 흐른다. 중소형 OLED(유기발광다이오드)가 디스플레이 업계의 수익성을 책임지는 열쇠가 되면서다. 본래 중소형에 집중해왔던 삼성디스플레이는 세계 최초로 8.6세대 IT(정보기술)전용 OLED 라인 구축에 나서며 투자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반면 대형 OLED에 중점을 뒀던 LG디스플레이는 한발짝 늦게 중소형으로 투자의 무게 추를 옮기는 중이다. 6세대 투자 중이지만 8세대 투자는 아직이다.
8세대는 현재 중소형 OLED라인 중 가장 선진 라인이다.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세대는 유리 원장을 뜻하는데, 원장이 크면 한번에 만들 수 있는 양산 수량이 많아진다. 즉 6세대 대비 원가 경쟁력이 높아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다. 또 최신 기술과 설비를 반영해 신규 공정에 유리하다. 특히 중소형 OLED '큰 손' 애플은 공급사에 까다로운 스펙을 요구하기로 유명한데, 최신 라인인 8세대가 이를 맞추기 더 수월한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디스플레이가 2026년 초 양산을 목표로 구축 중인 충남 아산 캠퍼스의 8.6세대 IT OLED 라인은 연간 1000만개의 노트북 패널을 생산할 수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4월 투자 사실을 발표하고, 이달 초 A6라인 설비 반입식을 개최했다. 3년간 4조1000억원을 투입한다. A6라인은 '큰 손' 애플의 제품 출시 로드맵을 겨냥했다. 애플은 2026년 아이패드(태블릿PC), 2027년 맥북(노트북)에 8세대 라인을 사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LG디스플레이의 8세대 투자 소식은 아직이다. 2021년 발표한 6세대 중소형 OLED 라인 투자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여기 3조3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LG디스플레이는 중국 광저우의 LCD(액정표시장치)공장을 시장에 내놨다. 매각 자금은 1조원대로 추정된다. LG디스플레이는 광저우 공장을 정리해 LCD에서 OLED로의 사업 재편 속도를 높인단 방침이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한국이 20년 가까이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1위를 한 것은 기업들이 적기에 투자를 잘 한 덕분이었다"며 "일본 사례를 타산지석 삼아 제때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중소형 OLED 성장세는 계속된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중소형 OLED 시장 규모는 351억달러, 대형은 77억달러로 관측된다. 문대규 순천향대 디스플레이신소재공학과 교수는 "중국이 추격을 하고 있지만 OLED는 투자 자체보다 기술력이 더 중요하다"면서도 "마냥 안심할 순 없으므로 한국 기업들이 격차를 더욱 벌리려면 계속 적극적 투자를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