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10조 넘는데…'매그넘·벤앤제리스' 아이스크림 손 떼는 유니레버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 2024.03.20 17:02

아이스크림 사업부 분사, 독립 IPO 또는 매각 검토…글로벌 인력 7500명 감원 등 인력 구조조정도

유니레버가 아이스크림 사업부를 분사하고 직원 7500명을 해고하는 등 구조조정에 나선다. 사진은 유니레버가 지난 2000년 인수한 '벤앤제리스' 아이스크림. /사진=블룸버그
영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소비재 기업 유니레버가 아이스크림 사업부문을 분사하고 직원 7500명을 해고하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나선다. 매그넘·벤앤제리스 등 인기 브랜드를 보유한 아이스크림 사업부문은 독립 상장하거나 매각할 것으로 보인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월스트리트저널(WSJ)·파이낸셜타임즈(FT)·CNBC 등 외신을 종합하면 유니레버는 아이스크림 사업부문을 분리하는 한편 글로벌 전역에서 7500명을 감원해 경영 효율화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내용의 구조조정 작업은 즉시 시작돼 내년 말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회사 측은 사업 재편과 인력 조정으로 총 8억유로(약 1조2000억원)의 비용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번에 유니레버가 아이스크림 사업을 분리하기로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뷰티·홈케어 등 주력 사업과 물류·유통 등 공급망이 달라 효율이 떨어진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계절별 매출 격차가 커 관리가 쉽지 않은 데다 성장성이 약한 시장이라는 것도 한 요인이다.

아이스크림 사업부문 매출 비중이 유니레버 전체 매출(596억유로·약 86조8000억원)의 약 13%(약 11조원)로 지나치게 크거나 작지 않아 분리하기 적합하다는 견해도 있다.

FT는 "유니레버가 아이스크림 사업부문 기업공개(IPO)를 언급했지만 사실상 사모펀드들에게 초대장을 띄운 것"이라고 짚었다. 아이스크림 사업의 시장 추정가치가 170억유로(약 24조8000억원)에 달하는 데다 소비자들에게 인기 많은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어 관심을 갖는 사모펀드들이 많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2000년 인수한 아이스크림 브랜드 벤앤제리스의 돌출 경영 행보도 이번 분사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미 버몬트주에 본사를 둔 벤앤제리스는 설립 초기부터 환경보호, 인권신장 등 진보적인 가치를 옹호하는 행동주의 경영으로 유명하다.

특히 지난 2021년 이스라엘이 점령한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아이스크림을 파는 것은 회사 가치관에 어긋난다며 판매 중단을 선언했다. 유니레버가 이스라엘 판권을 매각하려 하자 이를 막으려고 모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사건 이후 미국 일부 기관투자자들은 유니레버를 투자 목록에서 제외했고 이는 주주소송으로 이어졌다.

유니레버의 사업 구조 변화는 지난해 7월 하인 슈마허 최고경영자(CEO) 취임 이후 예고됐다. 슈마허 CEO는 수년간 지속되는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려면 유니레버의 사업을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전체 매출의 70%를 차지하는 30개 주요 브랜드에 사업 역량을 집중해 이익률을 끌어 올리고, 대규모 인수합병(M&)도 자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유니레버는 아이스크림 사업부문 분리 후 뷰티웰빙·퍼스널케어·홈케어·영양제 등 4개 부문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슈마허 CEO는 "전 세계 12만7000명에 달하는 인력 효율화 작업을 주저하지 않겠다"며 "아이스크림 사업부 분사는 이 계획을 가속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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