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싸고, 더 순하게"…'타먹는 술' 소주의 변신

머니투데이 이재윤 기자 | 2024.03.23 14:00
국민 술 '소주'가 급변하는 주류 시장의 유행에 맞춰 진화하고 있다. 도수를 낮추고,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해 다른 주종(위스키·와인 등)으로 옮겨간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특히 젊은 층을 중심으로 술에 음료·과일을 섞어 마시는 이른바 '믹솔로지(Mixology)' 유행이 확산되는 가운데, 희석주 시장에서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주류 시장에서 소주의 포지션(위치)은 완전히 달라졌다. 주류 소비 성향이 변화하면서 이에 맞춰 소주의 역할에도 변화가 생겼다는 분석이다. 소위 '노동주' 역할을 했던 소주의 알코올 도수가 최근 15도까지 낮아졌고, 풍미도 더욱 부드러워 지고 있다. 맛과 풍미가 부족하다는 소주의 단점을 다양한 하이볼로 만들어 오히려 희석주 유행을 주도하고 있는 모습이다.

하이트진로가 지난 15일 출시한 소주 신제품 '진로 골드'는 이 같은 주류 시장의 변화를 반영한 제품이다. 도수가 기존 제품(16도)보다 0.5도 낮춘 15.5도다. 과당을 사용하지 않은 '제로 슈거' 소주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가볍게 마시는 음주문화의 확산으로 다양해진 소비자 입맛과 저도주 트렌드를 반영해, 더욱 다양한 소비자층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신제품을 출시하게 됐다"고 말했다.

소주 도수는 출시 이후 꾸준히 낮아지고 있다. 국내에서 처음 출시 된 소주는 1924년 진로로 당시 35도였다. 1973년 도수가 30도 아래로 내려갔고 이후 더욱 빠르게 떨어졌다. 참이슬은 1988년 출시됐는데, 당시 23도로 선보였다. 소주가 처음 출시된 이후 100년 동안 도수는 절반 이상 떨어진 셈이다. 주류 업계 관계자는 "같은 제품을 비교하면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의 술"이라고 말했다.

롯데칠성음료가 2022년 선보인 소주 '새로'는 저도주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새로는 출시 이후 7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1억병을 돌파했고 지난해에는 연매출 1256억원으로 '메가 브랜드' 반열에 올랐다. 롯데칠성음료가 자체 분석한 소주시장 점유율은 새로 효과로 2022년 16.6%에서 지난해 20.7%로 약 4%p(포인트) 늘었다. 롯데칠성은 올해 과일 소주를 선보일 예정이다.


희석주 유행이 계속되면서 가격 경쟁에도 불이 붙었다. 알코올 도수가 낮아져 소주의 주요 원재료인 주정 함량을 낮출 수 있게 됐고, 다른 음료에 섞어 마시는 수요가 늘면서 저렴한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맞물려 주류 가격도 오르고 있는데, 희석주로 소주를 사용할 때 굳이 비싼 제품을 선택 할 필요가 없어서다.

충청권 지역 주류업체인 선양소주(옛 맥키스컴퍼니)는 지난 17일 편의점 GS25와 손잡고 640㎖ 제품을 3000원에 공급하기로 했다. 업계 최저가 수준으로 고물가 시대 대용량 페트병에 담아 판매한다. 출시 기념 할인까지 적용하면 개당 가격이 2800원까지 낮아진다. 같은 용량(640㎖)의 기존 페트형 소주 가격은 3300원 수준이다.

주류 업계는 희석주 유행이 계속 될 것으로 전망하며 저도주·저가 소주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경기 침체 우려도 있는 만큼 위스키나 와인과 같은 고가 주종에 비해 소주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소주는 경기가 안 좋을수록 잘 팔리는 '불황형 상품'이기도 하다. 주류 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소주 맛과 풍미를 접목한 제품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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