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요구했던 '이종섭 즉각 귀국·황상무 자진 사퇴'가 모두 받아들여지는 모양새지만 변수는 남았다.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서는 이종섭 대사의 거취도 결론이 나야 한다.
20일 정부 등에 따르면 외교부는 오는 25일 국방부·산업통상자원부와 방산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를 공동 개최하는데 여기에 이 대사가 참석할 예정이다.
형식은 업무상 회의 참석이지만 정치적 의미는 각별하다. 대사 임명에 따른 출국이 '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 수사에 대한 도피라는 공세에 시달려왔기 때문에 이 대사의 귀국은 그 자체로 '언제든 들어올 수 있는 공직자'라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 대통령실은 수사를 맡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6개월 동안 소환 조사 한 번 안했고, 이 대사가 출국하면서도 스스로 공수처를 찾아가 조사받고 소환하면 언제든 오겠다고 약속하고 떠났는데 어떻게 도주라는 말이 성립할 수 있느냐는 입장이었다.
이 대사는 귀국을 계기로 다시 한번 공수처의 신속한 소환 조사를 직접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전날 이미 법률대리인을 통해 공수처에 '조사기일 지정촉구서'를 접수하기도 했다. 여권 일각에서는 이 대사가 기자회견 등을 자처해 본인을 향한 의혹에 직접 대답하면서 국민적 의구심을 해소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관건은 민심 동향이다. 총선이 불과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시점이기 때문에 여당으로서는 시간이 없다. 수도권과 중도층을 중심으로 '이종섭 논란'에 따른 지지율 하락(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이 확연히 눈에 보이는 상황에서 대국민 설득 작업보다는 대사 해임 등 신속한 조치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이미 국민에게는 이종섭 대사가 마이너스 요인으로 자리잡았는데 마이너스를 줄이는 것보다는 아예 (마이너스 요소를) 없애는 게 최선"이라고 했다. 전날 국민의힘 중진인 윤상현 의원이 "수도권 상황이 아주 심각하다. 이 대사 (문제가) 여러 억울한 점이 있으나 정치라는 건 기본적으로 인식의 게임"이라며 "정치는 진실 밖의 인식과 싸우는 건데 수도권 인식이 너무 심각하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읽힌다.
그러나 총선이 코앞이라는 특수성 탓에 윤 대통령이 결단을 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총선에 패배하면 임기가 만 3년 이상 남은 윤석열 정부는 그야말로 식물 정권으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당의 후속조치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당 안팎의 문제제기가 나왔던 비례대표 공천 명단을 전반적으로 수정 검토해 새로 발표하고 분위기 반전을 노리는 차원에서 당은 물론 대통령실이 특단의 조치를 내놓는 식이다.
또 다른 여권 고위관계자는 "황상무 수석의 사의 수용과 의대 정원 발표 등으로 국민적 기대에 부응하면서 분위기 쇄신을 도모할 것"이라며 "이후에도 여러 후속 조치들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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