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ED 1위' 삼성디스플레이 잘 나가는 비결은

머니투데이 오진영 기자 | 2024.03.20 14:30

[MT리포트]'디스플레이 전쟁' 2라운드, 삼성·LG 승자는 ①

편집자주 | 국내 양대 디스플레이 기업의 2차전이 시작됐다. 대형패널을 만들던 LG디스플레이와 달리 중소형에 집중했던 삼성디스플레이가 '대박'을 냈다. LG디스플레이는 적자를 내 온 LCD를 정리하고 OLED 시장에 전력투구해 역전을 노린다. 다른 길을 걸었던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OLED시장에서 마주친 것이다.

/사진 = 윤선정 디자인기자

"다양한 초소형 디스플레이가 미래에 나올 것 같은데, 잘 준비하겠다. 올해부터 폴더블(접히는) 패널도 다른 국면을 펼칠 수 있을 것이다."(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패널 시장을 독주하고 있는 삼성디스플레이의 자신은 남다르다. 시장의 핵심으로 떠오른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경쟁력을 무기로 시장점유율 1위(지난해 4분기 기준 37%)를 유지한 게 근거다. 중국 BOE(15%)는 물론 최대 경쟁자인 LG디스플레이(13%)의 점유율을 합쳐도 삼성디스플레이에 못 미친다. 압도적인 중소형 패널 경쟁력을 앞세워 IT(정보기술)향(向) OLED 패널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실적도 꾸준히 개선돼 왔다. 전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IT(정보기술) 시장이 악화돼 패널 수요가 감소했으나, 견조한 중소형 패널 시장을 기반으로 2022년 5조 9500억원, 2023년 5조 5700억원이라는 역대 최고 수준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같은 기간 LG디스플레이가 2조원이 넘는 적자에 시달렸던 것과 대조적이다. LG디스플레이는 2021년을 제외하면 최근 4년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양사 실적을 가른 주된 요인은 사업 구조다. 삼성디스플레이는 LCD(액정표시장치) 시장에서 중국 업체와의 경쟁이 치열해지자 2020년 철수 결정을 내렸다. 쑤저우 공장도 일찌감치 중국 CSOT에 팔아치웠다. 그 돈은 고스란히 OLED 패널 투자에 쓰였다. 당시에는 지나치게 투자를 서두르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으나, 현재는 삼성디스플레이의 최대 무기가 됐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스마트폰용 OLED 패널을 전년 대비 2% 증가한 금액에 판매했는데, 삼성전자의 메모리도 45% 하락했다는 점과 비교하면 성장세가 잘 드러난다.

반면 LG디스플레이는 LCD 철수가 상대적으로 늦었다. 7조원을 투입한 광저우 LCD 공장을 매각하려고 시도 중이지만, 중국 업체들의 자금 조달과 OLED 전환 문제 등으로 아직 이렇다 할 소식이 없다. OLED 팹(생산시설) 대부분이 6세대 전용 팹이라는 점도 걱정거리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물론 중국 업체들까지 8.6세대 OLED 패널 생산을 서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문대규 순천향대 디스플레이신소재공학과 교수는 양사의 실적 격차에 대해 "삼성디스플레이가 중소형 OLED 패널 시장에서 워낙 잘 하는 반면, LG디스플레이가 중소형 패널에서 고전을 하고 있다"며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 IT향(向) OLED 시장이 지속 확대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자본을 조달해 8세대 등 투자에 얼마나 빨리 뛰어드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잘 나가는 중소형 패널, 주춤거리는 초대형 패널



/사진 = 이지혜 디자인기자

양사의 주력 패널도 실적 격차의 주 요인 중 하나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주력은 중소형 OLED 패널이지만, LG디스플레이는 대형 OLED 패널에 강점이 있다. 특히 80인치 이상 초대형 OLED 패널을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은 LG디스플레이가 유일하다. TV 등 대형 OLED 패널이 탑재되는 제품에는 LG디스플레이의 패널이 필수불가결하다. 삼성전자도 LG디스플레이의 패널을 사용해야 할 정도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LG디스플레이의 실적 부진도 대형 패널 위주의 사업구조에 영향을 받았다. 지난해 전 세계 TV 출하량은 전년 대비 2.7% 감소한 1억9500만대로 최근 10년 이래 가장 적다. TV 등 세트(완성품) 주문량이 감소하자 대형 패널 시장 1위인 LG디스플레이가 타격을 입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LG디스플레이의 대형 패널 시장 점유율은 14.6%다.

반면 중소형 패널을 무기로 하는 삼성디스플레이는 '아이폰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중소형 패널 경쟁력을 바탕으로 애플의 아이폰 프로에 공급하는 고성능 LTPO(저온다결정산화물) 패널을 독식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형님' 삼성전자의 갤럭시와 애플의 아이폰 등 하이엔드(첨단) 제품에 프리미엄 OLED 패널을 공급하는 핵심 공급사다.

한 디스플레이업계 핵심관계자는 "애플이 원하는 수율·내구도를 충족하는 업체는 삼성디스플레이를 제외하고 거의 없다"며 "IT 수요 부진에도 아이폰 등 제품이 잘 팔리면서 수익성을 유지했다"고 말했다.


삼성디스플레이 '독주' 깨려면…'결국 정답은 OLED'


당분간 삼성디스플레이의 호실적은 이어질 전망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노트북용 OLED 패널 등 대부분의 중소형 패널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세계 최초로 8.6세대 OLED 설비도 반입했는데, 가동이 가시화되면 전세계 OLED 라인 중 가장 고세대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컨설턴트(DSCC)는 "삼성디스플레이가 폴더블(접히는) 분야에서 일시적으로 주춤했으나, 곧 1위를 탈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LG디스플레이가 반등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경쟁력을 보유한 TV 패널을 중심으로 OLED로의 사업구조 전환에 속도를 내야 한다. 애플의 아이패드나 LG전자의 게이밍 모니터 등 점차 사용처가 늘고 있는 점은 반갑다. 옴디아는 올해 LG디스플레이의 모니터용 OLED 패널 출하량을 45만대로 추정했는데, 전년 대비 58.5% 증가한 수치다.

익명을 요구한 수도권 대학의 한 전자공학과 교수는 "대형 패널 분야에서 OLED의 비율은 여전히 10% 수준으로, OLED 패널로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중소형 패널에 답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아직까지는 LG디스플레이가 잘 하고 있다고 볼 수 없으나, 화이트(W)-OLED 패널 기술에 경쟁력을 갖춘 만큼 그 부분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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