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규모의 보이스피싱 발신 번호 변작중계기 운영조직이 적발됐다. 이들은 '070' 번호로 걸려 온 전화를 잘 받지 않는 점에 주목, 중계기 통신장비를 이용해 범행에 사용한 번호를 '010' 번호로 바꾼 것으로 조사됐다.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단은 20일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검에서 언론 브리핑을 열고 "보이스피싱 발신 번호 변작중계기 운영조직을 적발해 범죄단체가입·활동, 사기, 전기통신사업법위반 등 혐의로 21명을 검거해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일당은 중국·태국·남아공 등 다국적 외국인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지난해 5월부터 지난 3월까지 총책 'GOLD'가 조직한 보이스피싱 중계기 운영 법죄집단에 가입해 '계좌의 범죄 연루', '저금리 대출' 등 명목으로 피해자 170명을 속여 약 54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수당지급책, 부품보관소 관리책, 중계기 관리책, 환전책 등으로 활동하며 수사기관과 금융회사를 사칭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관계자는 "처음에는 사회관계망(SNS)에서 일반 아르바이트 모집을 하듯 외국인 조직원을 모집해 간단한 장비를 운반하게 하다 점차 서버 관리 등 구체적인 업무를 지시하게 했다"며 "일당 조직원은 모두 외국인이고 아이티, 남아공 국적의 조직원은 난민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대부분 보이스피싱 조직은 수사를 피하기 위해 중국 등 해외에 콜센터를 두지만 보이스피싱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국제전화나 '070' 등으로 시작하는 인터넷 전화번호로 걸려 오는 전화는 잘 받지 않는 추세다.
이에 이 일당은 '010' 번호를 범행에 이용하기 위해 해외에서 '070'으로 발신한 전화를 국내에서 '010' 번호로 연결해 변작하는 통신장비인 중계기를 국내에 설치했다. 또 해외에 있는 태블릿과 국내에 있는 휴대폰을 연동시켜 다른 기기에서 '전화하기 기능'(CMC 기능)을 이용, 휴대폰을 중계기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합수단은 지난해 9월 점조직, 분업화한 다국적 중계기 운영조직을 대상으로 수사에 착수했다. 이후 범행에 사용된 계좌추적, 휴대폰 포렌식 분석, 원룸촌 현장 수사, 출입국 자료 분석, 국정원 협력 등을 통해 중계기 운영 조직의 실체를 밝혔다.
합수단은 수사를 통해 일반 원룸으로 위장돼 있던 중계소 11개소, 부품보관소 4개소 등을 적발했다. 발신 번호 변작중계기 1694대(784회선), 휴대전화 유심 8083개, 휴대폰 443대, PC 121대, 공유기 193대 등을 현장에서 압수했다.
아울러 조직원 진술 분석, 중계기 포렌식 분석 등을 통해 중국 소재 총책과 간부급 조직원의 신원을 밝혀냈다. 현재 국제 공조로 이들을 추적하고 있다.
김수민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단은 "앞으로도 보이스피싱 범죄를 엄단하고 신종수법에 적극 대응하는 동시에 각종 예방과 홍보 방안을 적극 강구해 보이스피싱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합수단은 2022년 7월29일 출범 이후 총 433명을 입건해 150명을 구속했다. 2022년 보이스피싱 피해 금액은 5438억원으로 2021년 7744억원 대비 약 30% 감소했다. 지난해 피해 금액은 4472억원으로 전년 대비 18% 감소해 2년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저작권자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