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월급 다 뛰었다…일본의 '경기 선순환' 완성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 2024.03.20 05:55

플러스 금리 찾은 日, 통화정책 전환 배경
물가 상승률 3개월 연속 2%대, 마이너스 해제 조건 충족
올들어 임금도 줄줄이 올라…33년 만에 평균 인상률 최고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고수해 왔던 일본이 17년 만에 금리를 올린 배경에는 물가와 임금이 있다. 사진은 일본 도쿄 시부야 거리 전경/AFPBBNews=뉴스1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고수해 왔던 일본이 17년 만에 금리를 올린 배경에는 물가와 임금이 있다.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인 2%대를 달성한 데다 기업들이 임금을 크게 올리면서 물가와 임금 상승의 선순환 고리가 완성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 금리 인상이 '잃어버린 30년'으로 불리는 장기 경기 침체 종료를 의미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본은행은 2007년 2월 이후 17년간 경기 침체 장기화로 금리를 낮추기만 했지 올리지 못했다. 급기야 2016년 2월엔 마이너스(-0.1%) 금리 정책까지 도입했다. 돈을 맡긴 고객이 보관료를 내야 하는 것이다.

이 같은 초완화 통화 정책에도 일본 경기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았다. 월별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를 밑돌기 일쑤였고 심지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달도 많았다. 소비자 입장에선 '물가가 낮아지면 좋은 것 아닌가' 생각할 수 있지만 물가 하락은 임금 감소를 부르고 이는 경기 전반 침체로 이어지는 악순환 구조를 낳는다.

길고 긴 디플레이션 터널에 빛이 보이기 시작한 건 지난해부터다. 지난해 일본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3.2% 올라 1982년(2.8%)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올 1월까지는 3개월 연속 2%대 물가 상승률을 지속하고 있다.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 해제 우선 조건으로 제시해 온 '2%대 물가 상승률'을 충족한 셈이다.

미국·유럽 등이 주요 국가들이 높은 수준의 기준금리를 낮추기 위한 '피벗(pivot·통화정책 전환)' 조건으로 소비자 물가가 2%대까지 떨어지는 것을 꼽는데 일본은 정반대 상황이었다. '2%대 인플레이션'이라는 목표는 같지만 속사정은 달랐다. 경기 침체가 심각한 일본의 경우 물가가 안정적으로 오르는 것을 정책 과제로 삼아왔다.

일본은행이 전격 피벗에 나설 수 있었던 건 기업들의 잇단 임금 인상 결정 덕분이다. 물가만 뛰고 실질임금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금융당국이 기대하는 경기 선순환 요건을 갖추기 어려운데 올 들어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일본 최대 노동조합 단체인 렌고에 따르면 올해 일본 기업(직원 1000명 이상) 평균 임금 인상률은 5.28%로 집계됐다. 이는 1991년(5.66%) 이후 33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로 물가 상승률을 충분히 상쇄하는 수준이다. 지난해 일본 기업 임금 인상률은 평균 3.6%였지만 고물가로 실질 임금은 계속 감소했다.

토요타·닛산·혼다 등 자동차 업계를 비롯해 일본제철·미쓰비시중공업·가와사키중공업·히타치제작소·파나소닉홀딩스·후지쓰 등 일본 대표기업들은 노동조합의 임금인상 요구를 전면 수용했다. 특히 일본제철은 노조 요구액(월 3만엔 인상)보다 많은 월 3만5000엔을 올려주기로 했다. 정기승급을 포함한 인상률은 14.2%에 달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이번 마이너스 금리 정책 해제와 관련 "일본 경제는 금리가 있는 세계로 역동성을 되찾는 출발점에 서게 됐다"며 "임금도, 물가도, 금리도 오르는 플러스(+) 경제로의 전환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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