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오리→실적 버팀목…'영업익 1조' 제2 하만 찾는 삼성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 2024.03.20 05:35

2017년 인수 직후 부진 딛고 2021년부터 성장세
디지털콕핏 업계 1위…대형 M&A 재시동 기대감
사법리스크 해소 등 긍정적…AI·로봇 등 관심↑

하만 개요 및 실적/그래픽=이지혜

삼성전자는 2016년 11월14일 이사회를 열고 주당 112달러, 인수 총액 80억 달러(약 9조원)에 미국 전장전문기업 하만을 인수하기로 의결했다. 국내 기업의 해외기업 M&A 사상 최대 규모의 딜이었다. 당시 삼성전자는 유럽 자동차 그룹으로부터 인수 요청을 받았으나, '완성차 사업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 하에 검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미래 성장동력으로 '전장부품' 사업을 지목하고 인포테인먼트, 텔레매틱스 분야 강자인 하만을 사들였다.

2017년 인수 직후 하만은 실적 악화로 삼성 내 '미운오리새끼'가 됐다. 삼성전자와의 시너지는 기대만큼 나타나지 않았고, 2016년 6800억원에 달했던 연간 영업이익은 2020년 555억원까지 감소했다. 그러나 전장제품 수주가 탄력을 받으면서 2021년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고, 지난해에는 영업이익(1조1737억원)이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이는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의 17.9%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 덕분에 하만은 삼성전자의 '백조'로 거듭났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하만은 삼성전자의 IT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디지털콕핏 분야에서 업계 1위로 치고 나갔고,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분야에서도 업계 선두다. 또 업계 최초로 5G 차량용 통신장비(TCU) 제품을 출시해 주요 모빌리티 기업에 공급했다. 지난해 CES에선 삼성전자와 공동 개발한 미래형 모빌리티 솔루션 '레디 케어'도 선보였다.

문제는 하만 인수 이후 삼성전자의 대형 M&A가 멈춤상태였다는 점이다. 국정농단 사태 등 예기치 못한 사법 리스크에 휘말리면서 삼성은 중장기 계획에 대한 의사 결정을 미뤄야 했고, '총수 부재' 악재까지 겹치면서 결국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뒤처지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에도 로봇기업 레인보이로보틱스 지분 투자와 자회사 하만을 통해 오디오 플랫폼 룬을 사는 정도에 그쳤다.

그러는 사이 주력 사업도 경고등이 켜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 부문에서 14조8800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며 세계 반도체 매출 1위 자리를 인텔에 내줬고, 스마트폰 시장에선 애플에게 출하량 1위 자리를 빼앗겼다.


삼성도 이같은 우려를 알고 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1월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박람회 'CES 2024' 기자간담회에서 "올해는 (대형 M&A) 계획이 나올 것으로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 부회장은 "M&A 환경이 예전보다 나아진 것은 없지만 기존 사업 강화와 미래 사업 발굴을 위해 지속해서 M&A를 검토하고 있다"며 "삼성의 리더십을 정하기 위한 대형 M&A는 착실히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최고경영자(CEO)가 이례적으로 M&A를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삼성이 대형 M&A를 통해 외부에서 성장동력을 보충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일단 '제2의 하만'을 찾기 위한 여건은 마련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불법 승계 의혹' 1심 재판에서 모두 무죄 판결을 받으며 사법 리스크가 상당 부분 해소됐기 때문이다. 검찰 항소로 재판은 이어지지만, 일단 1심에서 혐의를 벗은 만큼 어깨가 가벼워졌다.

대형 M&A 대상을 물색해 온 삼성전자는 우선 전장사업을 담당하는 자회사 하만과의 '시너지'에 초점을 맞추고 독일 콘티넨탈 전장사업 부분 인수를 검토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불투명한 전망 속에서 하만을 과감하게 가져 와서 전장사업을 성장시킨 '성공 스토리'는 큰 자신감이 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7년 전 하만 인수 당시 만큼의 모멘텀은 아닐 수 있지만, 콘티넨탈 전장사업 인수는 내부의 약점을 보완하고 성장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되는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산업계는 삼성이 일단 대형 M&A의 물꼬를 트고 나면, 성장동력 찾기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고 내다본다. 차세대 반도체 기술과 융합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로봇, 전장, 헬스케어 분야 등의 혁신 기업들이 삼성의 M&A 리스트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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