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투자 시계가 제각각 달리 흐른다. 중소형 OLED(유기발광다이오드)가 디스플레이 업계의 수익성을 책임지는 열쇠가 되면서다. 본래 중소형에 집중해왔던 삼성디스플레이는 세계 최초로 8.6세대 IT(정보기술)전용 OLED 라인 구축에 나서며 투자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반면 대형 OLED에 중점을 뒀던 LG디스플레이는 한발짝 늦게 중소형으로 투자의 무게 추를 옮기는 중이다. 6세대 투자 중이지만 8세대 투자는 아직이다.
8세대는 현재 중소형 OLED라인 중 가장 선진 라인이다.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세대는 유리 원장을 뜻하는데, 원장이 크면 한번에 만들 수 있는 양산 수량이 많아진다. 즉 6세대 대비 원가 경쟁력이 높아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다. 또 최신 기술과 설비를 반영해 신규 공정에 유리하다. 특히 중소형 OLED '큰 손' 애플은 공급사에 까다로운 스펙을 요구하기로 유명한데, 최신 라인인 8세대가 이를 맞추기 더 수월한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디스플레이가 2026년 초 양산을 목표로 구축 중인 충남 아산 캠퍼스의 8.6세대 IT OLED 라인은 연간 1000만개의 노트북 패널을 생산할 수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4월 투자 사실을 발표하고, 이달 초 A6라인 설비 반입식을 개최했다. 3년간 4조1000억원을 투입한다. A6라인은 '큰 손' 애플의 제품 출시 로드맵을 겨냥했다. 애플은 2026년 아이패드(태블릿PC), 2027년 맥북(노트북)에 8세대 라인을 사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LG디스플레이의 8세대 투자 소식은 아직이다. 2021년 발표한 6세대 중소형 OLED 라인 투자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여기 3조3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LG디스플레이는 중국 광저우의 LCD(액정표시장치)공장을 시장에 내놨다. 매각 자금은 1조원대로 추정된다. LG디스플레이는 광저우 공장을 정리해 LCD에서 OLED로의 사업 재편 속도를 높인단 방침이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한국이 20년 가까이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1위를 한 것은 기업들이 적기에 투자를 잘 한 덕분이었다"며 "일본 사례를 타산지석 삼아 제때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중소형 OLED 성장세는 계속된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중소형 OLED 시장 규모는 351억달러, 대형은 77억달러로 관측된다. 문대규 순천향대 디스플레이신소재공학과 교수는 "중국이 추격을 하고 있지만 OLED는 투자 자체보다 기술력이 더 중요하다"면서도 "마냥 안심할 순 없으므로 한국 기업들이 격차를 더욱 벌리려면 계속 적극적 투자를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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