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한 강대강 대치국면, 대화협의체 구성으로 실마리 찾아야

머니투데이 정심교 기자 | 2024.03.19 17:30

[MT리포트] 전공의 공백 한 달, 드러난 K-의료 민낯 ①

편집자주 |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내고 출근을 거부한 지 한 달째다. 정부가 '면허 정지'라는 초강수를 뒀지만, 대부분은 돌아오지 않아 환자와 병원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교수들마저 단체 사직을 예고하면서 '강 대 강' 대치가 팽팽하다. 갈등을 봉합할 해법이 시급한 이유다. 이번 전공의 부재가 중증·응급질환 진료 시스템을 마비시켰다는 점도 이번 기회에 짚어볼 필요가 있다. 전공의 부재가 보여준 대한민국 필수·지역 의료의 민낯을 분석하고 강 대 강 대치의 해법을 찾아본다.

(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 정부의 전공의 처벌 방침 등에 반발하는 의대 교수들이 사직서 제출을 예고하는 등 본격적인 집단행동을 예고한 15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서울대·연세대 등 19개 의과대학 교수들은 이날까지 사직서 제출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2024.3.1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정부와 의사단체 간 강 대 강 대치 국면이 한 달째 이어져 오면서 환자·병원 피해는 물론, 국민적 피로감이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다. 이런 갈등 국면을 누그러뜨릴 현실적인 방안으로 '대화 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정부와 의사단체가 공통으로 주장하는 접점이 '대화'이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15일 서울대병원을 찾은 한덕수 국무총리는 의사들에게 "정부와 의사, 학생들로 협의체를 꾸려 대화하자"고 제안했고, 이에 대해 수용의 뜻을 밝힌 방재승 서울대 의과대학 비상대책위원장은 "합심해서 합의점을 찾아보도록 노력하자"고 화답했다. 서울대 의대 비대위는 12일 기자회견에서 "정부·의협뿐 아니라 국민·전공의·여야를 포함한 대화 협의체를 만들자"고 제안한 바 있다.

단, 대화 협의체 '멤버'에 대해서는 의견 차가 있다. 앞서 정부와 대한의사협회 간 의료현안협의체가 28번이나 열렸지만, 현재 갈등의 불쏘시개가 된 의대 정원을 두고 양측 이견만 확인할 뿐 합의점은 끌어내지 못했다. 양측이 또다시 원점에서 논의한다고 하더라도 접점을 찾을 가능성이 희박할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정부는 '대표성 있는 의사단체'와 대화하고 싶다는 입장이다. 이번 전공의 공백 사태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의협이 의료계 대표성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접촉해보면 의협은 대표성을 갖기가 어렵다"며 "큰 병원, 중소병원, 전공의, 의대생, 교수 등 입장의 결이 다 달라서 대표성이 있는 기구나 구성원들과 이야기해야 책임 있게 논의하고 실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는 지난 12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대 증원 시기·규모에 대해 정부와 의협, 일반 국민, 전공의, 여야 포함한 협의체를 만들어 대화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김관민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회장도 "의료·사회 전문가로 이뤄진 협의체를 구성해 원점부터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번 전공의 대규모 이탈 이후 정부가 의료개혁의 칼을 빼든 상황에서도 강 대 강 대치를 누그러뜨릴 '힌트'가 발견된다. 정부는 이번 전공의 이탈로 인한 상급종합병원 마비 사태를 계기로 상급종합병원-종합병원-병원-의원으로 이어지는 현행 의료 전달체계를 개편하겠다는 전략이다. 중증·응급 환자는 상급종합병원에서, 경증 환자는 동네 병·의원에서 진료받게 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상급종합병원으로의 쏠림 현상을 없애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주수호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이런 시스템을 구축하자는 주장은 이미 의협이 정부에 십수 년 전부터 요청해온 것"이라며 "이제라도 바뀌게 돼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정부와 의사단체가 한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의료개혁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면 '대치'가 아닌 '협업' 구조로 바뀔 신호탄이 될 수 있단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정부와 의사단체 간 이견이 없는 또 다른 영역은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한 수가 인상'이다. 다만 정부가 지난달 내놓은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는 의사단체로부터 호응을 얻지 못했다. 모 대학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A 교수는 "이 패키지의 이름에 필수의료가 적혀있기는 하지만, 들여다보면 수가를 인상해주겠다는 두루뭉술한 내용 외에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나오지 않았다"며 "정부가 필수의료 수가를 올려주겠다는 약속은 이미 십수 년 전부터 있었지만, 공염불에 지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 정부의 전공의 처벌 방침 등에 반발해 의대 교수들이 집단 사직서 제출 움직임을 보이는 19일 대구의 한 대학병원 1층 로비에 "의사 선생님 환자 곁을 지켜주세요"라는 소원쪽지가 붙어 있다. 2024.03.19. lmy@newsis.com /사진=이무열
실제로 정부가 내놓은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엔 필수의료 영역에서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등 진료과별, 질환별 수가가 구체적으로 얼마나 인상될지에 대해선 제시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강건욱(대한핵의학회장) 서울의대 핵의학과 교수는 "국내에선 수술 한 건당 병원이 고작 수백만 원을 받을 수 있는데, 수술을 많이 할수록 해당 진료과는 병원 재정만 축내는 천덕꾸러기로 몰린다"며 "중증·응급 질환에 대한 수가를 지금보다 10배는 높여야 병원이 적자를 면하고, 필수의료 의사가 개원가로 이탈하려는 현상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번 강 대 강 대치국면에서 전공의 부재가 낳은 의외의 결과물은 △PA 간호사 합법화 △비의료인의 반영구화장·타투 시술 합법화 △비대면진료 적용범위 확대 등의 추진이다. 이에 대해 강건욱 교수는 "이런 결과물은 국민적 여론이고, 의사들도 이제는 받아들여야 할 때"라며 "다만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에도 전공의들이 돌아오지 않는 이유에 대해 정부도 점검·해결에 나서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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