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16일자 최신호에서 대다수 선진국에서 18~29세 사이 젊은 남성과 여성의 정치 성향이 양극화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을 비롯해 유럽, 미국 등 20개 선진국의 여론조사 데이터를 분석했다.
백분율로 계산하면 차이가 더 명확하다. 2020년 젊은 남성 중 자신을 '진보적'이라고 답한 비율은 '보수적'이라는 답변보다 2%포인트 많았다. 반면 여성 중에서는 진보 비율이 보수보다 27%포인트나 더 높았다.
20개국 중 인구가 일정 수준 이상인 국가 모두에서 젊은 남성은 여성보다 보수적이었다. 정치 성향을 1~10으로 나타냈을 때 미국의 격차는 1.4포인트, 프랑스는 1, 이탈리아는 0.75였으며 한국은 0.74를 기록했다. 여성이 점점 진보적인 성향을 띠는 반면 남성은 그렇지 않아 정치 성향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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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정당에 투표하는 여성들━
이코노미스트는 젊은 남성과 여성의 정치 성향 차이 확대에는 △교육(여성이 더 많은 교육을 받음) △경험(선진국이 되면 성차별이 감소) △에코 체임버 효과(소셜 미디어가 양극화를 약화)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전했다. 에코 체임버(echo chamber·반향실) 효과는 특정 목소리만 메아리치며 증폭되는 현상을 뜻한다.
특히 페미니즘에 대한 반발은 여성의 전진에 위협을 느끼는 젊은 남성 사이에서 가장 크다. 이코노미스트는 여성을 위한 좋은 직장이 남성들의 기회를 앗아가는 걸 뜻하지는 않지만, 많은 남성들이 그렇게 여긴다고 전했다. 중장년층은 이미 경력의 정점에 섰거나 은퇴했기 때문에 별 영향을 받지 않는 반면, 청년층은 곧 커리어를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여성의 경쟁을 향후의 잠재적 위협으로 여긴다는 설명이다. 최근 연구에서 스웨덴 괴텐브루크 대학의 오프 박사와 연구팀은 젊은 유럽 남성들은 특히 실업률이 높을 때 여성을 원망하고 페미니즘이 도를 넘었다고 생각하기 쉽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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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집제도의 영향도 있어…소셜미디어가 양극화를 악화━
젊은 세대가 세상을 바라보는 렌즈 역할을 하는 소셜미디어 역시 양극화를 악화시키고 있다. 이는 사람들이 에코 체임버(반향실)을 형성하게 만든다. 비슷한 의견을 가진 그룹의 사람들이 토론하면 개인들은 그룹 내 의견을 반복하고, 그룹의 인정을 받기 위해 결과적으로 극단적이 되기 쉽다.
한편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자유주의 학자 리처드 리브스는 좌파 정당이 자신들이 여성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여성을 설득하는 데는 상당한 성과를 거뒀지만 남성과 대화하는 방법을 찾지 못했다고 '소년과 남성에 관하여'(Of Boys and Men)에서 주장했다. 진보주의자는 대개 "성 불평등은 여성에게 불리한 방향으로만 진행된다"고 가정하고 '해로운 남성성'(Toxic Masculinity)라는 이름을 붙여 남성성에 본질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암시하려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런 태도가 소년과 남자들을 대화의 공간으로 끌어들이기보다는 이들을 자신은 잘못한 게 없고 자유주의자들이 자신을 노리고 있다고 확신하게 되는 '매노스피어(manosphere, 남초 커뮤니티)'로 내몬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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