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농산물 물가에 대한 실상과 오해

머니투데이 안병일 고려대학교 교수 | 2024.03.19 09:00
고려대 안병일 교수
소비자물가지수(Consumer Price Index: CPI)는 인플레이션 정도를 측정하는 직접적인 지표로 최근 들어 그 어느 때보다도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미국 연준의 금리 수준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 중의 하나가 CPI 수준이라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다.

매월 발표되는 CPI에 따라 연준의 금리 정책에 대한 예상을 하는 분석 리포트들과 기사들이 넘쳐나고 우리나라 주가 지수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농축산물 소비자 물가가 가장 주목을 받고 있다.

올 2월 기준으로 통계청에서 발표한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지수는 113.77로, 전월 대비 0.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품목군을 상승률이 높은 순서로 나열하여 보면 △농축산물 3.1% △공업제품 0.5% △수산물 0.2% △서비스 0.3% 상승했고, 전기·가스·수도는 전월과 동일하게 조사됐다.

농축산물의 전월 대비 물가상승율이 높게 나타나는 이유는 기후영향에 따른자연재해로 생산이 감소한 과일과 채소의 물가 상승률이 각각 8.6%, 8.9%로 크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품목들은 대부분 장바구니 물가에 포함되는 품목이라 소비자들의 체감물가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들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보면, 이들 품목들은 모두 연중 생산이 가능하지 않은 이른바 '계절품목'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계절성을 감안한 상태에서 물가상승율을 살펴볼 수 있는 기준이 있는데, 전년동월 대비 상승률과 평년동월 대비 상승률이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24년 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동월 대비 3.12%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고, 평년동월 대비 상승률은 필자가 계산한 바로는 11.12%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이와 같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대한 농축산물의 기여도는 전년동월비 기준으로는 0.88% 포인트, 평년동월비 기준으로는 1.49% 포인트로 계산된다. 반면 서비스는의 기여도는 각각 1.35% 포인트, 4.89%포인트로 계산되어 서비스요금의 상승이 오히려 물가 상승의 주요 요인이었던 것으로 나타난다.

아울러 최근 5년간 연평균 물가상승률을 살펴보면, 농축산물은 4.05%인데 반해 전기·가스·수도 요금은 5.78%인 것으로 계산돼 농수축산물의 물가상승율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난다. 다른 품목에 비해 농축산물의 물가가 단기간에 큰 폭의 등락을 보이는 이유는 소비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데 반해, 공급이 신축적으로 조정이 되지 못하는 이른바 비탄력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농축산물의 공급이 가지고 있는 계절성이라는 특징에 더해 기후 위기 등으로 생산량 변동을 대처하기가 점점 더 어려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한 물가 상승의 주범은 농산물이라는 오해는 늘 양산될 수밖에 없다.

농산물 물가 상승을 대처하기 위해서는 국민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한다. 단기적인 측면에서 보면, 소비자들은 가격이 강세인 품목에 대해서는 소비시기를 조정하거나 대체품목을 소비하는 등의 유연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정부 역시 비축물량의 방출이나 수입 대체품목의 유통활성화 등 수요를 분산시키는 정책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중장기적 관점에서는 농산물 가격은 공급의 비탄력성, 계절성이라는 특징 때문에 특정시기에 가격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이해를 바탕으로 생산 및 공급의 안정성을 기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정부에서도 민·관 합동으로 과일에 대한 생육관리 강화 노력을 강화해 오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민관의 노력이 물가 안정화에 큰 밑거름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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