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광장]신통한 사람들

머니투데이 혜원스님 구리 신행선원 선원장 | 2024.03.18 02:03
혜원스님 구리 신행선원 선원장 △
옛날 어느 스님이 열심히 기도하는데 허공에 부처님이 나타나서는 "그대의 욕망이 성불을 막고 있으니 그대의 소중이를 잘라라!" 해서 그 말을 들은 스님은 성불하기 위해 자신의 소중이를 잘랐다고 한다. 결국 허공에 나타난 부처님도 사라지고 자신의 소중이도 사라졌다는 슬픈 일화다. 종종 사찰 주변에 허공과 대화하며 삿대질하는 사람들이 나타난다. 그들은 무엇을 보고 누구와 대화하는 걸까. 내 눈에는 보이거나 들리지 않는데 보고 듣는 사람들은 참으로 신통하다.

하지만 웃을 수 없는 것은 그들은 대부분 그런 신통한 현상들 속에서 고통받기 때문이다. 그들의 세상은 깨어서 꾸는 나쁜 꿈과 같다. 마음속에 일어나는 찰나의 불안이 허상을 만들어내고 그것들과 소통한다. 우리 주변에는 의외로 이런 사람이 많다. 참선을 하는데 신비로운 체험을 하거나 기도를 하는데 어떤 것을 보거나 듣는 등의 일도 있다. 그리고 그런 경험을 자신의 경지가 높아졌다고 여기고 자랑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런 경험에 집착하고 계속해서 좇아간다. 안타깝게도 그런 것들은 모두 헛된 것이다. 그 대상이 신비롭고 절대적인 대상이라도 역시 마찬가지다. 컴퓨터에 바이러스가 침투한 것처럼 그 그림자가 머릿속을 맴돌게 된다. 그것은 현대인들의 정신질환과도 유사한 면이 있다. 끊임없이 고통받는 자아, 끊임없이 갈구하는 자아, 반복적으로 떠오르는 생각들. 이런 것들은 상처 입은 그림자와 같다. 욕망이 좌절되거나 타인의 욕망에 상처를 입거나 등의 작용과 그 반작용으로 우리 내면에 자리잡는다.

종교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치료법을 대체하는 역할을 오랫동안 해왔으나 오히려 문제를 증폭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가끔 종교인의 욕망이 상처 입은 영혼들을 이용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신통한 말이나 신비로운 말을 하는 종교인과 가까이 해서 좋을 게 없다. 그들과 가까이 할수록 삶이 혼란해질 뿐이다. 어떤 경전들을 보면 온갖 신비로운 일이 일어나는데 그건 무엇이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경전들의 목적은 신비로운 수식을 통해 믿음을 내게 하고 그 믿음을 통해 집착과 고통을 떠나게 하는 데 있지 그 신비로운 수식들만 믿고 따르라고 하지 않는다. 달을 가리키면 달을 봐야지 손가락을 보지 말라고 한다. 경전을 볼 때도 그 맥락을 파악해야지 화려한 수식들에 눈이 멀면 안 된다.

그렇다면 그 많은 나쁜 생각에선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그것에는 특정한 방편이 정해져 있지 않다. 사람과 상황에 따라 수없이 많은 방편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모든 방편의 공통점은 하나의 대상에 집중하게 하는 데 있다. 나쁜 생각을 문제 삼는다고 나쁜 생각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문제 삼으면 삼을수록 문제는 더 커질 뿐이다.


혜가 스님이 달마 대사에게 "불안한 저의 마음을 편안케 해주십시오" 하자 달마는 "그 마음을 내게 가져와라" 한다. 혜가가 "다시 찾으려 하나 찾을 수 없습니다" 하니 달마는 "내가 이미 그대 마음을 편안케 하였노라" 할 뿐이다. 불안한 마음이 있었으나 그 마음을 찾으려 하니 이미 불안한 마음은 그 불안한 마음을 찾는 마음으로 바뀐 것이다.

스스로 불안한 마음에 머물지 말고 스스로 자유로워질 것을 달마 대사는 깨우쳐준 것이다. 모든 나쁜 생각과 불안한 마음은 그저 고요히 다른 한 대상에 집중하는 것으로 해결하면 된다. 그것이 쉽지 않은 것은 그 불안한 마음을 스스로 붙잡고 있기 때문이다. 의식에 뿌리 깊이 자리잡은 생각들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정진이 필요하기도 하다. 신통한 것을 구하지 말라. 오히려 그런 것들을 구하는 마음에서 벗어나 세상을 바라보면 이미 이 세상은 있는 그대로 신비롭다.

우리의 의식은 온 우주를 넘나드는 자유를 스스로 갖추고 있고 길가의 작은 풀꽃 속에 깃들기도 한다. 자신을 어두운 방안에 가두지 말고 밖으로 나오면 세상은 봄이 오고 있다. 그 마음속에 신통하게도 봄이 온다. 거리에 신통한 사람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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