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첨금인가 계산서인가…美 '8조원 보조금'에도 못 웃는 삼성

머니투데이 오진영 기자 | 2024.03.18 02:15
/사진 = 김현정 디자인기자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에 지급할 것으로 알려진 '60억 달러(한화 약 8조원)의 보조금'을 두고 반도체업계는 기본적으로 '선전한 협상'이라고 본다. 그러나 더 구체적이고 큰 규모의 투자안을 내놓아야 하는 부담도 존재한다는 점에서 우려도 교차한다.

17일 업계와 외신 등을 종합하면 미국 상무부는 수주 내로 자국 내 공장을 건립하는 주요 반도체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지원안을 발표한다. 블룸버그 등 외신이 추정하는 금액은 삼성전자가 8조원, 대만 TSMC가 6조 6000억원이다. 미국 기업인 인텔은 대출 등을 포함해 최대치인 13조원으로 내다본다. 미국 반도체법에서 규정한 총 52조원의 보조금 중 이들 기업이 절반에 가까운 금액을 가져가는 셈이다.

삼성전자에 대한 당초 예상됐던 보조금(3조 3000억원)보다 2배 이상 많고, 훨씬 많은 금액을 투자하는 대만 TSMC보다도 금액이 많다. 파운드리(위탁 생산)에 치우쳐 있는 TSMC와 다르게 메모리·설계·패키징(후공정)까지 가능한 삼성의 턴키(일괄 공급) 능력에 높은 점수를 받은 셈이다.

보조금을 받으면 치솟는 건축 비용이나 원자재 가격 등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삼성의 테일러 공장은 최근 인플레이션으로 공사비가 계속 치솟고 있으며, 미국의 반도체 생산원가가 국내보다 최대 20~30% 더 든다. 보조금은 비용 증가분을 메꾸고도 남을 만한 숫자다. 업계 관계자는 "예상보다 30% 가까이 공사비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는 만큼 보조금 증액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는 보조금 규모로 미뤄 삼성전자에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했을 가능성이 높은데다, 추가 투자도 해야 할 것으로 내다본다. 또 TSMC보다 빠른 시일 내에 구체적인 투자안을 내놓아야 한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은 최근 "10년 후 프로젝트를 위해 올해 성과를 낼 프로젝트 지원을 거절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언급했는데, 건설이 계속 지연되고 있는 TSMC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은 "협상중인 사안이라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의 중국 내 공장이 여전히 가동 중인 점 역시 불안한 대목이다. 미국은 향후 10년간 중국에서 첨단 반도체 생산라인을 5% 이상 확장할 경우 반환해야 한다는 조건으로 반도체 보조금을 준다. 삼성전자 전체 낸드플래시 생산의 40%를 담당하는 시안 공장이나, 패키징을 맡는 쑤저우 공장의 확장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이 밖에 수율 등 영업 비밀 제출 요구와 초과 이익 환수 방침 등의 걸림돌도 여전하다.

업계는 "신속하게 투자안을 구상하되 정부와 적극 협력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반도체기업 핵심관계자는 "TSMC 의존도를 해소하고, 삼성의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많은 보조금이 지급되는 것은 나쁜 신호가 아니다"면서도 "까다로운 조건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지속적으로 대미 접촉을 확장하는 정부와 함께 대응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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