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 레이팅스는 올 들어 3월 현재까지 전 세계 기업 디폴트 건수는 29건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2009년 같은 기간 36건을 기록한 이후 최대치다.
국가별로는 미국 기업이 17곳으로 가장 많았다. 지난달 레디올로지 파트너스·플루토 어퀴지션·카노 헬스 등 의료 기업들이 잇따라 디폴트에 빠졌다. 미국 크루즈 운영사 혼블로어, 정보기술(IT) 소프트웨어 업체 고투 등도 채무불이행 기업 명단에 올랐다.
유럽에선 8개 기업이 부도를 냈는데 이는 1년 전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유럽 기업들의 부도 건수는 최근 유럽의 경기 상황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로, 올 상반기까지는 디폴트 증가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FT는 짚었다.
업종별로는 헬스케어·의료, 미디어·엔터테인먼트 등 기업들이 많았다. 특히 미국 의료 관련 기업들은 지난 2022년 도입된 '노 서프라이즈' 법의 직격탄을 맞았다. 노 서프라이즈 법은 건강보험 가입자들이 보험사 네트워크 밖에서 응급 의료 서비스를 받는 것에 대해 의료비가 과다하게 청구되는 것을 금지하는 일종의 보호 법이다.
S&P 글로벌은 올 들어 지금까지 발생한 기업 디폴트 29건 중 절반 가량인 14건을 '부실 거래'로 분류했다. 이는 파산절차 등을 피하기 위해 부채 액면가보다 낮은 값에 자산을 넘기거나 채무를 재조정하는 거래를 말한다. 이처럼 부실거래 비중이 높은 것도 2008년 이후 처음이다.
투자그룹 아폴로의 토르스텐 슬록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기업 디폴트 건수는 지난 2022년 3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한 이후 시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정확히 보여주고 있다"며 "높은 금리 상태가 이어지면서 부채가 많은 기업들은 버티지 못하고 쓰러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S&P 글로벌은 앞으로 디폴트 건수가 더 늘어나는 등 글로벌 기업 환경이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S&P글로벌의 예카테리나 톨스토바 애널리스트는 "소비에 민감한 기업들이 추가 디폴트 명단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며 "화학, 헬스케어 등 부문에선 적자 기업들의 신용등급 강등이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진단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은 이날 6월 이전 인하 전망을 62% 이상으로 반영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 역시 6월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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