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생각은 곧 옛말이 될 수도 있다. ESG 경영을 돕는 제품과 서비스를 내세운 창업기업들이 늘고 있다. ESG는 '환경, 사회, 지배구조'의 머릿말로 기업가치에 점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비재무적 지표다. 기후위기 대응을 포함해 ESG 가치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관련 제품을 개발·공급하는 스타트업이 주목된다.
━
필터 없어도 오염물질 정화…전력소비도 줄여━
이 시스템은 저전력 설계를 통해 동일면적 기준 일반 선풍기의 1/10, 특정 공기청정기의 1/6 수준의 전기를 소비한다. 저전력 제품을 쓰면 전기생산을 위해 발생하는 탄소를 줄이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에어솔루션은 그동안 코트라(KORTA), 오투타워 등에 설치돼 효과를 검증했다.
서울경제진흥원(SBA)은 지난해 9~12월 서울소재 스타트업 40개사를 대상으로 ESG 관련 진단과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로 대신경제연구소와 함께 최근 '서울 스타트업 ESG 가이드라인'을 내고 어썸레이 등 스타트업 3곳을 모범사례로 제시했다. 이들 모두 고객이 친환경 등 ESG 지표를 개선할 수 있도록 돕는 제품을 내놨다.
수(水)처리 데이터 기업 지오그리드는 '똑똑한 수도계량기'인 스마트 IoT(사물인터넷) 상수도 관제 플랫폼을 기업에 제공한다. 수도배관 세척, 전기를 이용한 동파방지 등 스마트 기능을 더했고 누수 상황도 원격 확인해 관제센터에 전송할 수 있다. 리베이션은 종이소재를 활용한 페이퍼몰드나 바이오플라스틱 등으로 기존 플라스틱을 대체한 친환경 포장 패키지를 만든다.
ESG 개념은 비교적 짧은 시간에 산업계 및 투자업계에 확산됐다. 하지만 ESG를 측정하기 위한 기준과 요건은 지금도 다양하게 제시될 뿐 아직 통일된 기준은 없다는 게 정설이다. 국내도 2025년부터 실행하기로 한 ESG 공시 의무화를 2026년 이후로 1년 이상 연기한 상태다.
이제 막 설립됐거나 업력이 짧은 기업은 대기업처럼 정교한 경영체계를 갖추기 어렵다. 최소한의 기업 생존과 멀어보이는 ESG를 당장 적용하라고 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그러나 경영환경은 분명 달라지고 있다. SBA 조사에서 응답자의 30.8%가 ESG를 중시하는 이유로 '소비자 트렌드 대응'을 꼽았다. 이제는 고객과 투자자들이 스타트업에게도 ESG 활동을 요구하고 있다는 뜻이다.
━
스타트업, ESG경영은 무리? '우리만의 전략' 승부━
지오그리드는 임직원 9명, 리베이션은 지난해 8명으로 직원규모가 각각 한 자릿수이지만 ESG 관련 제품을 내놓고 있다. 고객사를 돕는 걸 넘어 스타트업 스스로도 탄소감축에 기여하는 노력을 기울인다. 리베이션은 ISO 14001(환경경영시스템) 인증을 취득했고, 법인차로 전기차를 구매하고 있다.
어썸레이는 홈페이지의 맨 처음 메뉴가 'ESG'일 정도다. 김세훈 어썸레이 대표는 "산업단지에 생산라인을 만들었을 때 사용전력을 어떻게 줄일지도 계획을 세워 가는 단계"라고 밝혔다.
이런 사실은 ESG 경영 확산의 과제를 보여준다. 무엇보다 기업규모와 실정에 맞는 기준을 도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지오그리드 관계자는 "2022년부터 ESG 도입을 시도했지만 쉽지않았다"며 "지난해 '물기술 기업이자 스타트업으로서 우리에게 맞는 전략을 찾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의 BM(비즈니스모델)별로 ESG 각 분야에 강점이 다를 것"이라고 밝혔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저작권자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