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만들면 빨리 팔았는데"…현대차·기아, 재고소진 속도 둔화

머니투데이 강주헌 기자 | 2024.03.17 06:50
현대차·기아 재고자산회전율 추이/그래픽=윤선정
현대차·기아 재고자산 규모/그래픽=이지혜
현대차·기아의 재고자산이 합산 30조원에 육박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한 가운데 재고소진 속도가 소폭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차량 판매 호조로 공장 가동률을 끌어올리면서 재고물량이 확대됐다. 올해도 글로벌 경기 침체 국면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피크아웃(경기 정점 후 하락)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현대차·기아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현대차의 재고자산회전율은 전년(8.8회)보다 떨어진 8.2회였다. 기아도 같은 기간 8.5회에서 7.6회로 줄었다. 재고자산회전율은 재고자산이 매출로 이어지는 속도를 뜻하는데 이 속도가 감소한 것이다. 재고자산회전율이 높다는 것은 재고(차량)이 그 만큼 빨리 팔려 매출로 이어진다는 의미다. 평균 재고자산을 매출원가로 나눈 것으로 기업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재고관리를 하고 있느냐를 볼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다.

재고자산도 크게 늘었다. 양사 합산 재고자산은 코로나 사태와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2021년 20조원 아래로 떨어졌다가 지난해 30조원에 근접했다. 지난해 현대차와 기아의 재고자산은 전년 대비 각각 21.8%, 23.8% 증가한 17조4003억원, 11조2728억원으로 집계됐다. 총자산 대비 재고자산 구성 비율도 6.2%, 14.0%로 코로나 사태 이전인 2019년 수준으로 증가했다.

재고자산이 늘었다고 꼭 기업의 경영 환경이 나빠졌다고 볼 수는 없다.. 현대차와 기아 모두 최근 3년 연속 역대급 실적을 경신하면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기아의 경우 신차 판매 호조가 이어지면서 지난해 글로벌 공장 가동률이 평균 98.5%로 2016년 100.5% 이후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전후로 6회 중반대였던 재고자산회전율은 2022년 8.5회가 됐다. 차량을 전보다 더 만들고 파는 속도도 빨라졌다는 얘기다.


현대차·기아는 부가가치가 높은 차종으로 전환하면서 재고자산의 가치도 함께 상승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전기차랑 제네시스 등 고가 차량의 생산 비중이 높아진 까닭에 평가 금액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자산 규모가 아닌 차량 대수 기준으로 보면 코로나 사태 이전의 절반 수준"이라고 밝혔다.

다만 지난해 재고 소진 속도가 소폭 둔화한 양상을 보이는 것은 유의할 대목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올해도 고금리·고물가 여파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는 등 글로벌 경기 침체가 장기화할 것으로 보여서 효율적인 재고 관리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올해 들어 현대차와 제네시스의 미국 재고가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콕스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현대차의 지난 1월 신차재고 일수는 93일로 업계 평균 80일보다 늘었다. 지난해 1월 신차재고 일수가 50일이었던 것보다 늘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재고자산 증가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생산 정상화에 따른 재고물량 확대에 기인한 것"이라며 "재고자산회전율은 최근 3개년 중에서는 지난해 들어 수치가 소폭 하락한 것은 맞다"면서도 "아직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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