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소시에테제네랄) 증권발 주가폭락을 일으킨 시세조종 사건의 핵심 증인으로 꼽히는 김모씨가 재판정에 등장하지 않았다. 라덕연 H투자컨설팅업체 대표의 측근으로 꼽히는 김씨는 검찰측 증인으로 14일 출석할 예정이었다. 라 대표측 변호인들은 검찰이 김씨를 '봐주는 것 아니냐'는 취지로 의혹을 제기했다.
서울남부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정도성)는 14일 오전 10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를 받는 라 대표 등 11명에 대한 공판을 시작했다. 이날 공판엔 검찰 측 증인으로 김씨가 출석할 예정이었다.
김씨는 SG증권발 주가폭락 사건의 핵심 인물로 라 대표를 도와 전체 사건의 틀을 짜고 계획한 인물이라고 라 대표측 변호인은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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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판 도중 증인에 전화하러 나간 검사…"파악한 번호가 수신정지"━
정 부장판사는 "오늘 김씨는 증인으로 안 나온 거 같다"며 "검찰 증인인데 법원이 연락을 여러 번 했는데 송달도 안 되고 전화도 안 받고 있다"고 했다.
검찰측 "지금이라도 연락을 취해보겠다"고 답했다. 이날 공판에 참석한 검사 2명 중 1명이 법정에서 나가 김씨에게 연락을 취했다.
정 부장판사는 "김씨가 안 나왔다고 기일을 공전할 수는 없고 무언가를 해야 한다"며 "지금 연락처를 알아보고 있는 거냐"며 검찰측에 재차 물었다.
재판부는 검찰이 김씨와 연락을 취하는 사이 자본시장법, 특정경제범죄법,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한 시중은행의 기업금융팀장 김모씨(51)와 증권사 부장 한모씨(54)의 보석심문을 진행했다.
약 10분 후 증인에게 연락을 취하기 위해 나갔던 검사가 법정으로 돌아왔다. 검찰측은 "수사과정에서 파악한 번호가 수신 정지상태라 새로운 번호가 있는지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정 부장판사는 "특이한 건 피고인들의 증언에 의하면 김씨는 피고인들에게 큰 도움을 준 사람인데 추가 사건에서도 기소가 안 됐다"며 "기소 예정인가"라고 물었다. 김씨가 피고인들에게 도움을 준 공범인데 왜 기소하지 않았냐는 취지다.
검사는 "그렇다"며 "공범들이 더 있어서 수사 중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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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덕연 측 "검찰이 김씨 기소 안할 것 같아"…판사 "그렇게 생각할 수도"━
라 대표측 변호인은 "외람된 말이지만 김씨가 검찰측 증인이라 (검찰이) 대동하고 데리고 올 것으로 예상했다"며 "김씨가 잠적을 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검찰이 김씨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저희 쪽에서 김씨를 고소한 게 있는데 전혀 수사가 이뤄지지 않는다"며 "기소 예정이라고 했지만 저희 생각엔 기소 안 할 것 같다"고 주장했다.
정 부장판사 역시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어찌됐든 김씨 증인심문을 할 것"이라며 "휴정했다가 오후 2시에 개정하자. 오후 2시에도 김씨가 안 나오면 라 대표 신문 먼저 하자"고 했다. 이에 공판 시작 30여분만에 휴정이 선언됐다.
이날 오후 2시 공판이 개정되자 검찰측은 "김씨와 연락이 닿았지만 일정 문제로 오늘은 공판에 출석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날 공판에서 검찰측은 김씨가 불출석하면서 급하게 라 대표를 신문했다.
라 대표 등 일당 56명은 2019년 2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공모해 미신고 유사투자자문업체를 운영하고 통정매매 등 수법으로 8개 종목의 시세를 조종해 부당이익 7305억원을 챙긴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를 받는다.
또 이중 수수료 명목으로 챙긴 범죄수익 1944억여원을 차명 계좌를 이용해 법인과 음식점 매출 등으로 숨긴 혐의(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도 있다.
검찰은 라 대표 등 주요 조직원 10명의 재산 220억원 상당을 추징보전했다. 또 주가조작·자금세탁에 이용된 10개 법인에 대해서도 법인해산 명령을 청구해 해산 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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