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원래부터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해서 연구개발을 늘려왔는데, 2018년 미중 무역전쟁이 발발하고 미중 패권경쟁이 노골화된 후에는 연구개발 투자를 더 빠르게 늘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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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10% 증가한 중국의 과학기술 예산…한국은 14.7% 삭감 ━
민간부문까지 합치면 중국의 연구개발비 규모는 더 커진다. 지난해 중국의 전체(정부+민간) 연구개발비는 전년 대비 8.1% 증가한 3조3280억위안(약 606조원)으로 미국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중국의 연구개발비는 불과 7년 만에 두 배 넘게 불었으며 특히 미중 무역전쟁이 일어난 2018년 이후 증가 속도가 빨라졌다.
연구개발비가 급증하면서 중국의 GDP(국내총생산)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2018년 2.14%에서 지난해 2.64%로 상승했다. 한국은 2022년 GDP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이 5.21%로 이스라엘에 이어 세계 2위를 유지했다. 규모 면에서 한국의 연구개발비는 112조6460억원으로 중국의 약 6분의 1 수준이다. 14억 인구를 가진 중국의 GDP 규모가 19조달러에 달하기 때문이다.
중국 과학 기술은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일부 분야에서는 성과도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 6일 인허쥔 중국 과학기술부장(장관)은 중국이 양자기술(Quantum Technology·QT), 반도체, 인공지능(AI), 바이오, 이차전지 분야에서 중대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인 부장은 세계 최초 4세대 원자력 발전소 가동과 자체 개발한 첫 번째 여객기 C919의 상업비행, 그리고 수출이 급증하고 있는 '전기차·리튬배터리·태양광 제품'을 예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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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추월당한 한국…중국은 우주항공, AI, 양자기술에서 멀찌감치 앞서가━
평가 결과에 따르면 전체 기술 수준은 미국이 최고 수준(100%)이며, EU(94.7%), 일본(86.4%), 중국(82.6%), 한국(81.5%) 순으로 평가됐다.
연도로 환산한 격차를 보면, 미국에 대한 격차를 한국이 2020년 3.3년에서 2022년 3.2년으로 0.1년 단축했지만, 중국은 같은 기간 3.3년을 3년으로 단축하며 한국을 앞질러갔다. 그동안 중국이 한국을 추월했다는 심증만 있었는데, 이번에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중국이 우주항공, 인공지능, ICT, 양자 등 미래 먹거리 산업에서 한국을 멀찌감치 따돌렸다는 건 상당한 위기감을 심어주는 대목이다. 한국은 주요 5개국 중 꼴찌를 차지했으며 유일하게 이차전지 분야에서만 1위를 차지했다. 특히 상당히 도전적이지만,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필수기술로 평가되는 우주항공·해양, 양자에서 미국·중국 대비 기술수준이 낮은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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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가 국제특허 출원 1위…상위 20위권에 중국 기업 7개━
이어 미국(5만5678건), 일본(4만8879건), 한국(2만2288건), 독일(1만6916건)이 나란히 2~5위를 차지했다. 전통적인 기술 강국들로 앞서 과기정통부가 조사한 주요 5개국과도 겹친다.
중국 기업은 화웨이 외에도 BOE(5위·디스플레이), CATL(8위·배터리), 오포(9위·스마트폰) 등 4개사가 10위권에 진입했다. 업종 별로도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스마트폰 등 다양한 업종을 망라하고 있다. 특히 세계 최대 배터리업체 CATL은 2022년 92위에서 2023년 8위로 순위가 84계단 수직 상승했다.
범위를 20위로 넓히면 중국 기업은 ZTE(11위·통신장비), 비보(13위·스마트폰), 샤오미(14위·스마트폰) 등 모두 7개사가 상위 20위권에 진입했다. 반면 한국 기업은 삼성전자(2위), LG전자(6위), LG에너지솔루션(17위) 등 3개사에 그쳤다.
CATL은 1만8000명이 넘는 연구개발인력이 전고체 배터리, 나트륨배터리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한국이 1위를 차지한 이차전지 역시 방심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제 중국을 따돌리는 게 숙제가 아니라 중국을 쫓아가는 게 숙제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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