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은 14일 발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 내 참고자료로 담은 '미국 상업용 부동산발(發) 리스크와 과거 위기의 비교 및 시사점'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최근 미국의 지역은행이 뉴욕 커뮤니티 뱅코프(이하 NYCB)에 이어 일본 마오조라 은행, 독일 도이체방크 등 외국은행들도 상업용 부동산 대출과 관련한 손실 또는 추가 충당금 적립을 발표했다. 이에 미국 지역은행 부실로 인한 시스템 위기 발생 가능성이 재부각하며 이 위기가 미국 밖 다른 나라로 파급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크게 △사무실 △아파트 △소매점 △산업건물 △숙박시설 등으로 구분된다. 이중 전체 상업용 부동산의 24%를 차지하는 사무실 부문에서 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19(COVID-19) 이후 거래부진이 지속되며 사무실 가격이 크게 하락한 영향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말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전년 말 대비 5.9% 하락했다. 2023년 3분기 거래금액 역시 820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4% 감소했다.
한은은 "지속적인 가격 상승에 따른 고평가 인식, 고금리에 따른 자금조달비용 상승,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 확산 등의 영향으로 상업용 부동산 수요가 크게 감소한 데 따른 결과"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미국 중소형 은행들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 비중이 높다는 점이다. 자산규모 1000억달러 이상 은행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 비중은 12.8% 수준인 반면 1000억달러 미만 은행은 이 비중이 35% 수준으로 나타났다.
은행 대출을 포함해 올해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 관련 부채 만기 도래 규모는 5000억달러를 상회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긴축기조가 지속될 경우 상업용 부동산 관련 부채의 상환(차환)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단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2022년 이후 연준의 긴축기조가 이어지면서 은행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 연체율은 2022년 3분기 0.64%에서 2023년 3분기 1.07%까지 오른 상황이다.
다만 한은은 글로벌 금융위기 및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등 과거 위기와 비교해 봤을 때 미국 상업용 부동산 부실 위험이 금융 전반의 시스템 리스크로 번질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우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기관들이 구조화 파생상품 발행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서 상업용 부동산 대출이 대부분 단순 대출 및 상업용 부동산 저당증권(CMBS) 형태로 실행된 점을 이유로 들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 규제가 크게 강화되면서 은행들의 자본 건전성이 크게 개선된 점도 근거로 제시했다.
또 상업용 부동산 리스크의 경우 SVB 사태와 같은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발생 가능성도 낮다는 분석이다. SVB는 예금 중 95%가 예금보험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거액 예금자들의 몫이었으나 NYCB의 경우 이 비율이 30%가 채 안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상업용 부동산 대출 부실이 확산될 조짐을 보일 경우 연준이 신속 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한은은 "미국 상업용 부동산발 리스크의 경우 부실 규모가 크지 않고 금융기관과 당국의 대응능력도 개선된 점을 고려할 때 시스템 리스크로 발전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된다"며 "다만 국내 금융기관 및 연기금이 주요국의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한 금액이 적지 않은 점을 감안해 관련 리스크에 대한 모니터링은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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